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아기 사자 : 달작가 글뚜레의 소설(이야기책) NFT
“갈망하는 걸 들키기 어려운 거 알아. 갈망은 얼굴에 새겨진 낙인 같은 거라서.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가 않지. 갈망을 감출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해. 갈망은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 따위가 아니야.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다는 구걸이지. 구걸은 선택이 아니야. 본능이지. 조금이라도 넉넉하다면 갈망 따위는 하지 않거든.”
저만치서 가루우유를 탄 물을 챱챱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랜만에 접하는 영양분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는 듯, 아기 사자는 황급히 그릇을 비워냈습니다. 아기 사자는 아쉬운 얼굴로 그릇을 훑었습니다. 조그만 입으로 자꾸만 핥았습니다. 바닥까지 깨끗해진 접시를 집어 들었습니다. 아기 사자는 조금 떨어져서는 여전히 그릇만 쳐다보고 있었죠. 나는 두 번째 우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갈망이 새긴 낙인이 무서운 게 뭔지 알아? 네가 올바로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거야. 갈망이 만든 공포는 거대해서 네가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사실조차 잊게 하지. 갈망을 채우는 게 먼저니까. 구걸하는 네 모습 따위가 어떤지 신경조차 쓸 수가 없게 되어 버리는 거야.”
우유가 출렁출렁 움직입니다. 아슬아슬하게 회오리를 돌며 그릇을 맴돕니다. 언제 넘쳐도 이상하지 않은 불안정한 몸짓으로 일렁입니다.
“십 년을 쫓아다녔다고. 십 년을. 내게도 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 큰 걸 바라진 않았어. 나와 가족이 머무는 공간. 그 정도뿐. 그 정도는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갈망했지. 약자가 되는 건 대수가 아니라 생각했어. 하루를 벌어먹을 수 있는 놈은 진정한 약자가 아니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아니더라. 그건 갈망이 만든 덫이었어. 난 그 덫에 걸려든 거고.”
한 손에 숟가락을 꽉 쥔 채 흔들리는 액체의 표면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거센 요동은 멈출 줄을 몰랐죠.
“하루만 차에 머물겠다 했어. 며칠도 아닌 하루만.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길길이 날뛰더라. 장비 점유한다고. 멋대로 행동한다고 나가라고 하더라. 나를 바보로 아는지 원. 똑같은 장비 이미 서너 대 구비하고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임의로 야간 촬영을 진행하는지를 뻔히 아는데. 끝까지. 정말 끝까지. 그냥 솔직하게 새 사람 뽑았다고 얘기를 할 것이지.”
숟가락을 쥐고 있던 손에 주르륵 힘이 풀렸습니다. 손가락 밑에 진득하게 고이는 액체. 손톱 사이로 밀려드는 미세한 하얀 가루들. 거추장스러운 차가움. 불뚝 짜증이 났습니다. 모래벌판 한가운데서 가루우유나 타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졌습니다.
“이게 다 갈망을 들켜서야. 그러니까 잘 들어. 갈망을 절대 들켜서는 안 돼. 절대로! 초라한 부모는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갈망. 고작 멍청한 갈망 때문에!”
쥐고 있던 수저를 집어던졌습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고양되어 저지른 실수였지만, 아기 사자가 그걸 알 리가 없었죠. 아기 사자보다 더 놀란 건 나였습니다. 미안한 얼굴로 아기 사자를 보았습니다. 그가 도망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아기 사자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요.
