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나는 우리카드인대, 왜 BC카드로 나오지?
오늘도 어김없이 커피 한잔을 시킨 뒤, 영수증을 받아습니다.
내민 것은 우리 은행의 체크카드, 하지만 영수증에 적혀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비씨 EDC"
"도대체 무슨 일이지?"라고 한다면..여러분은 결제 산업에 평생을 이바지할 자격이 있으십니다.
(저는 아닌거 같아요ㅎ)
이는 결제를 진행하는 그 과정에 있는 수 많은 플레이어 중 발급사(Issuer)와 매입사(Accepter) 때문인대요.
오늘은 이를 한번 가볍게 나눠볼까합니다 :)
발급사는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발급해주는 은행이나 카드사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카드 브랜드요!)
고객의 신용을 평가해 한도를 정하고, 결제 요청이 들어오면 “이 고객이 돈을 낼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승인과 청구, 연체 관리까지 모두 발급사의 몫이죠. 즉, 발급사는 카드 사용자의 금융 생활을 책임지는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매입사는 상인(가맹점)을 지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입사는 단말기를 보급하고, 가맹점이 받은 결제 요청을 카드 네트워크로 전달해주며, 최종적으로 결제 대금을 정산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이 “안심하고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파트너인 셈이죠.
저도 처음에는 "굳이 왜 분리되어 있는거야"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카드의 경우는 "카드사"가 없었기도 하니까, 카드사 중 하나인 BC카드가 매입을 대행하기 때문인가? 인프라의 이슈일까? 싶었는대요.
실제로 한국의 신용카드사들은 발급과 매입을 모두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두 역할이 분리된 경우가 더 흔하다고 합니다. 발급사는 고객 신용 관리에 특화되어야 하고, 매입사는 수많은 가맹점망을 관리하고 정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두 역할을 분리하면 각각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또 발급사끼리 / 매입사끼리 경쟁이 생겨 더 나은 조건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카드 산업이 진작부터 발전해온 해외에서도 물론 한 회사가 발급과 매입을 동시에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merican Express, Diners Club, Discover 같은 회사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발급·매입·네트워크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3-party 모델’을 가지고 있죠. 구조가 단순해 정산이 빠르고 고객·가맹점과 직접 맞닿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쟁이 적어 수수료가 높은 편입니다.
반대로 Visa나 Mastercard는 발급사와 매입사가 분리된 ‘4-party 모델’입니다. 소비자는 여러 발급사 카드 중 혜택이 좋은 것을 고를 수 있고, 가맹점은 여러 매입사 중 수수료나 정산 조건이 나은 곳을 택할 수 있습니다.
대신 절차가 복잡해지고, 해외 결제에서는 환율·국제 수수료 같은 추가 비용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발급된 Visa 카드를 들고 한국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결제한다고 해보죠.
발급사는 미국 은행
매입사는 한국의 카드사
중간에는 Visa라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승인 신호가 태평양을 건너왔다가 돌아가는 사이, 환율이 적용되고, 국제 브랜드 수수료가 붙습니다. 그래서 해외 카드를 쓰면 명세서에 ‘국제 수수료’가 찍히는 것이죠.
그래서 발급사는 해외 VISA/MASTER/AMEX 등이 될 것이고, 매입사는 국내 카드사인 신한이나 롯데카드 등이 되는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왜냐면 국내 가맹점은 국내 카드사에게 수수료 정산을 받아야하니깐요.
발급사는 고객을 혜택을 책임지고, 매입사는 가맹점의 정산을 책임집니다.
둘이 같으면 구조는 단순해지지만 경쟁은 줄고, 둘이 다르면 구조는 복잡해지지만 시장은 넓어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 체감되지 않지만, 가맹점이나 결제 사업자 입장에서는 누가 발급사이고, 누가 매입사인가가 비용·속도·편의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을 보니
이 산업은 어쩌면 극한으로 고도화된 효율의 집합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일을 하면 할 수록,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느껴질 수 밖에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