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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선생님 Oct 22. 2022

하루에 딱 한 장뿐이라고요?



공부를 잘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할 때 꼭 언급되는 몇 가지 주제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공부습관’입니다. 공부는 여러 가지 지식을 오랜 기간에 걸쳐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벌이나 보상 없이도 꾸준히 정해진 몫을 해나갈 수 있도록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문제는 이와 같은 공부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매일 해야 할 학습의 양을 정하고, 정해진 진도를 따르고 있는지 체크하는 등의 방식을 지나치게 일찍 시작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공부습관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기본생활습관     



국어사전에서는 ‘습관’을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영유아기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습관 형성의 대상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식사 전에 손 씻기, 신발을 벗은 후에는 가지런히 모아두기, 자신의 놀잇감은 스스로 정리하기, 대소변을 보고 나면 변기 물 내리기 등 생활 속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모두 되풀이하여 익혀야 하는 행동이지요. 이처럼 생활에 기본이 되며 유아기에 반드시 배워야 하는 행동들을 합하여 ‘기본생활습관’이라고 칭합니다.  

    

성인이 기본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아이에게 있어서는 새롭고 낯선, 그래서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다수의 아이들은 생활 속 기본생활습관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피로감을 느껴요. 아이들이 처음 유치원에 입학하면 한동안은 굉장히 짜증이 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것 역시 새롭게 익혀야 할 생활 습관의 양이 갑자기 확 늘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지금 시기에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습관을 만드느라 애쓰고 있는 아이에게, 공부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매일 같은 양의 학습을 반복적으로 해내기까지 요구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공부는 나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대상이라는 인식과 함께 책을 펼쳐보는 것조차 싫어질지 모릅니다. 한 장이든 열 장이든, 분량과는 무관하게요.     




초등학교에는 있는 숙제가 유치원에는 없는 이유     



유아기 발달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적기성’입니다. 모든 발달에는 각 단계에 맞는 과업이 있으며, 과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자극과 경험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각 시기에 필요한 자극과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앞서서 과도하게 많은 자극을 제공하는 것 또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가 여섯 살이 아닌 여덟 살인 것도, 초등학교에는 있는 숙제가 유치원에는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교육에 있어 유아기와 학령기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며 유아는 유치원 교육과정(누리과정)에, 초등학생은 초등교육과정에 기반하여 배우고 익혀야 해요. 초등학생에게 효과적인 학습법을 그대로 유아기 아이에게 적용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방식입니다. 정말 하기 싫지만, 꾹 참고 책상에 앉아 매일 몇 쪽의 교재를 풀어내며 공부습관을 만드는 학습법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고요.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어떤 마음으로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다수의 유아기 아이들은 어렵고 힘들 뿐만 아니라 발달 수준에서도 적절하지 않은 초등 단계에서의 학습 방식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반면 학습지 몇 장 정도는 별 부담 없이, 심지어 재미있어하며 풀어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모두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습관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방법을 쓰느냐, 안 쓰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할 때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자신의 발달 수준에 맞게 생활 속에서 배우고 익힙니다. 또 자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 우선순위가 되는 기본습관을 탄탄히 하기 위해 매일 반복하고 또 반복해요. 그러니 책상에 앉아 학습지를 풀어내며 공부습관을 만드는 연습은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공부습관의 중요성을 인식할 만큼 몸과 마음이 충분히 자라고 나면, 아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이전 05화 욕심이 앞선 ‘엄마표’ 교육은 모든 것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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