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 순간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지요. 어떤 방법으로 출산을 할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모유는 얼마나 먹일지, 어린이집은 언제부터/어느 곳으로 보낼지, 학원은 언제부터 보내야 하는 것인지 등등..
한 가지를 정하고 나면 어느샌가 또 다른 문제가 해결을 바라며 다가옵니다.
왜 이렇게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은 걸까요?
누군가가 딱 '이렇게 해' 하고 정해주면 좋겠어요.
육아하면서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보셨죠?
저는 특히나 뭔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성향의 사람이라, 육아 아이템을 때에 맞게 찾아보고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아이에게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까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주 컸어요.
육아 상황에서의 줌 아웃: 멀리 보고, 길게 보자
처음 아이를 낳고 키울 때에는 육아 상황에 모든 신경이 집중됩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육아는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인 데다, 너무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 아기를 잘 길러내야 한다는 책임까지 짊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매 순간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만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답을 찾는 과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쉽게 지치고 소진돼요. 모두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선택의 순간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의도적으로 지금의 육아 상황으로부터 '줌 아웃(zoom out)'을 시도합니다.
나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상상 속 카메라 렌즈를 뒤로 쭉 당겨서,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이라는 시간 전체를 한 화면 안에 담는 거예요. 이 큰 그림 속에서 현재 내가 마주한 상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지금 이 문제가 나의 20년 육아 여정에 있어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것인가?
그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할 만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
줌 아웃하기가 육아 습관이 되면 이러한 장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분하게 되어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핵심 위주로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해결도 수월해지고요.
육아는 장기전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함으로써 조급함과 초조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 아이를 대하는 것 역시 편안해지고,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다자녀를 키우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첫째보다는 둘째를 키우는 것이 쉽고, 둘째보다 셋째는 더 쉽다고 이야기합니다. 셋째쯤 되면 아이를 '발로 키워도 저절로 큰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요.
저 역시, 둘째는 첫째만큼 신경 써주지 못했는데도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며 '첫째 때 내가 힘들어하던 많은 부분은 사실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거죠.
그러니 지금의 육아 상황에서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문제가 있다면, 그리고 그런 문제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면 잠시 멈추고 '줌아웃' 해보시기를 권해요.
멀리 보고 길게 보면, 그만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이거나 혹은 의외로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문제일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