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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사람 May 08. 2022

[쓰는 요가] 어제의 삐걱거림을 잊어야 해

매트 위에 서면 자기 자신을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그중 하나는 내가 과거로 곧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수련하자고 매트 위에 설 때마다 다짐하지만, 인간의 잡생각이라는 것은 얼마나 끊임없는 것인가. 


특히 어제 좀 삐걱거리던 아사나를 할 차례가 되면 오늘은 제대로 될까 하기 전부터 긴장하게 된다. 그러다가 안 되면 ‘어제도 갑자기 안 되더니 오늘 또? 뭐가 문제인 거야’ 싶고. 반대로 오늘은 좀 여유롭게 아사나가 되면 ‘이렇게 잘 되는 걸 어제는 왜!’ 오늘 잘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금세 어제로 돌아가 문제점을 찾는다. 수련이 잘 안 되는 날에는 어제 너무 많이 먹은 탓인가, 잠은 제대로 안 잔 탓인가, 물을 너무 안 마셨나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아쉬탕가 수련을 하면 신기하게도 매일 똑같은 시퀀스를 매일 똑같이 수련하는데 어느 날은 잘 되고 어느 날은 잘 안된다. 그래서 어느 날은 내가 좀 성장했나 싶다가도 어느 날은 그럼 그렇지 싶고 또 어느 날은 수련이 더 퇴보한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다. 기준점이 되는 어제와 자꾸 비교하는 수련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성향은 비단 매트 위에서만의 일은 아니란 걸 깨달아버렸다. 나는 아직도 1n 년 전에 한 실수가 생각나 잠들기 전 이불킥을 하기도 하고, 옛날 남자친구와의 생각에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과거는 불현듯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은데! 그래서 요즘 내 수련의 목표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기 위해 깨달은 한 가지는 어제의 삐걱거림을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는 오늘이 아니기에 어제의 수련과 오늘의 수련은 같을 수가 없다. 어제의 삐걱거림을 잊지 않고 매트 위에 서는 순간, 나는 오늘의 매트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어제의 매트 위에 서 있는 거라고. 


잘 되는 것도 빨리 잊고 안 되는 것도 빨리 잊고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그것에만 집중해보기로 한다. 매트 위에서나 밖에서나 살아가는 그 순간에만 집중해보자고 다짐했다. 물론 잡생각이 시시때때로 끼어든다. 그런 잡생각이 끼어든 순간도 자각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이니 그냥 흘려보내자 생각한다. 잡생각을 또 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렸으면 그걸로 된 거야 하면서. 맘에 들지 않는 나의 모습도, 혹은 부끄러운 나의 실수도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되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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