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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Sep 24. 2020

달리기 할 때, 핸드폰은 어떻게 하세요?

핸드폰은 뭐다? 아령이다~

2020/9/24/목 


"새벽에 운동 나가실 때, 새벽달 님 착장(?) 궁금해요. 핸드폰 때문에 크로스백을 매고 나오니, 뛸 때 철덕거려서 너무 불편해요. 러닝밴드 알아보고 있는데, 새벽달님은 어찌하시나 문득 궁금해서요" 


SNS에 기록차원에서 매일 새벽기상 인증샷과 운동샷, 그리고 호수를 뛸 때마다 만나는 일출의 장관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다.  새벽기상과 운동 루틴이 꽤 오래 지속되자 눈팅만 하던 분들도 슬슬 이부자리 박차고 일어나 운동 대열에 합류하곤 한다. 그 덕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댓글을 읽으면 그렇게 좋다. 내가 운동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줄 수 있었다. 나도 한때 고민했던 것이라. 


"핸드폰을 아령 삼아 맨손에 쥐고 뛰어요.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이 방법이 제일 낫더라고요. 핸드폰을 손에 쥐고, 팔근육에 '의식적으로' 힘을 주면서 절도 있게 흔들면서 뛰어요. 이 핸드폰은 내 어깨선과 팔선을 섹시하게 만들어주는 200그램 짜리 아령이다~ 최면을 걸고 뛰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나도 이런 저런 꼼수를 부려봤다. 핸드폰만 들어가는 앙증맞은 크로스백에 핸드폰을 넣고 뛰어도 보고, 한참 유행이었던 핸드폰 크로스 스트랩을 걸고 뛰어도 봤다. 두가지 모두 목에 무리를 많이 줬을 뿐 아니라, 핸드폰이 이리저리 펄떡펄떡 거리니 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 다양한 스포츠용 힙색, 허리색, 러닝밴드도 있다지만 그것이 덜컹거리는 게 오히려 달리기에 방해가 될 것이 그려져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고,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핸드폰을 아령삼아' 손에 쥐고,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얇아져라 얇아져라 매끈해져라 매끈해져라.. 주문을 외우며 뛰기. 기분 완전 좋음.  


처음에는 짐처럼 느껴졌던 (고작) 200 그램짜리 핸드폰이 이제는 나의 러닝메이트다. 세상에서 제일 가볍지만 무거운 아령. 거추장스러운 "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땔감"이고 "연료"였어!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의 굴레. 엄마라는 자리, 아내라는 자리, 딸이라는 자리. 그거 너무 무겁고 지겨워서 탈출하고 싶은데, 어차피 도망칠 수 없는 굴레. 이게 맞는건가?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두려움까지 합세해서 미치고 환장하게 만드는 인생이다. 어차피 도망 못갈 굴레라면, 어차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관계, 육아, 코로나라면 그 굴레 안에서, 두려움 속에서, 모호함 속에서, 마스크 끼고 한바탕 뒹굴며 놀자. 난 지금 피도타기를 하고 있는거야. 


파도타고 순간을 즐기는 미친놈이 승자. 

나는 오늘도 핸드폰을 손에 꼭쥐고 

절도 있게 팔을 흔든다. 육상선수처럼.   

새벽 바람에 몸을 맡기고, 매끈한 팔선과 어깨선을 그리며 뛴다. 

 

결론은, 핸드폰은 뭐다? 아령이다~ 생각하고 맨손에 쥐고 뛰기. 

그렇게 살기. 


 

2020/9/25/목 오늘 아침 호수 달리다 마주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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