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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Jan 27. 2024

소란한 도시 한복판에서 만난, 식물의 서점

도심 속 작은 쉼터, ‘자연책방 소로’

소란한 도시 한복판에서 만난, 식물의 서점, 도심 속 작은 쉼터, ‘자연책방 소로’


오늘의 책방

도심 속 작은 쉼터, ‘자연책방 소로’    


책방 3줄 요약

1. 서울역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자연책방 
   기차를 기다리며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초록과 함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2. 서울에 몇 없는 ‘자연과 식물’ 전문 서점
   문학, 수필, 실용서, 전문서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연’ 주제로 하는 다량의 책을 보유 중이다.

3. 언제든, 누구에게든 열려 있는 공유서가
   최대 3시간까지 공유 서가의 책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참고로 입장료는 없다. 



 오늘의 소개할 서점은 도심 속의 작은 쉼터, ‘자연책방 소로’다.      

‘자연책방 소로’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 한복판에, 그것도 번잡하기로 유명한 서울역 근처에, ‘자연’을 테마로 한다는 서점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다. 매캐한 연기와 온갖 소음, 사람들이 밀집한 도시의 중앙부에서 자연을 테마로 하는 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일었다. 호기심이 인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호기심은 매번 예외 없이 날 서점이 있는 방향으로 떠밀었기 때문이다. 


서울역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자연책방      


‘자연책방 소로’는 서울역에서 도보로 불과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기차역 앞 작은 서점’이라는 말은 통상적으로 시골 역사와 그 앞에 있는 오래된 서점을 연상케 하지만, 오늘의 서점은 그 무엇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역은 기찻길 옆에서 수줍게 서 있는 작은 역사도 아닐뿐더러, ‘자연책방 소로’ 또한 2023년에 문을 연 새내기 서점이다.      


‘자연책방 소로’는 서울역 뒤편으로 이어진 ‘만리재로’에 위치해 있다. 한때는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었다던 만리재로 거리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울의 시간을 고스란히 머금은 낮은 건물들 사이로 ‘신식’ 상점들이 하나둘씩 섞여 있었고, 그중 몇몇 건물은 최근에 지어진 듯 건물 외벽부터 새로웠다. 여전히 오토바이들은 배달할 물건들을 잔뜩 짊어진 채로 남대문과 만리재로 사이를 분주하게 쏘다녔지만, 그들이 지나는 거리의 풍경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자연책방 소로’는 그런 변화의 바람과 함께 태어난 서점이었다. 서점은 키 낮은 건물들 사이, 언뜻 봐도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얀 건물의 1층에 있는 서점은 옛 정취를 흠뻑 머금은 주변 건물들과는 확연히 대비되었다. 그럼에도 이질적이진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기로 계획되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골목 어귀에 녹아들어 있었다.      



자연과 식물’ 전문 서점    

 

‘자연책방 소로’는 <월든>의 저자이자 자연 산책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소로처럼 좁고 느린 삶의 길(소로, 小路)를 소로소로(느긋하게 슬슬) 걸어가고 싶어 지은 상호라고. 이름부터 자연의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서점은, 지난 2023년 식목일(4월 5일)에 문을 열었다. (‘자연’을 테마로 하는 서점임을 알리는 귀여운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책방은 ‘식물’이라는 테마에 무척이나 충실했다. 우선, 문을 여는 순간부터 공간은 온통 초록이었다. 문양 하나 없는 하얀 순백색의 공간이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워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책방에서는 초록이 한없이 펼쳐졌다. 천장을 타고 내려오는 넝쿨들과 책장과 카운터에 자리를 잡은 식물들, 벽에 붙어 있는 화려한 화훼 도감까지. 아담한 공간 곳곳에는 식물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싱그럽게 뽐내고 있었다.     


책방의 책들 또한 대부분 ‘자연’이라는 너른 범주에 속해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자연’이라는 단일 키워드로 얼마나 많은 책들을 모을 수 있을까 싶겠지만, 그건 ‘자연’이라는 말이 가진 힘을 간과하는 질문이다. (‘대자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라는 주제는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방대하고도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 식물과 정원에 대한 에세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수필집, 비건 요리집, 환경 관련 각종 분야의 대중서(철학, 심리학, 인문서 등), 식물 도감과 같은 전문서를 비롯해 식재 관련 전문서와 실용서,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과 그림책까지. ‘자연’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이렇게 많은 장르와 작품이 가지를 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책방에는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있었다.      



언제든누구에게든 열려 있는 공유서가     


몇백 권은 족히 되는 책들은 세 개의 서가에 정리되어 있었다. ‘자연책방 소로’의 서가는 ‘전시 서가, 공유 서가, 헌책 서가(중고 서적 서가)’로 구분되어 있는데, 전시 서가는 매달 책방지기님께서 소개하고픈 책들을 선별해 전시하는 공간이고, 공유 서가는 문자 그대로 누구나 책을 마음껏 뽑아 읽을 수 있는 ‘공유된’ 책장이며, 판매 서가는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하는 중고 서적, 헌책들을 판매하는 책장이다.      


