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마저 상품이 된 시대

행복 제작소, 소설 <오로라 이엘로>


꿈은 행복을 만듭니다.


얼토당토않은 말이야. 피페는 오로라 제작소 정문을 지나며 생각했다. 정문에 걸린 빛바랜 문구들은 녹슬고 삐거덕댔지만, 그들은 한 번도 슬로건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오로라의 꿈으로는 행복을 만들 수 없었다. 헛된 욕망으로 만들어낸 거짓 행복은 절대 진정한 현실이 될 수 없었다.




국제 통용어로 오로라 이엘로(Aurora Hielo), 한국어로 ‘오로라 얼음’이라 불리는 암석은 순수 행복 입자(Ha)로 구성된 신비한 물질이었다. 극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오로라 얼음은 세상을 순식간에 뒤바꿔 놓았다.

오로라 얼음이 만들어내는 ‘오로라’는 행복의 새로운 정의가 되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오로라의 꿈. 오로라가 가공한 세상에서는 언제나 성공과 승리만이 계속되었다. 재력을 원한다면 부자가 되었고, 권력을 원한다면 왕이 되었다. 인기를 원한다면 스타가 되었고, 지식을 원한다면 석학이 되었다. 오로라의 꿈에서 불가능이란 없었다. 조건 없는 긍정은 사람들에게 평생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안겨다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경험. 세상 모든 이들을 발밑에 두고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기분. 그건 대체 불가능한 행복이었다. 세상은 이제 오로라 얼음이 발견되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오로라 얼음의 신비한 능력은 곧 탐욕으로 번졌다. 오로라 얼음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사람들은 오로라 얼음을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세상은 오로라를 가질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구분되었다.


오로라 얼음은 언제나 오로라가 그리 필요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 안착했다. 권력과 재력, 인기와 평판, 미모와 학식을 두루 갖춘 이들일수록 더 필사적으로 오로라 얼음을 탐했다. 그들은 오로라의 꿈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증명받고 싶어 했다. 더 부유하고, 더 강해지며, 더 아름다워지고, 더 현명해지기를 원했다. 오로라 얼음은 그들이 느끼는 결핍을 하룻밤의 꿈으로 손쉽게 메워 주었고, 오로라의 꿈을 경험한 이들은 결코 오로라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부와 권력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 그들도 오로라 얼음을 필요로 했다. 그들에게 오로라의 꿈은 절박한 탈출구였다. 오로라가 만든 세상 속에서 그들은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안정된 직장과 집과 차를 소유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일을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오로라의 꿈보다 오로라 얼음을 소유하는 게 목적인 이들도 있었다. 오로라 얼음 한 조각은 백만 년 만에 떨어진 운석보다도 더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액수의 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삶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니 어느 쪽으로든 오로라 얼음은 그들에게 꼭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도 눈이 뒤집힌 채로 오로라 얼음을 쫓았다. 돈이 부족해도 괜찮았다. 오로라 얼음을 손에 넣을 방법은 언제나 있었다. 오로라 얼음은 모든 걸 무릅쓰고서라도 손에 넣을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


상황이 이러니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오로라 얼음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순간부터 세상은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몸싸움과 말싸움은 골목 어귀마다 일어나는 흔한 사건이 되었고, 매일같이 절도와 살인 등의 범법행위가 발생했다. 오로라의 꿈 덕분에 음주율과 흡연율이 줄었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긴 했지만, 장점 같지도 않은 장점을 거론하는 이는 없었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세상을 주무르던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에 동의했고, 곧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조절과 증가. 답은 그것뿐입니다. 오로라 얼음의 적정 사용량을 법으로 규제하고, 채굴량을 늘려야 합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운을 띄웠다.


“적정 사용량이야 정할 수는 있겠지요. 법 만드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지만 채굴량은 어떻게 할 겁니까? 오로라 얼음은 오로지 극지방에서만 극소량씩 생성됩니다. 오로라가 필 때만 한시적으로 밀려 들어오는 우주 미립자가 토양과 섞여 만들어지는 희귀한 암석이라고요. 현재도 매립량보다 채굴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걱정인데, 여기서 어떻게 더 채굴량을 늘리겠다는 말입니까?”


“그럼 오로라 얼음을 제작하면 되지요.”


“제작이요? 태양풍이 발생할 때만 우주에서 흘러 들어온다는 물질을 어떻게?”


“한번 해 보는 거지요. 못할 건 또 뭐 있겠습니까?”


오로라 제작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로라 제작소의 첫 번째 이름은 ‘오로라 연구소’였다. 비밀리에 세워진 터라 오로라 연구소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소수의 사람들이 선택한 소수의 과학자들은 오랜 낮과 밤을 지새우며 인공 오로라 얼음 제작에 매진했다.


하지만 오로라 얼음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로라 얼음은 순수한 행복 입자, Ha 원소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Ha 원소는 지구에서 구할 수 없는 특수한 물질이었다. 순수 Ha 원소를 만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지만, 과학자들의 절실한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과학자들은 인공적으로 Ha 원소를 합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우주에 나가 행복 입자를 구해오지 않는 한, 인공 오로라 얼음을 만드는 건 절대 불가능이었다.


“곧 우주-항공 부서가 신설될 거야. 예산 대부분을 그쪽으로 넘겨야 해서 다음 달부터는 지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거니까, 그렇게 알아.”


이사장은 부낭을 향해 서류철을 던졌다. 딱딱한 플라스틱 덩어리는 그를 조롱하듯 책상 위를 미끄러지며 빙빙 돌았다.


“그러니까 잘하지 그랬어, 어? 여태 뭐 했냐고, 대체.”


부낭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돌아서는 팀원들을 한 명도 잡지 못한 채 다만 바라보아야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로라 연구소에는 연구소장 부낭만 남게 되었다. 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그 역시 다음 달이면 우주-항공 부서장에게 넘겨줄 예정이었다.


“아직도 출근이란 걸 하시네요?”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 몸의 수위는 이제 그를 보며 그렇게 인사했다.




* 소설 <오로라 이엘로> 중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소설 < 오로라 이엘로 >


“행복의 제물, 우리는 모두 행복의 제물이에요”


가까운 미래, 행복마저 상품이 되어 버린 시대. 행복과 특별함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가장 평범한 노동자 피페의 이야기.


꿈으로 행복을 만드는 오로라 제작소. 피페는 지난 10년간 그곳의 성실한 제작자였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교체되고, ‘그’마저 사라졌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녀를 지탱하는 힘은 하나였다. 특별하고도 평범한 성공의 꿈. 평생 그 꿈이 온당하다 믿었다. 어느 날, 삶에 한 질문이 날아들어 모든 걸 뒤흔들기 전까지.


※ 소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아래 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그달 모나 Monah thedal


링크트리 : https://linktr.ee/monah_thedal

모나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monah_thedal

모나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monah_thedal/

모나 브런치 : https://brunch.co.kr/@monah-thedal#works

모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monah_the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