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라는 이름의 부채

당신의 실망은 나의 채무가 아니다

by 모나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 나에게 "기대할게"라는 말을 건네면, 응원군을 얻은 든든함 대신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

처음에는 몰랐다. 그 말이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너만 믿어. 기대가 커."


그 말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여왔다.

잘 해내고 싶다는 의욕보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대(期待).

기약하여 기다린다는 이 예쁜 단어는 어느 순간 나에게는 반드시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되어 있었다.

상대가 기대를 보냈으니 나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믿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나는 순식간에 상대의 마음을 파산시킨 채무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너라면 당연히 잘 해낼 줄 알았어."


그 말은 응원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돌아올 실망을 예고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나는 더 많이 긴장했고, 더 자주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 기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타인의 기대 속에 '나'는 없었다.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나'만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기준과 욕망을 '기대'라는 포장지로 감싸 건넸고, 나는 내용물도 모른 채 그 상자를 받아 들고 넘어질까 허리를 굽힌 채 걸어왔다.


이제는 내려놓기로 했다.

당신이 품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사과할 이유는 없다고.


타인의 기대는 그들의 선택이지, 나의 의무가 아니었다.


"기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래도 저는 제 속도대로 해볼게요."


이 말을 내뱉는 연습을 시작했다.

누군가를 적당히 실망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 오히려 나를 잃지 않는 선택이 훨씬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이제 타인의 기대를 정중히 거절하고, 내 안의 설렘을 먼저 묻기로 했다.


실망해도 괜찮다.

그것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예상 범위가 나를 다 담지 못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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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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