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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롭게 순직한 채끝요원의 명복을 기리며.

시원하게 칠링된 맥주와 잘 숙성된 채끝살을 구워 먹자

by 미식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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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해?"


푸른 조명아래 테스트를 위해 선발된 채끝등심요원-1이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사진만 찍지말고 대답을 좀 해줘. 왜 포장지도 입지 않고 헐벗은 채 여기 있어야 하는지"


채끝등심요원-1 을 제외한 나머지 채끝등심들이 아우성이다.

고작 직원인 나에게 원하는 것도, 궁금한 것도 많다.


"숙성 테스트 중이야. 트레이에서 바로 옮겨질때 예상했잖아. 너희들도..."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테스트다. 소비자들의 조리법이 다양해지고 맛에 대해 깐깐해지면서 숙성연구는 앞으로도 진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한우는 도축 직후 경직 현상이 일어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화가 되면서 육류가 부드러워진다. 고기 숙성의 핵심은 바로 이 것 이다. 부패와 숙성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이기에 이 미묘한 환경과 시간을 잘 잡아야한다. 그렇기에 일반 가정에서 하기는 복잡하고 어렵다.


그렇기에 모를리가 없었다. 꽃등심, 살치, 채끝 동료가 옮겨져서 돌아오지 않았음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늘 같은 질문을 받는다.


"숙성은 매우 중요해. 알고 있었잖아 너희들도. 명예롭게 간다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일동 침묵이 흘렀다. 본인들의 희생으로 동료들이 더 맛있어짐을 받아들인 것만 같았다.


"연구 결과가 뜻깊었음해"


차분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숙성고 문을 닫았다. 갑자기 허기가 졌다. 앞뒤로 완벽하게 시어링 된 고소한 육향의 채끝살이 먹고 싶어졌다.


명예롭게 순직한 채끝요원의 명복을 기리며 퇴근 후, 시원하게 칠링된 맥주와 잘 숙성된 채끝살을 구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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