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다정한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p.696)
나는 밤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키고 알맞은 언어와 적절한 표현을 찾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살았어.” (p.53)
나는 그저 이 현실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뿐이다. 이 장소의 공기가 내 호흡기에 맞지 않는다, 라고 바꿔 말해도 될 정도로. (p.228)
매일의 혹독한 추위는 내게 색다르고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지금까지 알던 것과 ‘성분이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신선한 감촉이 느껴졌다. 어찌 됐건 내 인생의 자리가 바뀐 것이다. 바뀐 환경이 앞으로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당장은 확실하지 않을지언정. (p.330)
소년은 이 현실 세계와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다. 이 세계에 진정한 의미로는 뿌리내리지 않은 것이다. 임시로 매어 둔 ‘기구’ 같은 존재. 지상에서 살짝 떠오른 상태로 살고 있다. (p.535)
안경을 고쳐 쓸 때마다 조금씩 전과 다른 인간이 되어가는 듯 보였다. 바꿔 말해, 그는 시시각각 성장을 거듭하는지도 모른다. (p.760)
요컨대 진실이란 것은 일정한 어떤 정지 속이 아니라, 부단히 이행하는 형체 안에 있다. 그게 이야기라는 것의 진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p.767)
-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중 발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이런 자아의 생의 주기, 성장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착실히, 일궈 나가는 소설입니다.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