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유치원 반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하며 수료식을 마쳤다. 이것으로 나의 역할도 끝난 줄 알았다. 일요일 오후 전화 한 통이 걸려오기 전까지는...
금요일에 발열 증상이 있어 등원하지 못한 아이가 있었는데(당시엔 감기인 줄 알고 있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학부모님의 전화였다. 우리 반 확진은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집에서 실시간 온라인 연수를 듣고 있었는데, 강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연수를 종료했다.
보건 선생님께 바로 연락드린 후, 증상 발현 이틀 전인 수요일과 목요일 등원한 아이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대상은 총 17명..
코로나 확산 우려로 등원하지 않은 아이들이 몇 있어서 그나마 적은 인원이었다.
휴일에 걸려온 유치원 번호의 전화에 부모님들은 받으면서부터 놀람과 걱정의 목소리였다. 우리 반에 확진인 원아가 있고, 그래서 OO이도 검사 대상이 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렇게 전화를 쭉 돌리고, 마지막 한 아이만 남았다. 전화를 드리자 정말 예상치도 못한 답이 왔다.
"선생님, 우리 □□이도 확진이라고 방금 연락을 받았어요."
가족을 통해 감염이 된 거였다. 아찔했다. 우리 반에서만 두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이 아이는 금요일에도 등원을 했기에 금요일만 등원했던 3명의 아이가 추가로 검사 대상자가 되었다. 그리고 금요일에 동선이 겹쳤던 옆 두 반 아이들까지 추가로 검사 대상이 되었다.
금요일만 등원한 3명은 코로나 걱정으로 내내 가정보육을 하시다가,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선생님, 친구들과 인사하고 오라며 보내신 거였는데 검사 대상이 되었다 하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셨다.
오후 2시 20분 첫 연락을 받고 5시 12분까지 약 세 시간 가량 부모님들과 이루어진 통화 목록.
연락을 모두 마친 후에도 계속되는 문의 전화에 정말 멘탈이 탈탈 털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 역시 검사 대상이었기 때문에 검사가 가능한 곳을 빨리 찾아가야 했다. 연휴라 검사소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전화 연락을 계속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많이 늦어져 결국 24시간 검사소를 운영하는 병원으로 가게 되었고, 나와 같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 모두 몰려 3시간가량 대기 후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월요일이 되었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설쳤다. 아침 8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는 거였다. 이럴 수가... 처음 두 아이는 각각 가족들에게서 옮은 것이었는데 세 번째는 아니었다. 교실에서 전파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최대한 개별 놀이하도록 지도했고 칸막이 사용과 소독도 철저히 했는데.. 전파력이 그렇게 강하다는 오미크론인가? 그럼 다른 아이들은 어쩌지? 그럼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보건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자 오미크론일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학급 내 세 명의 확진자가 생겼으니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어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한 몇몇 부모님께 다시 연락을 드렸다. 지금 상황이 이러한데 자가진단키트는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가급적 pcr 검사를 받으시면 좋겠다는 권유였다.
다행스럽게도 이후 걸려온 몇 통의 전화들은 모두 음성이라는 연락이었다. 이제 나의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음성은 문자, 양성은 전화라는 이야기에 핸드폰을 한 순간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검사 당일 추운 날씨에 세 시간을 덜덜 떨며 대기해서였는지, 심리적 요인 때문이었는지 내내 약간의 발열감이 있었다. 불안한 마음이 정말 컸었는데, 결과를 받고 나니 거짓말처럼 증상이 사라졌다.
이후 검사 결과 통보 연락이 계속되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모두 음성이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최악의 상황까지 시나리오를 써봤기에 이보다 더 다행일 수는 없었다.
물론 앞으로 일주일 가량은 나도, 아이들도 수동 감시 대상이라 가급적 불필요한 외출 및 타인 접촉은 삼가야 한다. 나는 일주일 되는 시점에 재검사도 받아야 하고, 그때까지 우리 집 아이들도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 또 감사하는 마음이다.
처음 확진 소식에 정신없이 부모님들께 연락을 돌리고 나니, 이젠 내가 부모 모드가 될 차례였다. 우리 집 노랑이와 이랑이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내가 밀접 접촉자가 되었고 검사대상이 되었음을 바로 알려야 했다. 우리 아이들도 금요일까지 등원을 했으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를 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연휴에도 나(학부모)의 연락을 받고, 키즈노트에 공지로 안내문을 올리는 원장님과 선생님의 모습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교사가 되고 난 후로는 부모의 관점보다 동료의 관점에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대하게 되었는데, 이 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진한 동료애를 느꼈다.
같은 반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 중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니 부모님들의 걱정과 불안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거다. 나 역시 같은 부모의 입장이니 더더욱 이해가 간다.
그런 와중에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선생님이 고생이시라며, 다들 괜찮아야 할 텐데 힘드시겠다며 나와 다른 아이들까지 신경 써주시던 몇 분이 계셨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는 큰 위로와 격려로 내 마음에 와닿았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이와 맞물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나 역시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이지만,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것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니까.
덧붙이는 말: 만일 아이가 다니는 기관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셨다면!
- 궁금하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당사자가 누구인지, 우리 아이와 친한지 아닌지, 같은 학원인지 물으셔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접촉이 있었거나 동선이 겹치는 등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리니, 연락을 받지 않으셨다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 확진자 발생 시점부터 기관은 정말 분주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반드시, 꼭, 무슨 일이 있어도 알려야 하는 정보가 아닌 이상은 기관에 전화로 문의하는 일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 기관에서 답해주지 않는 내용을 보건소에 연락하여 왜 안 알려주냐며 민원을 넣는 경우도 (생각보다 적지 않게) 있습니다. 보건소 업무가 마비되고 있으니 학부모님들을 자제시키라는 장학사님의 연락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필요하면 보건소나 기관에서 먼저 연락드립니다. 불안하고 초조하셔도 조금만 참아주세요(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