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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이야기#9 : 어차피 버릴건대, 영수증은 왜..?

그저 버려지는 종이가 아닌 그 무언가

by 모나미연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도 따라오는 얇은 종이 한 장. 받자마자 버리기 일쑤인 그 종이, 도대체 왜 아직도 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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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은 종이는 오프라인 결제의 ‘마지막 인터페이스’이자,

소상공인 시장의 가장 오래된 데이터 포맷입니다.


결제를 관리하며 사장님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누군가에겐 쓰레기일 뿐인 이 영수증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대요.


오늘은 그 "영수증"에 대해 이야기를 매우 "가볍게" 해볼까 합니다.





거래를 증명하기 위한 그저 종이 : 영수증의 시작


영수증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이 거래가 실제로 일어났음을 증명하는 것.”


지금처럼 결제 데이터가 별도 데이터 베이스나 클라우드에 남지 않던 시절엔,

영수증이 곧 회계를 위한 유일한 ‘근거’였습니다.


사업자가 물건을 사서 비용 처리할 때,

세무서에 제출할 매입 증빙 서류가 바로 영수증이었죠.


영수증 한 장이 "매입세액 공제의 기준"이었고, "비용 인정의 근거"였습니다.
세무조사 때 영수증이 없으면 ‘없는 거래’로 처리되기도 했으니깐요.

그래서 사장님들에겐 “영수증 꼭 받아가세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세무 생존을 위한 습관이었던 셈입니다.

caption.jpg 과거 영수증 주고받기 운동까지...


그래서 POS가 막 도입되던 시기(1990 ~ 2000년대)에서 "POS와 연결된 프린터"의 입지는 완벽했습니다.


카드 결제가 실제로 승인되더라도, 영수증이 출력되지 않으면 "결제가 성공했다"라고 인식되지 않았고, 그럴때면 고객이 영수증 대신 각서쓰듯이 "별도 사인"을 했고, 사장님은 이를 따로 보관해야했죠


"영수증이 안나와요"나 "영수증이 이상하게 인쇄되어요"는

지금처럼 단순하게 치부할 수 있는 "이슈" 정도가 아니라 "결제 시스템 장애"에 가까운 문제였습니다.





영수증이 진짜 중요한 이유 : 법적,제도적 근거


영수증은 거래 입증의 자료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이 됩니다만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는대 그것은 바로 "가맹점 정보 확인" 및 "할부 거래 계약증" 입니다.


(1) 위장 가맹점 적발의 근거

영수증에는 반드시 "가맹점명, 사업자등록번호, 단말기(TID/MID) 정보, 승인번호"가 인쇄되어야 합니다.

이 정보들은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가 ‘위장가맹점’(예: 다른 업종으로 가장하거나, 결제 대행만 하는 가맹점)을 적발하는 데 활용되는대, 영수증은 가맹점의 신원 인증 수단이자 부정 추적의 1차 근거 자료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영수증 內 가맹점의 상호명이나 주소 등이 실제와 다를 경우 건당 10만원의 포상금이 있으니

이는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죠ㅎ


(2) 할부거래법상 계약서 의무

또 하나 중요한 건 할부 거래 시의 법적 의무입니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제7조에 따르면,

가맹점은 할부 판매 시 반드시 계약 내용을 서면(또는 전자문서)으로 교부해야 합니다.


카드 결제의 ‘할부’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며, 영수증은 이 할부계약서의 역할을 겸합니다. 따라서 고객이 3개월 할부로 구매했는데 영수증이 미발급되거나 내용이 누락되면, 이는 법령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영수증은 단순히 “결제가 잘 됐다”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가맹점의 합법성과 거래의 적법성을 보증하는 문서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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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빙”에서 “데이터”로 : 기록의 디지털화와 전자 영수증


이제 영수증은 그저 ‘증빙’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고객의 구매 패턴, 재방문 주기, 상품 선호도, 객단가 등 이 모든 게 영수증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즉, “영수증이 데이터베이스로 옮겨간 시대”가 온 겁니다.


그리고 나아가 종이가 필요 없는 "전자 영수증"의 시대가 왔습니다. 전자영수증의 등장은 단순히 종이를 없애자는 환경적 이유가 아닙니다. “결제 이후의 경험(Post-Pay UX)”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같은 간편결제 플랫폼은 결제가 완료되는 순간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전송합니다. 이제 고객은 ‘영수증을 받는 행위’ 없이도, 결제 내역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전자영수증이 단순히 ‘기록’의 수단을 넘어 마케팅과 서비스 확장의 터치포인트로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영수증에 설문 링크가 붙거나,

제품의 리뷰와 추가 구독 제안이 따라오고,

다음 구매를 위한 쿠폰이 발급되며,

포인트 적립이 자동으로 연동됩니다.


그렇기에 이제 영수증은 결제의 끝이 아니라 “다음 행동의 시작”이 된 셈입니다.


영수증이 결제 이후의 행동을 유도하는 마케팅 트리거가 되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다시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는 “리타게팅 인터페이스”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결제 후 고객 여정(Post-Purchase Journey)”의 첫 단계가 영수증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전자 영수증은 아직은 좀...


하지만 오프라인 소상공인 시장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여전히 매장의 POS 프린터에서는 ‘감열지’가 쉼 없이 출력됩니다.


전자영수증 기능을 POS에 붙이려면 VAN, 카드사, 플랫폼 간 연동 구조를 거쳐야 하고
이에 따른 투입 비용과 개발 공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전자 영수증 발송 비용도..)


그렇기에 대다수의 POS사는 아직 전자 영수증 체계가 없고, ㅁ

"특정 플랫폼에서 간편 결제를 할 때" 전자 영수증을 수령하는 경험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영수증은 그냥 나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무용, 환불용, 거래확인용 — 여전히 확장되지 못한 본질적인 목적에 머무르고 있죠.


그렇기에 어쩌면, 토스의 토스플레이스를 통한 /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과 같이 지배적인 입지의 메가 플랫폼사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한 것은


기존의 결제 방법 뿐 아니라, 결제 후 영수증을 수령하는 경험까지

"결제라고 하는 전방위적인 부분에서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5622



마무리하며


과거엔 ‘매입을 증빙하기 위해’,
지금은 ‘데이터를 쌓기 위해’,
앞으로는 ‘경험을 연결하기 위해’.


결국 영수증은 결제라는 짧은 순간을
고객과 브랜드가 마지막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버려지는 종이 같지만,
그 안엔 결제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찍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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