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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Jan 20. 2024

철학 거 별거 아니구먼! 그냥 다 사람 사는 얘기였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방 그리고’에서 우연히 만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책방 그리고’에서 우연히 만난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출발’ 중     
충분한 걸로 부족한 사람에게는 뭐든 충분하지 않다. (...)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이 남는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그리스인은 이러한(결핍의 부재, 완전 평정의) 상태를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불렀다.
- 6장.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중      
모든 부주의는 이기심의 한 형태다.
집중은 수축한다. 관심은 확장한다. 관심은 우리가 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동의하는 것이다. 관심의 반대말은 산만함이 아니라 조급함이다.
순수한 관심에는 외부적 동기가 묻어있지 않다.
- 7장.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중     
우리는 신을 존경하지 않는다. 신을 숭배하거나 두려워할 수는 있지만, 신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간을, 자신보다 더 나은 버전의 인간을 존경한다. 간디는 신이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디에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은가? 대포 뒤에서 조각조각 적을 날려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웃는 얼굴로 대포 앞에서 조각조각 찢기는 것인가?”
"그 누구에게도 성질을 내지 말 것.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 8장. ‘간디처럼 싸우는 법’ 중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책의 서문에서 ‘지식’과 ‘지혜’을 구분합니다. 지식을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으로, 지혜를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의하죠. 사실을 단순히 아는 것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능력이라는 말과 함께요. 그리고 둘 중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찾아 헤매는 건 ‘지혜’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죠.  


서문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힌 분류법을 통해 저자는 책의 지향점을 잘 보여줍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철학’을 다루는 책입니다. 열네 명의 철학자들을 열네 개의 챕터에서 다루고 있죠. (그것도 무려 500페이지나요!) 하지만 두꺼운 책을 읽어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자는 철학을 ‘고상한 교양(지식)’이 아닌, ‘유용한 리빙 포인트(지혜)’로서 소개하거든요. 그의 글 속에서 철학은 먼지 쌓인 책처럼 소장하고 수집되는 지식이 아닌, 일상에 손쉽게 접목할 수 있는 현명한 조언들로 변모합니다.     


저자는 우선 철학자를 설명하기 위해 기차(익스프레스)에 올라탑니다. 기차가 없다면 지하철이라도 타죠. (책의 9장에서 저자는 뉴욕의 지하철 F 노선을 타고 공자상을 보러 갑니다.) 기차류의 교통수단에 몸을 싣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철학자의 철학이 태동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죠. 저자는 기차를 타고 철학자와 관련된 주요 장소들을 여행하며, 내내 그의 삶을 반추합니다. 인류 보편적인 관점으로 한 철학자의 연대기를 되짚으며, 그가 직면했던 삶의 순간과 난관, 그리고 역경을 검토해 나가죠. 지혜를 끝없이 갈구할 수밖에 없었던, 종국에는 ‘철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에 대해서요.     


한 사람의 인생을 토대로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확실히 유용합니다. 그의 인생에는 그의 철학이 시작된 계기와 이유, 과정이 전부 녹아들어 있으니까요. ‘철학’이라고 불릴 만한 생각이 태동하게 된 앞뒤 맥락을 알고 나면, 까다로운 용어들, 뜬구름 잡는 것만 같던 사상들, 거만하게만 보였던 격언들이 더 이상 고지식하게 느껴지지 않죠. 철학자의 인생에서 철학은 더 이상 철학이 아닌 ‘그의 인생이 집약된 결과물’이니까요.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난해하게만 보였던 철학자들의 사상의 기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쇼펜하우어의 굴곡진 삶(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학계에서 마지막까지 외면받았던)을 읽고 나면, 그가 염세주의 철학과 ‘세계는 내가 만들어낸 생각에 불과하다’라는 생각에 집착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어릴 때부터 신동인 친오빠에게 밀려 ‘집안의 만년 2등’으로 살아야 했던 시몬 베유의 인생을 알고 나면, ‘관심과 기다림’을 키워드로 생각을 전개한 그녀의 철학에 공감하게 되죠. 36살에 단명한 아버지의 운명을 마치 자신에게 닥칠 미래처럼 생각하며, 만성적으로 병에 시달렸던 니체가 ‘영원회귀(하나의 삶이 계속 반복될 뿐이라는 생각)’를 주장한 것이 이상하지 않아 보이고, 교사직에서 해고되고 주변인들에게조차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소로가 돌연 숲으로 들어가 자연주의 철학자가 된 과정에 수긍하게 됩니다. 간디의 비폭력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처럼, 저자는 철학자의 인생을 통해 철학이 얼마나 일상과 밀착된 학문인지를, 아니, 학문이 아닌 ‘친숙한 생각’인지를 알려줍니다. 저자의 글 속에서 철학자는 상아탑에 고고한 얼굴로 박제된, 닿기 힘든 ‘석학’이 아닙니다. 우리와 똑같이 인생을 헤쳐 나가며 고민했던, 살과 뼈로 만들어진 인간일 뿐이죠. 난세에서 인류를 구원할 정답처럼 여겨졌던 철학이, 사실은 한 개인의 삶의 변곡점에서 만들어진, 지극히 사적인 고민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철학이 조금은 달리 보입니다.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하고 무거운 진리들이 아닌, 소박한 사담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죠.     


‘철학’이라는 생소한 학문과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철학이 궁금했으나, 철학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 늘 어렵고 두려웠다면, 이번 기회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어보길 권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철학’이 생각 외로 굉장히 평범하고 친숙한 학문이며, 철학자들이 더 이상 ‘꼬장꼬장한 이방인 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분명 누구라도 이렇게 외치고 있을 거예요. ‘철학, 거 별거 아니구먼! 그냥 다 사람 사는 얘기였네!’라고요.




이 책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던 이유


책방 그리고




< 우연히 만난 책들 >


책방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한 권씩 구매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책들을 그냥 묵혀 두기 아까워 책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 우연히 만난 책들 >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글 모음집입니다.

글에서는 책방에서 책을 고른 이유와 책에 대한 소소한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달 모나 Monah th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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