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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명 Jul 15. 2020

길고양이 관찰기

ㅡ어느 고양이의 사진첩 일생

126. 신기한 게 많아

말해 보세요

제가 달리 무엇을 해야 했나요

결국엔 모든 게

너무 일찍 사라져버리잖아요

말해 보세요

한 번뿐인 소중한 이 인생을 걸고

그대는 무엇을 할 것인지요

ㅡㅡㅡ<여름날> Mary Oliver의 시


큰 유리창을 달고 그 안쪽 책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유리벽에 시 하나를 써서 걸었다.

책상에서 매일 보자 했건만... 잊었는데 야금이 때문에 다시 읽는다. 다시 새긴다.


&&&

이 시는 며칠 전... 떠나버린 한 사람을 떠올리게도 한다.


127. 너 누구야?

열린 문 안을 기웃거리다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옆을 본다.

비친 제 모습. 알까? 자기라는 걸?

한참을 바라본다.


128. 가야금의 호기심발동

눈이 낫자 부쩍 는 야금이의.호기심이 문고를 능가한다.

몸이 온전해야 정신도 그럴 수가 있다는 당연하고 엄연한, 그래서 종종 잊는 사실을 야금이에게서 배운다.


&&&

움직임과 눈빛을 보면 살아있음의 진정성을 알 수가 있다.


129. 책방이지만

복잡하니 더 놀게 많을 듯해서 가끔 열어두는 부뚜막도서관.

나가지 않고 여기에만 있으려.한다면 나도 집안에?

결정도 하기 전에 이내.마당으로 뛰쳐 나간다.


130. 엄마가 이상해

꺄니가 몸을 흔들 때가 있다.

간지러워서?

뒹굴데.

춤추는 것?

이상하다는 듯 어미를 쳐다보는데...

무슨 생각을 할까?


&&&

우리의 옛 조상들ㅡ어떤 민족이든ㅡ은 이런 걸 보면서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귀신이나.악마의 존재를 믿었다. 극복하기 위해 종교가 생겼다고 인류학자들은 추정한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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