소리를 버럭 지른 내가 이상했는지, 아기 사자는 귀를 납작하게 내리고서 나를 가만히 살폈습니다. 소리가 잠잠해지자 그는 슬그머니 엉덩이를 뗐습니다. 코를 벌름대며 주변을 탐색했습니다. 모래밭을 조금 걷던 그는 원하던 걸 발견한 듯했습니다. 내가 던진 간이 수저. 그는 그걸 찾고 있던 겁니다. 수저에 묻은 우유 몇 방울. 그는 간절한 얼굴로 그걸 핥았습니다. 우유는 금세 사라졌지만, 아기 사자는 개의치 않았죠. 작은 수저에 코를 처박고는 갈급하게 핥아 댔습니다. 핥고 살피고, 핥고 살피면서 우유의 흔적을 연신 확인했습니다.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거친 땅바닥에 볼을 비벼대며 작은 수저에 매달리는 그를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영리한 아이라 생각했는데. 저게 뭐라고. 우유 몇 방울이 대체 뭐라고. 자기 앞발보다도 작은 수저에 저리도 집중하며 매달리는지. 식도가 쓰려 도저히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갈망을 들켜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
호된 호통에 아기 사자는 놀란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습니다. 어리둥절한 그의 표정. 초점이 희미해진 눈망울에 화가 끓었습니다.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기는 한 거야?”
중요한 얘기였는데. 그에게 꼭 필요한 얘기였는데. 내 말을 조금도 듣지 않은 그의 태도에 속이 부글거렸습니다. 우스운 광경이라는 거 압니다. 아기 사자가 내 말을 이해했을 리도 없겠죠. 하지만 당시 나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따위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은 사람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으니까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거리낄 것도 없었죠.
아기 사자는 멍하니 날 쳐다보았습니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올려다보았죠. 나는 여전히 식식대고 있었습니다. 아기 사자는 갑자기 바쁘게 주변을 살폈습니다. 내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 저편을 보며 귀를 재차 움직였죠. 마치 무슨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요. 완벽한 딴청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애원하듯 말하고 있었죠.
“알아. 모두에게 중요한 얘기는 아니야. 하지만 너에게는 정말 중요한 얘기야. 그러니까 하는 거야.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야. 너는. 너도 알잖아. 네가 어떤지. 너는. 그러니까 너는...”
빠르게 쏟아내던 말에 급한 제동이 걸렸습니다. 모르는 척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아기 사자의 얼굴이 서글퍼졌습니다. 처절한 소리의 공백.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입만 뻐끔거렸습니다. 아기 사자가 나를 흘긋 쳐다보았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군요. 이어지는 또 한 번의 딴청. 그는 매우 집중하여 주변을 살폈습니다. 마치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래 맞아.”
작은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가 맞았습니다.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내가 뭐라고 아기 사자에게 훈수를 두고 있는 걸까요. 나도 찾지 못한 답을. 비겁하게 어린 핏덩이의 삶을 커닝하려 했으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나 봐. 그렇지? 어쩔 수 없는가 봐. 약하니까. 너도. 나도. 선택지 없이. 다만 고마워해야겠지. 우리한테는 이게 최선일 테니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앞날을 미리 스포해 버려 미안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살아야 할 거라고. 네게 다른 선택지는 없을 거라고.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말해 주어야 했습니다. 그의 미래는 곧 나의 현재일 테니까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습니다. 쇠와 돌이 세차게 부딪치는 카랑카랑한 소리. 아기 사자가 숟가락을 발로 차 버렸는지, 코로 던져 버렸는지. 철제 숟가락이 저만치서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아기 사자는 약이 바짝 오른 얼굴로 숟가락을 노려보고 있었죠.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그를 쳐다보던 나는 곧 입을 열었습니다.
“화낼 거 없어. 힘든 거 알지만, 언젠가 당연한 일이 될 거야. 그때 되면 너도 나처럼 받아들이게 되겠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위로랍시고 건넨 말이었지만, 아기 사자의 반항만 거세게 만들 뿐이었죠. 그는 점점 몸을 납작하게 웅크리며 등을 곧추세웠습니다. 나는 그 몸짓의 의미를 알고 있었습니다. 하이에나와 마주했던 아기 사자의 몸짓. 그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습니다. 엉덩이를 바짝 세우고는 눈을 치켜떴습니다. 드러나는 이빨. 가늘어진 눈. 잔뜩 주름진 콧등. 그 사이로 번뜩이는 화. 아기 사자는 나직하게 그르렁댔습니다.
‘허튼소리 하지 마.’
