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지혜라 작가
이 책은 주인공이 할머니의 집에 방문했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할머니는 손바느질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즐겨하셨어요. 그래서 손녀는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할머니께서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드셨는지 궁금해했죠.
어느 날은 할머니께서 소중하게 보관해둔 것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책은 할머니께서 소중하게 보관해둔 것들과 그걸 만드는 방법, 그리고 거기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이 책에는 이렇게 예쁜 우리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와있어요. 이렇게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만든 옷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위한 색동 굴레도 곱고 고운 저고리와 치마도 참 예쁘게 담아놓은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우리나라 전통옷에 대해 배울 때나 세계의 다양한 의상에 대해 배우기 전에 같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에요.
하지만 이 책이 정말 좋은 것은 우리의 옛 옷처럼 우리의 옛일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에게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 물었더니 두루마기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하더군요.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누비옷인 두루마기는 할머니의 할머니의 어머니께서 직접 남편을 위해 만든 옷입니다. 그런데 한 번도 그 옷의 주인은 그 옷을 입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독립운동을 하시던 남편분께서 감옥에 계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 옷을 만드신 할머니의 할머니의 어머님의 꿈에서는 그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가끔 나오셨다니 그 애틋한 마음에 더욱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아이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저는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도 전쟁을 겪은 세대이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더군요. 할아버지께서 전쟁 때 이쪽으로 오시면서 북한에 계신 부모님과 17살에 헤어지게 되셨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잠깐 나와보래서 나갔다가 전쟁터에 끌려갔다 하시더군요. 그때 그 시절은 겪은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살아오셨을까요?
여기 이런 말이 나옵니다.
슬아, 이것 봐라. 이 조각보는 천 조각 백 개를 이어서 만든 거란다.
아마 이런 마음이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 중국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그날 계속 방 안에서 편지만 꼭 쥐고 우셨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할아버지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전해 들은 거라고 하시더군요. 누나들이라도 만나고 싶으시다던 우리 할아버지는 작년에 별세하셨습니다. 가신 그곳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부모님들을 만났을까요?
이제 세대가 바뀌고 시간은 계속 흐르죠. 앞으로는 어떤 시각으로 이런 것들을 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될 것들도 있다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