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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선생님 Mar 24. 2022

나는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이상적인 '엄마 상'에 도달하지 못함으로 인해 고민하는 당신에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정보화 시대'라는 표현으로 자주 칭해지곤 했습니다. 그로부터 오래 지나지 않아 정보화 시대는 정보 홍수의 시대, 정보 과잉의 시대로 변했고, 이제는 이런 말로도 부족할 만큼 '모든 것들'에 관한 '모든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지요. 육아 정보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고요.


TV는 물론이고 각종 SNS나 유튜브, 육아서에서는 여러 분야의 육아 전문가들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육아의 현실에서 자신의 무지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절히 느끼고 있기에,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쉽게, 조금이라도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히려고 애를 쓰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접하게 되는 정보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 정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들이 묘사하는 '좋은 엄마'는 아이를 늘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따뜻한 말투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며,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와 놀 때에는 최선을 다해 놀이 상황 속에 몰입하며,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을 캐치하여 수용해주고 다독여주고요. 아이로 하여금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먹거리를 손수 챙기며 개월 수에 맞지 않는 음식 또한 먹이지 않아요.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게 다양한 자극과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한때는 그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엄마가 갖춰야 할 자질을 저 역시 모두 지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얼마 동안은 애쓰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러한 시간이 쌓여갈수록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이것뿐이었습니다.


"나는 절대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겠구나."


어느 순간, 좋은 엄마가 되어 보려는 제 모습이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 같았습니다. 불편하고 번거로웠어요. 어느 때에는 마치 잘 맞는 양 행동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때에는 영 참을 수 없어 다 내던져버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점점 진짜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았어요. '이상적인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나로서의 나'의 생각과 감정은 억눌러야 했고 무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Good Enough Mother)


'good enough mother' 영국의 정신분석가인 위니콧에 의해 정립된 개념입니다. 위니콧은 6만 쌍에 달하는 엄마-자녀 간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적절한 수준의 상호작용만 있어도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요. 즉 좋은 엄마란 완벽한 엄마도 아니고, 뛰어나게 반응하는 엄마도 아니며, '적절한 좌절을 제공하면서도 그저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함으로써 안정감을 주는 엄마'를 의미한다는 것이지요.


엄마라는 존재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성 본능에 따름으로써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굳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육아서를 보며 따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때로는 실패의 모습을, 때로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이에게 엄마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완벽하고자 애쓸 필요도, 누군가가 정해놓은 이상적 엄마의 탈을 쓰려고 고군분투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적당히 좋은 엄마이면 족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아이가 없는 것처럼, 완벽한 엄마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신분석학에서 'good mother', 'perfect mother'라는 용어는 없고, 'good enough mother'라는 용어만 존재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해요. 그러니 때로는 부족하고 모자랄지라도 스스로를 탓하며 자책하지 않기를, '엄마'라는 이름 아래 아이의 곁을 지키며 애쓰는 자신을 조금 더 토닥여주기를, 조금 더 감싸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당신께 드립니다.


"이만하면 나도, 당신도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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