맹수의 짙은 분노는 그렇게 외치는 듯했습니다. 아기 사자가 한 걸음씩 내게 다가왔습니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에 눌려 나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습니다. 아기 사자가 다시 으르렁댔습니다. 침이 한 방울 그의 턱을 타고 흘렀습니다. 뒤꿈치에 물병의 촉감이 느껴졌습니다. 물이 가득 든 무거운 철제 병.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나는 휘청였습니다. 발을 질질 끌다 그대로 나자빠졌습니다.
사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정확히 내 정강이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급하게 몸을 웅크리려 했습니다. 다리를 움켜쥐려고 팔을 뻗었습니다.
뱀이 눈에 들어온 건 그때입니다. 본능적으로 몸을 감추려 버둥거리고 있을 때. 눈앞에 굵고 긴 무언가가 보이더군요. 그는 내 눈앞을 유유히 지나쳤죠. 그는 우리의 근처를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소리조차 듣지 못했으니까요. 나보다 감각이 뛰어난 맹수. 그는 이미 알았겠지요. 아기 사자의 당황스러운 행동들이 갑자기 이해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해가 된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뱀은 우리 근방을 빙글빙글 돌며 조용히 자신만의 장막을 만들고 있었죠. 헤드라이트가 만든 빛의 공간과 야생의 어둠을 거닐며 여유롭게 우리를 살폈습니다. 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죠. 어쩌면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미 확신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냥은 이미 성공했다는 걸.
뱀이 곁눈으로 나를 훑더니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몸이 한없이 경직되었습니다. 뱀에 대비하는 방법을 수없이 들었지만, 그건 단지 이론이었을 뿐입니다. 막상 현장에 닥치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더군요. 흙이라도 한 움큼 쥐었어야 했는데, 몸을 잔뜩 웅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뱀이 몸을 꼿꼿이 세우는 모습을 끝으로 나는 고개를 무릎 사이로 쳐박아 버렸습니다.
아기 사자가 덤벼든 건 그때입니다. 뱀의 꼬리를 정확히 공격했지요. 공격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뱀의 꼬리에 난 두 개의 날카로운 구멍이 모든 걸 짐작하게 했습니다. 뱀의 신경질적인 쉿소리와 아기 사자의 고함이 맹렬하게 맞붙었습니다. 잔뜩 겁을 집어먹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서는 배기질 못하겠더군요. 아기 사자의 목소리를 듣고서 차마 벌벌 떨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본 아기 사자는 나와 딴판이었습니다. 패배를 직감한 나와는 달리, 아기 사자는 태생부터 지니고 있던 두 가지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이글거리는 이빨 사이로 넘실대는 분홍색 혀. 한껏 벌어진 발가락 사이로 희번덕거리는 발톱들. 그는 한 치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양손으로 쥐면 부서질 것 같은 아기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아직 자라는 중인 사자가 있을 뿐이었죠.
아기 사자가 포기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챈 뱀은 성가시다는 듯 혀를 날름댔습니다. 나와 아기 사자를 번갈아 흘긋거리던 뱀은 고고한 몸짓으로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빛의 공간의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우아한 몸놀림. 그는 타겟을 바꾸었습니다. 그의 시선은 이제 아기 사자에게 고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뱀은 입을 커다랗게 벌렸습니다. 쩍 벌린 입 사이로 잔뜩 약이 오른 두 개의 구멍이 보였습니다. 그건 독을 뿜겠다는 강한 의지였습니다.
“어어어어 안돼!”
