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결제 인프라를 이해하려는 모두를 위한 매우 진부하지만 매우 기초적인 이야기
결제를 담당하는 PM에게는 관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VAN과 PG"에 대한 이해입니다. 다양한 블로그와 매거진에서도 잘 정리가 되어 있겠지만, 제 나름의 시각과 주관으로 기록을 해볼까 합니다 :)
그래서 한국의 결제 산업을 들여다보면, 독특하게 발전해 온 구조가 눈에 띕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 온라인 결제, POS 시스템의 진화와 함께 결제 데이터의 규모와 성격도 급변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VAN(Value Added Network)"과 "PG(Payment Gateway)"라는 두 축이 존재합니다.
VAN이라는 개념은 외국에는 보기 드문 한국 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VAN은 ‘부가가치통신망’이라는 골자 그대로, 결제 정보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통신망 역할을 합니다. 매장에서 손님이 카드로 결제를 하면, 카드 內 결제 정보 일체는 VAN사를 통해 카드사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 카드사의 승인 여부가 결과로 돌아오는 구조죠.
최초의 VAN사가 없을 때는, 가맹점은 직접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맺고 특정 카드사만을 지원하는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8개의 카드사를 지원하려면 8개의 결제 단말기가 필요했던 상황이 생겼고, VAN사는 이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가맹점의 앞단에서 각 카드사의 부가가치망을 통합하여 1개의 회선 / 1개의 단말기로도 전체 카드사와의 결제가 가능하게끔 만든 겁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이, VAN은 결제 승인을 중계하거나, 카드사의 요청에 따라 전표(영수증) 매입을 대행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산 자체에는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즉, 매출 대금은 각 카드사 별로 입금이 되어 달리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가맹점으로부터 수취하는 직접 수수료는 없고, 카드사로부터 업무 대행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결국 가맹점의 결제 대금 정산 과정에서는 "별도 수수료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카드 수수료에 녹아있...)
그리고 VAN사들은 부가가치통신망사업 외에도 결제 단말기(카드 리더기나 CAT) 혹은 POS 기기를 판매하기도 하고, 이를 연동하는 POS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기도 합니다만...최근 클라우드 POS 중심으로 치고 올라오는 다양한 스타트업과 빅테크로 인해 VAN사 들도 이제는 변화를 꾀하는 중이죠 (요거는 아예 따로 다룰 예정!)
온라인 쇼핑몰 즉 이커머스가 본격적으로 생겨나면서,
오프라인처럼 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카드 가맹은 짧아야 5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빠르게 결제를 붙여 배포해야 하는 환경과 맞지 않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PG(Payment Gateway)입니다.
PG사는 여러 카드사와 연동된 결제 시스템을 온라인 사업자에게 대신 제공하며, 동시에 매출 정산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해 줍니다.
즉, PG는 기존의 VAN과 달리 단순 결제를 중계하는 것뿐 아니라,
사업자의 현금 흐름을 정돈해 주는 ‘정산 대행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기도 합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카드사별로 다른 입금일을 따로 확인할 필요 없이, PG사와 정한 날짜에 한 번에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PG사는 기존의 VAN 수수료에 추가적으로 가맹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그 결과 카드사 수수료, VAN 수수료, 정산 시스템 운영비 등이 포함된 PG의 수수료를 지출해야 되는 겁니다.
대표적인 PG사로는 토스페이먼츠, KG이니시스, 나이스페이, NHN한국사이버결제 등이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VAN을 포함한 전체 결제 흐름을 하나의 서비스로 포장해, 보다 효율적인 결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프라인 PG라는 특수한 서비스도 있습니다.
PG는 온라인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것이지만,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도 PG 망을 타고 결제가 되는 것이죠.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테이블오더 內 PG 수수료가 대표적인 예이고, 이는 차후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VAN과 PG는 모두 결제 흐름의 중요한 중간자이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결제의 핵심이지만
가장 쉽고 크게 느낄 수 있는 VAN과 PG의 차이는 바로 "책임과 수수료"입니다.
우선 VAN은 ‘결제 정보 전달’에 집중된 통신망으로, 오프라인 환경에서 주로 쓰입니다.
VAN사는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가맹점 입장에서는 ‘공짜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만큼 정산이나 회계 등 부가 업무는 사장님이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정산의 복잡도나 난이도는 가맹점의 몫이 되는 상황이죠
반면 PG는 온라인 환경에서 필수적인 결제 인프라로, 결제 중계는 물론 정산까지 함께 제공합니다.
당연히 그만큼 수수료는 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매출 정산이 깔끔하게 정리되기 때문에, 정산 관리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VAN은 물건 배송만 해주는 택배사라면, PG는 포장부터 재고관리 및 배송까지 다 해주는 물류회사 같은 느낌..?
진부하지만 결국 기본적인 것이 제일입니다.
VAN과 PG의 이해는 비단 결제 관련 PM 뿐 아니라 영업/마케팅 담당자들과 자영업자분들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에게 기본적이고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다시금 정리하며 느끼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