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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모 May 08. 2022

홀로 꿈

깨어 보니 처음부터 혼자인 꿈이었다

한바탕

애틋한 꿈을 꾸었다.


짤따란 꿈속에서 나는

사라져 간 어느 왕조의 슬픈 왕녀였다가

기억을 잃은 나비였다가

하늘을 날았다가

곤두박질쳤다가

숨이 잠시 멎기도 했고

어느 날엔 봄볕 머금은 초목이 너무도 반짝여

가만히 그 풍광을 바라보는 일도 있었다.


또 어느 날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도시를 떠났다.

꿈속의 여행에서 나는

꿈을 꾸는 여인이었다가

꿈 그 자체였다가

어느 사이

생의 순간순간을 돌아보는 노인이었다.


홀로 꾼 꿈이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이들은

모두 나의 다른 얼굴이었고, 기억이었고, 바람이었다.


한바탕

홀로 애틋한 꿈을 꾸었다.


홀로 꾸었으니 홀로 깨어야 하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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