정신 놓고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습니다. 근처에 나뒹구는 물병을 질질 끌고 왔습니다. 물이 바닥에 흩뿌려져 모래 여기저기에 짙은 흔적을 남겼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물병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습니다. 아쉽게도 빗맞았죠. 뱀의 허리를 가볍게 치고 바닥을 굴렀습니다. 아쉬워할 틈은 없었습니다. 빈 그릇과 접이식 숟가락, 자갈들을 손에 닿는 대로 집어 사정없이 던졌습니다. 뱀은 약이 바짝 오를 대로 오른 얼굴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내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뒤를 흘금 살폈습니다. 지프차 문까지 거리를 계산했습니다. 짧은 순간에 멀지 않은 거리를 현명하게 이동할 경우의 수를 빠르게 계산했습니다. 어둠.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게 절대 불리한 조건이지만, 뱀과 맞서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마지막 도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일이 잘못되어 뱀에게 물리게 되어도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할 걸 알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아기 사자뿐이었고, 이 방법이라면 그는 적어도 안전할 테니까요.
주머니에서 에너지바를 꺼냈습니다. 지열과 내 몸에 눌려 흐물거리는 에너지바를 움켜쥐었습니다. 비닐이 우그러지며 소음을 냈습니다. 나는 일부러 양손으로 에너지바를 쥐고 시끄럽게 비볐습니다. 뱀에게 보란 듯이 내보였습니다.
소리에 반응한 뱀이 서서히 움직였습니다. 일부러 발을 쾅쾅 밟으며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뱀은 이미 아기 사자 따위를 잊은 지 오래였습니다. 잔뜩 성이 난 채로 나라는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를 탐했습니다. 조금씩 뒷걸음질하며 나는 그의 요구에 응했습니다. 다 녹아버린 에너지바를 가볍게 살랑대며 그를 유혹했습니다. 뱀은 홀린 듯이 나를 따랐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빛의 공간에서 벗어났습니다.
어둠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걸음을 빨리했습니다. 지체할 새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자비란 없으니까요. 지프차의 곁으로 다가가 조수석 문을 열었습니다. 다급하게 팔을 밀어 넣고 더듬었습니다. 늘 가지고 다니던 곤봉. 매끈하고 길쭉한 나의 유일한 무기. 울퉁불퉁한 물건들 사이로 손을 휘저으며 간절히 그를 찾았습니다. 그 찰나에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릅니다. 제발. 제발. 제발. 평생 알았던 온갖 종교의 문장들이 난무했습니다. 마침내 조수석 바닥에 깊이 침잠해 있던 곤봉이 손에 닿았을 때, 나는 알았습니다. 나의 기도가 하늘에 가 닿았음을.
……
그다음에는 유혈이 낭자하는, 지저분한 이야기들뿐입니다. 곤봉에 미친 듯이 휘감겼던 뱀과 그걸 밀쳐내던 나의 거친 팔. 그리고 아기 사자.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그는 용맹했습니다. 그는 나와 뱀을 쫓아 어둠 속을 걸었습니다. 한 시도 뱀을 놓친 적이 없었죠. 내가 뱀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자, 그는 뱀의 꼬리를 노렸고. 곤봉을 거칠게 내리치자, 잔뜩 세운 발톱으로 뱀의 표피를 할퀴었습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그는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건 우리가 온전히 함께 한 전투였죠. 영광스럽게도 아군 중 낙오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셋은 거의 동시에 땅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둘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하나는 그렇지 못했죠. 뱀의 고개가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습니다. 뱀의 마지막 숨이 사라지는 걸 보며 난 곤봉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습니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죠. 아기 사자도 기진맥진한 얼굴로 배를 땅에 대고 누워 가쁘게 숨을 내뱉었습니다. 아기 사자와 나는 경쟁적으로 숨을 삼키고 내뱉었습니다.
누가 먼저 웃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지는 않겠죠. 우하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 거친 호흡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뒤로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향해 크게 웃어 제꼈습니다. 살아있다는 쾌감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혀를 잔뜩 빼물고 있던 아기 사자도 덩달아 헥헥댔습니다. 헥헥헥헥헥. 헥헥헥헥헥. 그건 배를 잡고 구르는 폭소였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세상이 떠나가라 웃어버렸습니다. 거리낄 것 없이. 눈치 볼 것 없이. 우하하 헥헥. 우하하 헥헥. 우하하하하하 헥헥헥헥헥. 우하하하하하 헥헥헥헥헥.
사바나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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