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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Jun 15. 2023

대학은 어디로 보낼거야?

그걸 지금 어떻게 아나요





학교를 보내기 시작하는 부모라면 단연 입시에 관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자녀가 제아무리 초등1, 저학년이라고 해도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그만큼 사교육도 활발하고, 입시 정보 커뮤니티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이들을 대안학교를 보내어서 그 끝이 어떻게 될지를 궁금해하지만,

J는 특히 더 많이 궁금하다. 아니, 오히려 이것이 솔직한 것일까. J처럼 다 질문하고 싶은데 나머지는 고상하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기야, 그럼 자기는 어느 대학교를 보낼 거야?"


이건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질문이다. 이제 초 3, 초 1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일 일도 모르는데 아이들 대학은 내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아니 대학을 간다고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나는 지금은 잘 모르겠어.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원하는 대로 가지 않을까?"


"자기야, 무슨 소리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 안그러면 정보 다 놓쳐. 나중엔 원하는대로 못간다니까?"


"나는 사실 아이들이 곧바로 대학을 간다고 할지도 잘 모르겠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얘가, 얘가. 한국 사정은 그렇지가 않아. 대학 안나오면 어디 취업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줄 알아?"


"그럼 언니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 애들 학교를 이미 정해 놓은 거야?"


"얘, 나는 학교들, 무슨 전공핳 것 까지 생각해놨어."


"어머, 진짜? 그럼 애들도 거기 간다고 해?"


"그럼, 당연하지. 엄마가 가야한다고 하면 가야지. 지네가 돈 벌어서 갈 것도 아닌데."



J랑 대화를 끝내고 나는 한참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정말 정보를 몰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나는 정보가 있더라도 이것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해서 아이를 조금은 다르게 키우는 걸까.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은 시간이 곧 돈이다.

정보는 시간을 줄여준다.

그래서 양질의 정보는 곧 돈이 된다.

부모라면 응당 양질의 정보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아이의 시간을 줄여주고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능률을 높이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

서너살 때부터 한글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초등 가기전에 한글은 물론 3학년 때부터 교과목에 들어오는 거 생각하면 지금 영어도 좀 배워야 하고,

수학은 한 번 뒤쳐지면 따라잡기 힘드니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

험한 세상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하니까 호신술 운동 하나 정도는 배워야겠고,

악기도 하나는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

초등 고학년부터는 공부에 좀더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 악기나 운동은 저학년에 시작해서 떼는 게 낫겠다. 

이 플랜으로 간다면, 중학교 가서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을 거다.



J뿐 아니라 내가 아는 초등 자녀를 둔 많은 엄마들은 저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귀국해서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 싶은 내게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가르쳐주기도 하니까.

이 길의 끝은 대학이다. 대학의 끝은 취업이고 취업의 끝은 결혼이더라.

그럼 우리는 아이를 결혼을 잘 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하는 걸까?



그래서 궁금한거였다.

내가 대안학교에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안학교에 가면 일반 학교랑 다르게 초등부터 검정고시를 쳐야 하고,

학비도 내고 있는데 그만큼 정규 과정을 다 배우고 있는지도 확인하기가 어렵고,

입시 과정도 일반학교랑 다르고,

그렇다면 결국 좋든 안좋든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게 될텐데 

그럴 거면 왜 굳이 지금부터 비싼 돈 내고 보내느냐는 거였다.

그 돈이면 사교육하면 충분하니, 사교육 시키라는 거다.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의 공부의 끝이 정말 대학일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곧바로 대학을 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의 발상인가.

뉴질랜드에 살 때, 미국에서 뉴질랜드로 봉사를 온 친구가 한국 나이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일 년은 있어야 했는데, 그 친구는 일년 동안 즐겁게 지내고 돌아갔다.

대학을 곧바로 진학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뉴질랜드로 온 거다.

나도 그 친구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깨어졌던 것 같다.

아. 바로 대학 안가도 되는구나.

큰 일 안나는구나.

고등학교까지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열심을 다하고 나면 그 쯤 되면 자기가 어렴풋이나마 알지 않을까.

자기는 대학이 맞는 사람인지, 대학에 간다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말이다.



지금 우리는 전공과 무관한 삶을 많이 살아간다.

물론 전공대로 사는 삶도 있다.

기나긴 인생에 전공만 가지고 쭉 살란 법도 없거니와

꼭 그 당시에 전공을 안하더라도 살면서 배을 수도 있을 거다.

될 대로 살면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아이의 대학이 아니라 아이의 꿈이다.

아이가 꿈을 따라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

대학을 가야 하는 시기에 꿈이 없다면, 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그런 후에 대학을 가든, 대학을 가지 않든 결정하면 좋겠다.



대안학교에 가니까 정규대학으로 진학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안학교에 가기 때문에 아이의 정서가 보다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자유로운 정서는 꿈을 키워준다.

꿈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삶을 좌우하는 거니 말이다.

대학을 어디에 보낼지는 모른다.

그런데 열 살, 여덟 살 아이의 꿈은 안다.

나는 스무 살, 열여덟 살 아이의 꿈도 알고 싶다.

함께 꿈꾸고 그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가족이 되고싶다.








"언니, 나는 애들 어느 대학 갈지 잘 몰라요. 지금 그걸 어떻게 알겠어. 우리 애들은 꿈이 있으면 좋겠어. 꿈꾸는 애들이면 좋겠어."



현실 말고 이상을 이야기하는 나를 보며 J는 허허 웃는다.

나도 그냥 하하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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