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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맘소영 Jul 10. 2022

아침엔 누워있더니 저녁에는 기어가네

아기들의 시간은 어른보다 빨리 흐른다

생후 4개월이 된 아이, 엎드려 놀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자기 몸도 못 가누는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태어난다. 그 후 50일이 지나면 목을 가누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뒤집기, 배밀이, 앉기, 기어가기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두 발로 땅을 딛고 걷기까지 마스터하는데 이 과정들이 고작 '1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어른들 세계에서 '1년'이라 하면 덥다가 추워지고, 퇴직금 1년 치가 적립되는 게 다일 텐데 말이다. 그래서 아기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큰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다.


내 아이만 봐도 그렇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제 모습과는 또 다르고, 새로운 개인기들이 추가되는데 부모가 알려주지 않아도 척척 해내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다. 마치 인류의 발달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24시간 붙어 있는 부모도 이렇게 느끼는데 달마다 보는 주변 지인, 어른들은 어떻게 느낄지.




언제는 한 번 기묘한(?) 경험을 했다. 아마 아이가 생후 170일 즈음 일 거다. 그 당시 아이는 뒤집기와 되집기(다시 되돌아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를 마스터 한 뒤 엎드려 노는 걸 즐겨했다. 엎드려 낑낑 거릴 때 마다 앞에 장난감을 두고 기어가는 행동을 유도해보고 발을 밀어주며 배밀이 자세를 알려줬다. 그러나 아이는 나의 가르침을 한 귀로 듣고 흘린 건지 계속해서 엎드린 자세를 고수했다. 그래, 아기인데 알려준다고 바로 따라 하겠어.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일말의 기대마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 엥? 느닷없이 아이의 발가락이 노래지면서 바닥을 딛고 힘을 주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곧 팔을 움직이며 목표물인 장난감을 향해 포복을 하는 게 아닌 가.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누워 있던 아이가 기어가기 시작한 거 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세상에 천재니!?


본격적으로 배밀이를 시작한 아이는 온 사방을 옷으로 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고작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던 아이가 거실을 포복자세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입에선 이앓이 때문에 침이 주르륵 흘러나왔고 그 침은 옷 전체를 적셔 아이가 움직인 곳마다 흔적이 남았다. 로봇 청소기의 원리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같이 붙어 있으면서도 아기들은 빨리 자란다며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이렇게 생생하게 지켜보고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아기들의 시간은 부모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정말 빨리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육아에 지친 엄마 아빠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 어쩔 땐 흘러가는 아이들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긴 커녕 지금보다 더 빨리 흐르길 희망한다. 자녀가 하루빨리 성장해 자립했으면, 손이 덜 갔으면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물론 나도 육아맘이기에 이러한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처럼 아침에는 누워있다 저녁에는 기어가는 경험을 하고 나니 육아일상 속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르는 시간은 붙잡아 둘 수 없는 것처럼 무심코 지나가고 있는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우리 엄마 아빠들은 조금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애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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