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씨 Jun 05. 2023

가성비 좋은 대안학교는 없어요

가성비 좋은 교육은 좋은 교육일까





"그래서 얼마야?"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대안학교를 보낸다고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 궁금한 것은 학비인 모양이다. 그럼, 학비를 말해주면 다시 대화가 이어지면 참 좋겠는데 거기서 딱 끊길 때가 많다. 


"아~~ 그렇구나. 애들이 좋아하겠다^^"


여기서 끝난 적이 어디 한 두번인지. 아니, 저 이모티콘은 누굴 위한 이모티콘이냔 말이다. 그 돈주고 거기까지 왜 보내는지 이해는 안되지만 응원할게의 의미인지, 난 그 돈주고는 안보내니 다행이라는 의미인지. 차라리 이렇게 보내주면 마음이라도 덜 불편할텐데.


"아~~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공교육이 더 나은 것 같아. 그래도 응원할게^^"








물건을 살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일까. 브랜드일까, 아니면 가격일까, 아니면 물건의 질일까. 글쎄. 요즘은 너도나도 브랜드를 만드는 세상이고, 브랜드는 잘 몰라도 끝발나는 디자인이 있으면 또 괜찮고, 굳이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는 다이소가 제일이라며 가격만 이야기 하기도 하니,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도 당최 소비자가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구매하는지 몰라 난처하기 일쑤다. 

별나게 교양있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질과 브랜드를 다같이 한눈에 보기 시작하면서 나온 말이 '가성비'가 아닐까. 사실 이제는 가성비를 넘어선 '가심비'까지 이야기하니 소비자의 트랜드를 가격과 한정된 제품의 압박 속에서 공급자가 쫓아가기란 여간 쉽지 않다.



대안학교는 학비가 있다. 우리나라는 중등까지 의무교육이라 학교를 다니는데 학비를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다.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시기는 보통 초등 3학년부터니, 특히 초등 1학년부터 내야 하는 학비는 부모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초등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시기에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비싸서 어쩌지' 였다. '비싸다'의 개념은 개인마다 기준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티셔츠 한 장에 10만원 정도면 비싸다고 여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학비를 얘기할 땐 하나같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들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가성비가 중요한 소비 트랜드는 교육에서도 곧장 발현된다. 무상으로 다닐 수 있는 질 좋은 초등학교를 두고 학비를 내고 다녀야 하는 초등학교의 저울질은 다른 어떤 저울질보다도 가열차다. 대안학교를 선택했을 때의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돈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면 그냥 지나갔던 단점도 깊이 있게 고심하며 다시 보게 된다. 선생님들의 실력은 공교육이나 대안학교나 비슷하다고 하면, 학교의 분위기나 운영방식이 아무리 대안학교가 자유롭고 아이들이 여러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고 자연친화적이라 해도 학습은 또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니 가장 눈에 보이는 학비 이야기로 다시 돌아간다. 체험학습 횟수, 자연 친화적인 환경,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 등이 돈으로 계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학비가 나오면 일단 합격. 아니면, 사교육비를 정산해서 학비랑 비교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1, 2학년의 학비가 3학년 이상부터 들어갈 사교육비를 제할 정도의 가치가 있으면 또 합격이다. 그렇게 대안학교 학비에도 학부모들의 가성비 트랜드는 열일 중이다.








교육에 가성비가 어디 있을까.

돌아기 때 '애플비 전집' 사면 스스로 한글 깨우칠 거라고 했던 한국야쿠르트 아주머니.

영아 때 '짐보리' 다니면 각종 대근육 소근육 발달에 좋아서 결국 뇌발달로 이어진다고 했던 문화센터 상담원 언니.

유아 때 '씽크빅' 태블릿으로 시작해야 스마트폰 세대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했던 빨간펜 아줌마.

7세 때 '학습지'는 국어, 영어, 수학, 한자 정도는 해야 된다고 초등가서 시작하면 늦는다고 말했던 눈높이 선생님.

가성비 생각하면 지금 다 찾아내서 고소해야 하지 않냔 말이다.

스스로 한글 깨우치기는 커녕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줘도 말짱 도루묵이고,

대근육 소근육 발달에 좋아서 뇌까지 발달하긴 커녕 아직 소근육 부족하단 피드백 듣고,

스마트폰 세대에 뒤쳐지기는 커녕 안가르쳐주어도 스마트폰 비번을 명탐정처럼 풀고,

한글도 안되는 애 붙잡고 영수에 한자까지 시키니 늦기는 커녕 초등 들어가니 아무것도 안하려고 하고.

이 정도면 교육에 가성비는 없음을 8세쯤 되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왜 유독 대안학교 학비는 가성비 이야기가 다시 대두될까.

그만큼 학비가 비싼 곳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안학교도 학교별 학비가 천차만별이므로.

그러나 사람들은 학비가 더 비싸서 가성비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살 때도 아예 비싼 것은 내가 살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보다 생각하고 넘겨 버리는 것처럼, 학비가 아예 비싸면 진짜 좋은 학교인가보다 생각하고 넘겨버린다. 사람들은 학비가 충분히 저렴해서 노려봄직한 학교들을 상대로 가성비를 이야기한다. 이 정도면 어떤 혜택을 주는지, 이런 혜택까지 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계속해서 따져 보는 거다. 그리고 만족이 백프로는 아니지만 일단 보내본다. 그리고 학부모 운영회에서 학교에 여러 건의를 넣을 수 있도록 의견 제시를 한다.



의견이 잘 수렴되고 학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같으면 굿. 이츠 오케이. 그렇지 않으면 학비를 비싸게 여기기 시작하는 마음. 이 두 가지의 굴레를 늘 안고 가는 것이 대안학교를 보내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아닐까. 무턱대고 모든 제도를 좋아하고 학교가 하는 모든 일에 만사 오케이도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학비만 비싸다고 골내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 부모님들은 좋은 마음으로 자식들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안학교에 보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교육의 가성비를 찾기보다는 '아이들의 의견'에 좀더 귀기울이면 어떨까. 내 아이가 얼마나 이 곳을 좋아하는지. 내 아이의 성향에 얼마나 적합한 곳인지. 이 곳을 다니면서 아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에 말이다. 어차피 교육에 가성비를 따지기도 어렵고, 가성비가 좋은 교육이라고 해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좋은 교육인지도 알 수 없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학원 보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