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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명 Jul 17. 2020

길고양이 관찰기

ㅡ어느 고양이의 사진첩 일생

136. 너무 더워

무더운 더위 찾아왔다.

몸을 다 늘어트리고 쉬는 꺄니네.

무더위마저 평화롭다.


137. 나, 눈 다 나았어요

야금이가 유난히 나를 물끄러미 자주 쳐다본다.

마치,

"나, 눈 다 나았어요."

말하는 것 같다.

이젠 그게 난 들린다.

참 예쁘다.

눈이 좋아져서.

살아줘서.

더 예뻐져서.


138. 우린 상자가 좋아

상자를 무척 좋아한다.

놀이터가 되고

침대가 되고

베개가 되고

의자도 된다.

버리거나 태우지 않고 마당 여기저기에 놔둔다.

게으르다는 동네사람들의.핀잔을 들으면 속으로 이런다.

'고양이가 돼 봐요.'

139. 누가 날 엿보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관심 많은 문고가 옆에 반짝이는 반사체를 한참 동안 들여다본다.

신기한 것을 아는가.

요상한 것을 아는가.

호기심과 관심이 유난히 많은 고양이를 보며 든 생각.

후에 진화하면 고양이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140. 밥 줘요

오랜만에 서울서 손남이 찾아왔다.

서울 얘기, 바깥 얘기 듣다가 먹일 때를 놓쳤다.

바깥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난다.

문틈으로 기웃거리기도 한다.

"밥 달라네. 잠깐만."

친구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고양이를 키우는 거야?"

"아니. 함께 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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