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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밝음 Jun 02. 2022

나는 왜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이토록 어려울까?

상담자로서의 부모,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부모

오박사님의 말을 들을 때면
맞는 말이라는 것도 잘 알겠고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막상 나의 육아 상황에 닥치면
그 말이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걸까?



요즘 오은영 박사님의 활약이 대단하시죠? 한참을 육아의 신이라 불리셨는데, 요즘은 육아를 넘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상담가가 되신 것 같아요. 텔레비전을 틀면 한 채널 건너 얼굴이 보일 정도이니 오은영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은영 박사님을 내세운 TV 프로그램만 해도 이렇게나 많이...!



한창 육아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로서는 오박사님의 책이나 웬만한 영상은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부모로서도, 교사로서도, 아동학 연구자로서도 참 배울 것이 많거든요.


그런데 들을 땐 그다지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은 일들도, 막상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실전 육아에 적용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그렇게 자주 듣고, 많이 접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상담자'로서의 부모 역할,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부모 역할


육아를 함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이고요, 다른 하나는  '교육자'로서의 역할입니다. 


상담자의 역할이라 함은 아이들의 감정, 마음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공감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아이를 어루만져주는 것이고요. 교육자의 역할이라 함은 아이들이 상황에 따라, 연령에 따라 갖추어야 할 지식이나 태도 등을 습득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priscilladupreez, 출처 Unsplash


오은영 박사님을 비롯하여 현재 부모교육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의 대부분은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니 육아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에도 상담자의 관점이 베이스로 깔리게 되지요. 


그렇기에 상담을 베이스로 하는 육아 전문가의 이야기  

내담자, 즉 '아이'를 가장 중심에 두고 모든 초점을 맞춥니다.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집니다(즉각적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아요).   

문제 상황과 해결책이 대체로 솔루션 형태로 제시됩니다.   


우리가 부모로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은 상담자로서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부모'이기를 요구합니다. 


반면 교육자로서의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모든 것 - 형제자매, 가족 구성원, 또래 친구, 친구의 엄마, 기관 생활 등 - 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합니다.   

1의 문제로 인해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솔루션대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매우 많고, 그렇기 때문에 (설사 그것이 옳은 방법이 아닐지라도) 내가 가진 방식대로 아이들을 대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등원 상황에서 떼쓰며 우는 아이를 볼 때 감정 읽어주기보다 유치원 버스 시간에 맞춰 나가는 게 우선인 것이고, 하면 안 되는 행동, 특히 기관 생활에서 문제로 지적받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어떻게든 빨리 그것을 멈추도록 하고자 (부적절해 보이기도 하는) 각종 협박과 회유를 무기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럼 육아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로서 알아야 할 아동 발달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육아를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이해하는 바른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비록 그것을 실제 육아 상황에 적용하기는 어려울지라도 말이에요.


핵심은, 육아 전문가의 말처럼 아이를 기르지 못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하며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론이 아닌 실제의 상황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부모로서의 역할'은 사실상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모습으로서의 육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거예요.


© journey-l, 출처 Pixabay


"내가 왜 그랬을까?" 대신 "나도 사람인지라, 그땐 그럴 만했어."


육아는 돌아서면 후회되는 일이 부지기수이고요, 그런 나날들이 해소되지 않고 쌓여만 가기에 더욱 힘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도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우리 아이들 어떻게든 잘 키워보려고 하는 거잖아요.


때로는 "그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그랬을까. 진짜 못났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대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지만, 어쩌겠어 나도 사람인 걸.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 누구라도 그럴 만했어. 앞으로 잘하면 돼."라고 스스로를 토닥여주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전쟁 같은 육아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하루만큼 더 키워낸 우리는 모두 위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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