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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Oct 14. 2022

7. 낙오가 남긴 것

나의 작은 아기 사자 : 달작가 글뚜레의 소설(이야기책) NFT



7



붉은 하늘은 빠르게 색을 잃어 가고 있었습니다. 곧 해가 질 것입니다.      


“이제 이동하죠, 미스터 지.”     


무전이 울렸습니다. 나는 아기 사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핸들을 그러쥐었습니다. 아무 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그는 버려진 헝겊 인형처럼 풀밭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온전치 못했겠지요. 그는 지칠 대로 지쳤을 겁니다.      


“미스터 지? 미스터 지, 응답해요.”     


한참 동안 답이 없자, 코디가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무전을 들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책의 글귀들과 다큐멘터리의 장면들을 빠르게 되짚고 있었죠. 낙오된 아기 사자. 무리에서 떨어진 아기 사자는 결국.

죽습니다.     


험준한 어둠 속에는 아기 사자를 환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이에나부터 표범까지. 야생의 밤은 양질의 단백질 덩어리인 아기 사자를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찼습니다. 무전이 계속해서 날아들었지만, 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몇 번의 대화를 시도하던 코디는 무전에 대고 말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뒤차의 문이 열리는 소리.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 차창 유리를 가볍게 노크하는 두툼하고 거친 손. 나는 창문을 내렸습니다.      


“뭐 하자는 겁니까? 안 갈 거예요?”     


코디가 물었습니다. 신경질적인 말투.      


“아기 사자 하나가 낙오됐습니다. 무리가 그를 버리고 갔어요.”      


나의 답변에 코디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야생에서 낙오는 죽음만큼 흔한 일입니다. 코디는 다큐멘터리 촬영팀을 수십 번도 넘게 가이드한 사람입니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그의 눈앞에서 스러졌을까요.      


"야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스터 지. 이제야 진정한 야생을 보셨군요."     

 

그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사자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얼룩말의 목을 물어뜯을 때도 건네지 않던 말이었습니다. 코디는 당장 시동을 켜라는 말만 남기고는 자기 차로 되돌아갔습니다. 뒤차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멀찍이서 진동하는 엔진을 들으며 나는 차 열쇠에 손을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차마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열쇠를 돌리려고 하면 할수록,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나는 결국 무전을 들었습니다.     


"먼저 가십쇼."      


왓? 짜증 섞인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먼저 가라니요?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해가 질 겁니다. 이곳에서 밤을 새자는 말입니까, 미스터 지? 난 야간 장비도 없습니다. 고작 아기 사자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를 곤경에 빠트릴 셈입니까?”     


고함에 가까운 코디의 목소리. 그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야생의 밤은 아기 사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녹록지 못한 곳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차마 돌아가겠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둠이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 채 색색거리며 잠든 아이. 드넓은 황량함 한복판에서 위태롭게 고요함을 거니는 저 작은 아이를 두고 어떻게 돌아설 수 있을까요.     


“고작 아기 사자 하나 때문이라 미안합니다. 정 그러면 날 여기 두고 가십쇼. 난 침낭이 있어요. 이거면 충분합니다. 물도 넉넉하고 비상식량도 있어서 괜찮을 거예요. 호신용품도 몇 가지 들고 다니니 정 필요하면 사용하겠습니다. 차 안에 있으면 안전할 겁니다. 하룻밤 정도는.”     


오 마이 갓. 알 수 없는 외국어가 무전을 타고 흘러 들어왔습니다. 그는 무전을 끄지도 않은 채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에 대고 그는 한참을 떠들어댔습니다. 말들을 쏘아붙였습니다. 언성이 높아진 걸 보니 약간의 다툼이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는데, ‘위험하다, 무슨 소리냐, 장비, 중요.’ 정도였습니다. 아. ‘주제넘었다는 데 동의한다’라는 말도 있었군요. 그리고 반복되는 ‘하지만, 하지만’ 또 하지만. 짧은 단어들이지만, 어쩐지 그의 말을 전부 엿들은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들었고, 오케이.를 끝으로 대화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미스터 지 말대로 하죠. 대신에 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알아 두세요. 혹시라도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생기거든 그건 내 책임이 아닙니다.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코디의 말에 나는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무전을 끊으려다 말고 덧붙였습니다.     


"지금 이렇게 고집부리는 거.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당신네 팀에 백업 멤버를 요청했지만, 누구도 오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미스터 지, 중요한 장비 하나를 가져갔다면서요. 당신 팀에서 그러더군요. 당신이 안전하지 못할 거 같으면 당신 차에서 장비라도 가져오라고. 화가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그런 말을 서슴지 않는 걸 보면. 물론, 난 장비만 가져가지는 않을 겁니다. 내일 아침까지 장비도 당신도 모두 안전하길 바라니까요.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아기 사자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선택이 더 이상 당신을 집어삼키지 않길 바랍니다. 행운을 빌어요. 내일 보죠.”     


무전이 끊기고 뒤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는 조롱 섞인 눈으로 나를 쳐다봤을까요. 측은한 눈으로 바라봤을까요.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진심으로 괘념치는 않았습니다. 내게는 잠깐의 수치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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