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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맘소영 Jul 07. 2022

아토피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엄마처럼 아프지 않도록

"혹시 엄마 아빠 중에 아토피가 있나요?"


아이의 피부 상태가 심상치 않아 내원한 소아과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고작 태어난 지 백일 지난 작은 아기가 아토피라니. 아기 때 생기는 아토피는 대체로 원인불명이나 부모로부터 유전되기도 한단다. 거기다 유전이 아니더라도 초기에 태열을 잡지 못하면 만성으로 이어져 아토피로 발전된다고. 내 아이는 전자와 후자, 두 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됐다.



처음에는 단순 태열로 시작됐다. 무조건 따듯하게를 강조하는 옛날 양육방식을 멋모르고 그대로 따라한 결과였다. 어른들은 단열이 잘 되어있는 아파트에서도 갓난아기만 보면 춥다고 하는 걸까. 아무튼 초보 엄마는 육아 선배가 그렇다 하니 그저 맞는 줄 알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가지 않아 아이의 몸과 얼굴에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내 오돌토돌한 수포가 아이 몸 곳곳에 뭉치면서 피어났고 곰보빵 같이 생긴 두툼한 각질이 보드라웠던 아이 피부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피가 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아이가 간지러운 나머지 벅벅 긁는 바람에 출혈이 생긴 것이다.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초기에 제대로 잡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는 끔찍한 말에 엄마로서, 아토피 선배로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나와 아이는 아토피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래에선 지금껏 내가 해온 아토피 관리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탕목욕


정상적인 피부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각질이 올라오며 간지럼증을 동반하는 게 아토피이다. 따라서 이 각질을 없애주는 것과 간지럼증을 완화시켜주는 게 제일 중요한데 소아과 담당의가 추천한 탕목욕을 실시했다. 38~39로 맞춘 물에 5분 이상 전신을 잠기게 한 뒤 깨끗이 씻겼다. 아이가 먹어도 무해한 바디워시를 썼지만 헹굼 절차는 반드시 밟았으며 때론 헹굼이 필요 없는 입욕제를 사용하기도.


수분 공급


아토피는 대체로 건조한 피부일 때 발생한다. 그렇기에 수분 공급을 확실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유분기가 많은 로션 대신 시중에 판매하는 각종 '수딩젤'을 사용했다. 그리고 목욕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수시로 발라주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이 얼굴이 반들반들 수딩젤로 광이 날 때까지 계속 얹어주었다. 내 피부도 이렇게 관리 안 하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꽤 부지런 떨게 되었다.


시원한 온도와 적정한 습도 유지


마지막으로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집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이었으나 보일러를 끄고 가습기를 틀었다. 가끔 친정 부모님이 놀러 와 갓난아기에겐 춥다며 나무랐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렸더랬다. 집 온도는 21~23를 유지했다.







이러한 홈케어가 몸에 배고 손에 익숙해질 무렵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나을 듯 말 듯 밀당을 하던 아토피가 옅어지는 가 싶더니 순식간에 아이 몸에서 사라진 것이다. 의사는 아니지만 엄마의 뇌피셜로는 지속적인 수분 공급 때문에 좋아진 것 같다. 


온 가족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토피와의 전쟁. 사실 내가 아토피를 없애기 위해 현생(?)까지 포기하며 24시간 관리에 몰두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엄마와 같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아토피로 고생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보통 아토피는 팔, 다리 접히는 부분 같이 피부가 맞닿는 곳에 생기기 마련인데 난 전신이 아토피로 가득했다. 가만히 있어도 곳곳에서 피와 진물이 흘러나왔고 간지러울 때마다 긁어 손톱은 언제나 피범벅이었다. 물론 미관상 보기에도 흉했다.


이러한 증상은 여름철이 될 때마다 더 심해졌는데 더운 날씨에 땀과 진물, 뜯겨 나온 각질과 피가 범벅이 될 때면 몸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본인이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심했음) 그래서인지 난 아토피가 완화되기 전 유치원생까지는 친구도 없었고 추억도 없다. 친정 엄마 말에 의하면 그 당시 남들과 다른 피부, 몸에서 풍기는 냄새로 인해 친구들이 기피했다고. 하긴 잘 기억나지 않는 유년기 시절을 더듬어보면 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뭐든 혼자 했고 혼자 놀았던 것 같다. 사람의 성향이 만들어질 땐 후천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는데 아토피도 나의 내향적인 성격에 한몫 했을 듯하다.  


어린 시절 내내 아토피 때문에 차별받았던 경험 때문일까.


다른 건 몰라도 아이에게만큼은 어릴 적 엄마와 같은 모습을 물려주기 싫었다. 그리고 이런 내 간절한 염원이 하늘에 닿은 건지 아이의 아토피 증상은 놀라울 만큼 호전되기 시작했다.




현재 아이의 아토피는 완전히 사라졌다. 비록 약간의 흉짐은 남아있지만 그 피부결은 매끈하다. 하지만 아토피 선배로서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아토피라는 게 지독한 친구라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홈케어는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아토피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영광의 상처는 흉으로 남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흐릿해지고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노력했던 나의, 엄마의 사랑은 계속해서 남아 있길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육아에 몰두해 본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토피와 작별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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