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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Sep 29. 2020

자기계발서가 피로감을 주는 까닭

소설과 시에 내가 끌리는 까닭

2020/9/29/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찾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최근들어 맛들인 오디오북앱인 스토리텔에서 가끔 자기계발서나 성공학 관련 책을 듣곤 한다. 그런데 왠지모를 피로감이 올라와 결국은 끝까지 못 읽고 끄게 된다. 부와 관련된 재테크 책도, 심지어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도 종국에는 ‘마음먹기에 달렸어. 하면 되는데 왜 안해?’ 라는 다그침이어서 짜증이 나나보다. (문득 내 책도 그런 구석이 없지 않아 찔리는 마음에.... 내 책을 읽고 불쾌감을 느꼈을 몇몇 독자분께, 뒷북 사의를 표한다.)


‘하면 돼’ 에 미간이 찌푸러지는 까닭은 그것이 거짓말이기 때문이리라. 인생에는 공식이 없으며 그렇게 ‘시나리오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인생은 지랄 맞아서 죽어라 했는데 안되고, 손하나 까닥 안했는데 내 손안에 왕건이가 들어와 있기도 하다. 죽어라 했는데 뒤통수를 맞고, 딱히 노력 안했는데 그가 나에게 다가온다. 좋은게 좋은게 아닐 수도 있고, 불행이 불행이 아닐 수 있음을 세옹지마 성어의 주인공 할아버지가 수천년 전부터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지않은가.


게다가 ‘왜 안해?’ 라고 다그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 폭력일 수 있다. 왜냐면 그들이 안하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두려워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떠는 애는 우선 안아줘야지, 왜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거냐고 윽박지르면 그 사람을 두번 죽이는 것이다. 너무나 다양한 변수가 있고 뒤통수가 있으며 우연이 있고 말도 안되는 행운도 불행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게 우리 인생인데, 자꾸 ‘하면 되는데 왜 안해?” 란 거짓말로 우릴 놀리니까 짜증이 나는 거다. (문득 내 첫번째 책, <엄마표영어17년보고서>를 읽다가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가 다시 사서 읽었다는 독자의 고백이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나나 잘하자)


반면 소설은, 에세이는, 시는 지랄 맞은 우리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해준다. 잔인하고 황당하고 억울하고 답답하고 슬프고 외롭고 우울한 우리의 현실을 담백하게 읇조리는데 그 글이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위로 한다. 그 위로는 오래도록 가슴을 먹먹하게 해준다. 함께 울다, 피식 웃다보면 힘이 난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나만 좆같은 인생 아니고 다 그러고 산다고 소설속 주인공은 덤덤하게 말해준다. 자기계발서 읽다가 우는 사람은 없는데 소설, 시 속 한 줄에 우리는 울컥 무너진다. 독자가 어떤 책을 읽고 울었고. 웃었고. 위로를 받았고, 나아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면... 그 책은 15000원의 값어치의 100배 이상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 책을 읽고 울었고. 웃었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아이가 예뻐보였고,아이 볼 생각에 퇴근하는 발걸음이 빨라졌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독자분의 고백은 전기자극처럼 찌릿하다)


작가의 글이 독자의 마음에 씨앗을 뿌려, 죽어있던 삶을 ‘심폐소생’ 하게 했다면, 나는 참 더이상 바랄 것 없이 행복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든다. 좀 뜬금없는 마무리인데.. 오늘은 왠지 4,5,6번째 원고를 동시에 쓰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짜증 내지않고,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을 채워갈 수 있을 것만 같다.


- 짜투리 시간에 스토리텔앱으로 자기계발서와 소설을 오가며 듣다가 문득 든 단상 -



1. 아침에 호수공원 달리다 마주친 가을빛.

2. 가을이다. 밤이 이뻐.


그런데.... 글을 올리고보니...

어제도 오늘도 나는 인스타에 이렇게 외치고 있네.

새벽기상, 모닝글쓰기, 아침운동, 100일1일1사진.


“이 좋은거 왜 안해?”

“바보들아 걍 해~핑계 그만대고”


ㅋㅋㅋ


인생은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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