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너무 더워
무더운 더위가 찾아왔다.
몸을 다 늘어트리고 쉬는 꺄니네.
무더위마저 평화롭다.
137. 나, 눈 다 나았어요
야금이가 유난히 나를 물끄러미 자주 쳐다본다.
마치,
"나, 눈 다 나았어요."
말하는 것 같다.
이젠 그게 난 들린다.
참 예쁘다.
눈이 좋아져서.
살아줘서.
더 예뻐져서.
138. 우린 상자가 좋아
상자를 무척 좋아한다.
놀이터가 되고
침대가 되고
베개가 되고
의자도 된다.
버리거나 태우지 않고 마당 여기저기에 놔둔다.
게으르다는 동네사람들의.핀잔을 들으면 속으로 이런다.
'고양이가 돼 봐요.'
139. 누가 날 엿보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관심 많은 문고가 옆에 반짝이는 반사체를 한참 동안 들여다본다.
신기한 것을 아는가.
요상한 것을 아는가.
호기심과 관심이 유난히 많은 고양이를 보며 든 생각.
후에 진화하면 고양이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140. 밥 줘요
오랜만에 서울서 손남이 찾아왔다.
서울 얘기, 바깥 얘기 듣다가 먹일 때를 놓쳤다.
바깥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난다.
문틈으로 기웃거리기도 한다.
"밥 달라네. 잠깐만."
친구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고양이를 키우는 거야?"
"아니. 함께 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