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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집간호사 정화 Sep 23. 2023

엄마는 아이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


한 달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엄마성장연구소의 글 쓰기 워크숍. 롤모델 1호 김수경 대표님을 도와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했다. 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혼자 보내는 1박 2일이기에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두근거렸다. 물론 나도 엄마인지라, 쌀알만큼의 부담감, 미안함 그런 마음이 공존했다.



아이들의 생일을 앞둔 주말, 남편에게 두 아이를 모두 맡겨야 하는 무거운 마음이 설레는 마음의 한 구석에 크기를 키워갈 무렵, 결국 밤을 새워서 과제를 다 해내고 나서야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4시, 둘째의 수유를 끝내고 30분 쪽 잠을 자고 나오기 직전 첫째가 깼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옷을 차려입은 나를 마주하자 귓전을 울리는 울음소리가 시작되었다.



“엄마, 가지 마, 안 돼. 안 돼. 가지 마. “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하던 마음이 마음에 아이의 눈물에 젖어 물 먹은 솜처럼 점점 더 무거워져 간다.



동생이 태어난 지 만 1년을 이틀 앞둔 오늘 첫째는 엄마의 부재를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듯하다가도 여전히 많이 힘들어한다. 첫째의 모습에서 나는 어릴 적 나를 바라본다.



엄마와 함께 하고 싶었던 나. 그러나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나. 그런 마음으로 동생을 괴롭히던 나.



한 장면에도 해결되지 않은 마음들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이만큼 해줬으면 됐지, 이만큼 옆에 있어주면 됐지, 나는 그렇게 표현하지도 못했는데 싶다가도, 우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어야 했다. 비행기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같이 있고 싶어. 엄마가 금방 다녀올게. “

“꼬끄야, 사랑해.”



아이를 안고, 머리를 만져주고, 토닥이며 잠을 재우다가도, 평소에 헤어질 때처럼 손바닥에 우리의 약속, 사랑의 스위치를 켰다. 그렇게 아무리 달래도 달래 지지 않던 아이가, 아빠의 포옹에 눈물을 애써 닦고 안녕이라고 이야기한다.



서운한 마음이 올라오려다가도 시간이 촉박해 마음을 돌볼 새도 없이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뿔이 난 내 안의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너 그래서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에 집착했구나. 나를 혼자 두지 말라고, 함께해 달라고 우리 첫째처럼 울었던 거구나.



이제 내가 늘 너와 함께 있을게. 내가 유일한 어른으로 너의 곁에 있을게. 그래. 그러니 신나게 즐겨. 오늘 나로 충분하게 만끽하고 누리자. 하룻밤의 자유를 충만히 누리고 이 마음으로 너와 함께할게.



너의 눈물에, 나의 눈물을 눈물을 더해서 내 마음을 읽어가고, 너를, 그리고 내 속에 있는 그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나는 자란다. 엄마는 아이와 같이, 아이의 눈물을 먹으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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