지금은 셋으로 나뉘어 있는 공간이지만, 본래 책방의 서가는 전시 서가와 공유 서가, 두 곳뿐이었다고 한다. 이쯤에서 서점의 이력을 잠시 공개하자면, ‘자연책방 소로’는 공유 서가로 출발한 서점이다. 현재도 판매보다는 공유 서가에 주력하여 공간을 운영하는 중이지만, 처음에는 판매 서적 없이 온전히 공유 서가만 운영했다고 한다. 입장한 후에 3시간 동안 무료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동네의 작은 문화 공간으로 운영했다고. (입장료도 없었다. 입장료는 사실 지금도 없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적어도 책방지기님을 만났을 당시에 들었던 바로는 그러했다.)     



처음에 책방지기님은 단순 문화 공간으로만 책방을 운영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도 판매하지 않았고, 책장의 책들 또한 새로 들이는 대신 소유하고 있던 책들로만 채웠다고. 그런데 마침 조경학을 전공했다 보니 책장의 책들이 대부분 자연에 관련된 것이었고, 책방의 컨셉 또한 매우 ‘자연’스럽게 ‘자연’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연’이라는 독창적인 컨셉을 갖게 된 후에는 자연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들이 오가게 되었고, 그들 중 몇몇이 책방의 책들을 ‘판매하지 않으시겠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같은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당연스레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다. 더군다나 책방에는 절판된 책들과 식물 관련 전문 서적들이 더러 있었던 터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그 책들이 탐이 났으리라.      


하지만 여전히 책 판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책방지기님은 책방에서 책을 판매하는 대신에 온라인 서점을 열어 책들을 한두 권씩 상품으로 올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시스템이 완전히 굳어져 온라인으로만 책을 판매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전히 책방에는 판매용 책들보다 공유 서가의 책들이 더 많다. 심지어 공유 서가의 책들은 색깔별로 화려하고도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카테고리별로 정리된 판매 서가와는 확연히 다른, 책방지기님의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책장이었다.      


 

책방에 들르면 어김없이 고르는, ‘책방의 책     


책방의 책들을 한참 구경하다 나는 마지막에 책방에 들른 목적을 슬그머니 내비쳤다. 이번 책방이 내 호기심을 유독 자극했던 이유는 최근 들어 ‘식물’이라는 주제에 큰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식물을 기르는 데 큰 소질도 없고, 관심도 없던 내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돌변하게 된 건, 순전히 최근 쓰고 있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 글로 처음 나라는 사람을 접하게 된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글의 저자는 가끔 마음 내킬 때마다 책을 한 권씩 내고 있다. 장르는 대부분 예외 없이 소설이다.)     

 

식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식물에 관련된 이야기를 쓰려니 지식의 한계를 느꼈을 터, 난 당시 식재나 식생과 관련된 책에 깊은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서점에 가서 책들을 둘러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기본기가 없던 터라 어떤 책이 좋은지 변별하는 눈조차 없어서 구매를 번번이 미루기만 했었다. 당시 내게 가장 필요했던 건 ‘제대로 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전문가’였다. 그런데 어머나, 책방지기님이 조경학을 전공하셨다니. 이보다 더 제대로 된 전문가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책방지기님께 사정을 설명하고 책 추천을 부탁드렸다. 책방지기님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들을 주르륵 늘어놓으셨다. (역시 전문가가 최고다.) 여러 책들이 있었지만, 그중 내게 가장 필요했던 책은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오경아 지음)>과 <올 댓 허브(박선영 글, 그림)>이었다. 두 책은 현재 내 책장에 꽂혀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아주 좋은 조언자가 되어 주고 있다. 물론, 자료 조사를 위해서는 두 권의 책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서칭과 전문 자료들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눈높이에 맞는 책을 구했다는 게 어딘가. 아직까지도 난 책방에 들르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서점을 나서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이 드넓은 서울에는 왜 자연을 테마로 하는 서점이 이토록 없는 것일까? (자연과 힐링을 테마로 하는 카페는 그토록 많으면서) 물론, 누군가에게 이 질문은 수지타산 계산 못하는 전형적인 ‘문과의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여전히 서점이라는 공간이 지닌 태생적 한계, 운영이나 경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테마의 서점이 등장하는 현재, 식물과 자연 관련 서점이 등장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특히나 식물(특히 나무)은 매우 우습게도 책과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니 둘을 연결 짓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덧없는 사견은 이만 줄이며, 혹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자연을 테마로 하는 책방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서울역 근처의 ‘자연책방 소로’를 추천한다. 꼭 자연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기차를 기다리다, 혹은 기차를 타고 오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간이 남을 때에도 잠시 들르기 좋은 서점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명분이 없어도 괜찮다. ‘자연책방 소로’는 바쁘고 소란한 도심 속,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조용한 초록의 쉼터다. 그러니 책에 관심이 많다면, 책방을 좋아하기만 한다면, 특별한 이유 없더라도 한 번쯤 기웃거려 보길 추천한다. 다른 책방에 들르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연책방 소로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robooks/

자연책방 소로 온라인 중고서점 (네이버)

https://smartstore.naver.com/sorobooks

자연책방 소로 온라인 중고서점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5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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