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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Oct 14. 2022

6. 물가에서 생긴 일

나의 작은 아기 사자 : 달작가 글뚜레의 소설(이야기책) NFT



6     



나는 사자들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그들이 움직이면 함께 갔고, 그들이 멈추면 차를 세웠죠. 사자 무리는 곧 강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강렬한 태양 아래 다들 목이 탔는지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강에 코를 박고 물을 들이켰습니다.     


하지만 물가로 몰려드는 다른 사자와 달리, 나의 작은 아기 사자는 강에 쉬이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어린 사자에게는 수많은 포식자가 있습니다. 사자에게 천적이 없다고 하는 건 그들이 무사히 성장을 마치고 난 후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모든 아기들에게 공평하게 험악하지요. 종을 막론하고 세상에 처음 나온 모든 숨 쉬는 것들은 보호의 그늘을 필요로 합니다.     


강 안에 서식하는 악어는 아기 사자의 수많은 천적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강에서 목을 축일 때 어미 사자는 늘 아기 곁에 바싹 붙어 보초를 서지요. 악어가 혹시나 그들의 아기를 낚아채 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어미의 풍요를 누리는 건 아닙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처럼요. 그는 모두가 물가의 휴식을 만끽하는 동안 강 근처를 맴돌기만 했습니다. 자신을 봐 달라는 듯 안절부절못하는 걸음으로 어른 사자들의 꼬리 근처를 오갔죠.      


아기 사자가 머뭇거리는 사이 목을 축인 사자들은 풀밭으로 가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뒹굴거리며 풀 내음을 만끽하기도 했죠. 이제 물가에는 사자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아기 사자는 사자들의 꽁무니를 줄기차게 쫓았지만, 그들은 조그마한 사자를 보지 않았습니다.     


아기 사자는 하는 수 없이 근처로 눈을 돌렸습니다. 주변에 얕게 고인 흙탕물로 다가가 목을 조금 축였죠. 마실만 했다고 판단했는지 이내 허겁지겁 물을 들이켰습니다. 먼지가 잔뜩 고여 있었지만, 아기 사자는 투정하지 않았습니다. 목을 축일 수 있는 유일한 물이었으니까요.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했는지 그는 풀숲으로 걸어가 사자들 곁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앞발 사이로 코를 밀어 넣은 채 눈을 감았죠.     


“미스터 지. 해가 지고 있어요.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지지직거리는 무전이 날아왔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 가죠. 아직 필요한 장면을 다 찍지 못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촬영을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저는 내일도 일정이 있어요. 대충 정리하고 갑시다.”


코디의 답변. 무전에 무언가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끄고 창문 밖으로 팔을 내밀어 알겠다는 손짓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쌌습니다. 고정해 둔 카메라를 해체하고 렌즈를 분리해 두꺼운 완충재가 든 가방 안으로 조심히 밀어 넣었습니다. 트렁크에 짐을 넣으려고 잠시 차에서 내렸을 때 뒤차의 운전석에 앉아 있던 코디가 소리쳤습니다.      


“미스터 지, 빨리 차 안으로 들어가요. 빨리요!”     


그는 다급하게 손짓했습니다. 내 어깨 너머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죠. 고개를 돌리자 사자들이 보였습니다. 수사자를 필두로 한 사자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재빨리 발을 놀려 차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사자의 걸음은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곧 비릿한 동물의 체취가 창문 틈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차 문밖으로 그들의 털이 스치는 소리도 났습니다. 황급히 옆좌석의 물건들을 뒤졌고, 길쭉한 곤봉을 손에 쥐었습니다.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호신용 곤봉이었죠. 난 곤봉을 손에 쥔 채 의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가늘게 숨만 쉴 뿐이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그들은 우리에게 큰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린 수사자 하나가 헤드라이트에 볼을 부볐고, 암사자 몇 마리는 트렁크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게 전부였죠. 코를 킁킁대며 차의 이곳저곳을 냄새 맡던 그들은 이내 발길을 돌렸습니다.      


조금씩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나직이 숨을 내쉬었습니다. 촬영하면서 동물이 다가온 일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게 사자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의자에 몸을 기댔습니다. 곤봉을 조수석으로 던져버렸죠. 너털웃음이 터졌습니다. 사자를 찍는 놈이 사자를 이토록 무서워하다니. 스스로 기가 찰 노릇이었죠.     


에휴, 집에나 가자. 외치며 핸들을 붙잡았을 때,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상에.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그는 아직 그곳에 있었습니다. 목을 축인 사자들이 잠시 몸을 누인 곳. 모래와 풀들이 뒤엉킨 작은 둔덕에 털 뭉치 하나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습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 

무리 중 누구도 그를 깨우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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