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용 시인 시집(<제목은..(후략)>), ‘독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나는 저 사람이 나를 기억하게 하는 법을 알고 있어
저기 저 종을 울리면 돼
종소리 하나에 나는 고작 침을 흘리지만
저 사람은 매번 나를 떠올릴 거야
그걸 기억하렴
누군갈 길들일 때는
너도 길들여질 거라는 걸
(시 “개의 파블로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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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면
나는 꽤 괜찮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어디가 아프냐 묻고
어떻게 아프냐 묻고
언제부터 아팠냐 묻고
병원에서 첫 번째로 받는 치료는
바로 저 물음들이라는 걸
나는 어른이 되고서 알았다.
(시 “병원” 중)
- 엄지용 시집, <제목은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제 이름도 제가 정하지 못한 걸요> 중 발췌
책 하나 거꾸로 들었다는 시선이 두려워 정작 나를 거꾸로 두고 살고 있진 않은지 경계합니다. 경계를 두지 않으면 경계할 필요 없고, 구분 짓지 않으면 구분 지을 필요 없다는 걸, 서른여섯을 앞둔 겨울에도 배워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