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는 결국 바뀌기 쉽지 않다?
"POS 경험자 우대"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면 POS 경험자를 우대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POS는 가게에서 결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라고 알고들 계실 수 있습니다.
그런 POS를 더 자세히 정의하자면 "식당,도소매점 등의 가게에서 볼 수 있는 주문을 하고,
계산 및 결제를 하고 그 뒤 판매 및 매출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기기 일체를 뜻합니다.
그리고 POS는 보통 "CAT / 카드리더기"와 같은 결제 단말기와 함께 짝을 이루기도 하는대
CAT은 디스플레이가 있는 결제 단말기로 기기에서 금액을 입력하고 직접 결제까지 하는 단말기를 뜻한다면 카드리더기는 반드시 POS와 같은 기기와 함께 붙어 단순히 "카드를 삽입하여 리딩"만 하는 기기에요.
국내에 핀테크라는 단어가 들어온지 10여년을 넘어가지만 오프라인 결제는 여전히 혁신이 어려웠습니다.
가맹점에 설치되어 있는 POS기와 결제단말기(소위 CAT)은 대부분 VAN 대리점과 VAN사의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N년의 약정만 있으면 계약에 명시된 기간이 담보되기 때문에 VAN사들은 영업할 때를 제외하고선 "편리하고 혁신적인 POS"를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있는 POS사들 또한 상황이 녹록치 않았는대요.
일반적으로 POS사들은 SaaS 모델이든, ASP 모델이든 결국 소프트웨어 월 사용료가 POS사들의 주요 수익이 되는 상황에서대개 VAN사의 하위 기업으로 운영되었고 VAN사들이 가맹점을 빠르게 영업하기 위해서 임대료 외 "POS의 사용료를 없게끔"하여 한국에서 POS기는 보통 꽁짜 / 서비스의 느낌이 강한 편이긴 합니다.
그러나보니 POS사들은 벌이가 시원찮은 마당에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없게된 것입니다.
우리는 가게에서 POS 도입할 때 몇 백만 원을 이미 줬는대, 매달 또 POS 사용료를 내라고 하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가지거 결국 “아니 기계값 냈잖아? 왜 또 내?” 이런 반감이 드는 거죠
당연히 초창기에는 POS사가 POS를 설치해주고 VAN사가 그것을 통해 결제 건수를 늘려 수수료를 먹는 구조였습니다. 즉, POS사는 VAN사 덕분에 가맹점 측에 기기를 설치할 수 있고 VAN사는 POS사 덕에 결제를 받아낼 수 있었죠
그래서 "주도권"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비등비등한 관계였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신용카드 장려 정책"으로 인해 카드 거래량이 증폭되게 하고, 비등비등했던 관계는 VAN사 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결국 지금과 같이 VAN사 주도의 시장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월 평균 약 20억 건 가량의 카드 결제가 발생됩니다. 이는 대부분 VAN을 거쳐서 이뤄지고, 건당 수수료가 30 ~ 50원 수준이라서 매월 수백억에서 천억 가까이의 매출이 발생되는 셈이죠 반면 POS사가 10만 가맹점이 있다고 칠 때, 월 3만원 씩 사용료를 받아도 월 30억 // 연 360억입니다. 이를 POS 업계 전체로 넓혀본다면 24년도 기준 37만여개의 가맹점에 전체 받아내도 1천억 남짓인대 VAN사가 매달 천억 가까이의 매출을 내는 것과 상반되는 겁니다.
즉, 이 구조는 가맹점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결제 수단이 발달해 카드 결제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VAN과 POS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고 VAN의 지배적인 구조는 더욱 공고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체급 차이 속에서 VAN사들은 자연스럽게 POS사들은 인수하거나, 경쟁 입찰을 통해 영향권 아래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POS를 만들"기도 하고, "POS를 아예 인수/투자"하거나, "POS사가 하다못해 직접 VAN 대리점"이 되기도 했죠.
그래서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VAN사는 "우리는 어짜피 중계 수수료로 돈을 벌어, 그러니까 POS는 무료로 깔아줄게"가 되는거고 남아있는 POS사들도 살아남기 위해 "우리도 공짜로 깔아줄게!"하면서 S/W 사용료를 없애는 정책을 펼치게 된겁니다.
무료 보급 전쟁 가운데에서 VAN사 하위의 POS사들이라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갔지만 여기서 더 문제는 아무리 점유율을 늘려놓아도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맹점 많아지면 유지보수, 개발할 거는 늘어나는데 인력 확충할 돈은 없고
개발할 게 많아도 수익은 안 느니까 좋은 개발자 붙잡기도 힘들고
그 결과 인력은 부족해지고, 남은 사람은 과로하게 되고
그래서 시스템은 점차 개선의 여지가 적어지면서 프로덕트 자체에 매력도도 떨어지는
그 결과 POS는 "결제만 되면 상관 없지, 좋은 것일 필요가 있나"인 기계가 된 것입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VAN이라는 플레이어로 인해(?) POS는 단지 수수료 확대를 위한 보급 수단으로 전락해버렸고 오랜 기간 동안 POS는 굉장히 어렵고, 불친절하고, 불안정한 솔루션으로 인식되기도 했죠
그래서 최근의 POS사들의 접근법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대표적으로 토스플레이스와 페이히어 같은 신생 기업들이 있는대요.
그들은 레거시 POS사들과는 달리 클라우드 기반의 POS를 지향합니다.
그러다보니 기기를 임대할 필요가 없고, 불필요하게 매장의 매대 위를 차지할 필요가 없게된거죠
그런 인식의 개선 뒤에 POS 외의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이 솔루션의 사용료를 취득하는 등의 부가적인 수수료를 취하는 것으로 선회한겁니다. (결국 POS 자체는 돈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테이블오더 / KIOSK와 같은 주문 채널을 묶음 상품으로 판매하거나 POS 외 매장 운영에 필요한 웨이팅 / KDS / DID와 같은 솔루션들을 SaaS로 제공하는 전략을 펴게 된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아직까지 POS 시장을 주도하는 지배적인 플레이어는 아직 없다고 봅니다. (물론 점유율 1위는 있죠) 하지만 그것이 이 산업 자체를 무궁무진하고 유망한 산업이라고 특정지을 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VAN과 POS의 기형적인 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가맹점주들은 VAN으로 인해 POS 자체 // POS 외 유사 솔루션에 돈을 지불하는 내성을 없게 만들어버렸고 돈이 되는 웨이팅,테이블오더,키오스크 등 부가적인 솔루션을 도입하기까지 많은 심리적 허들을 생성하게 되었고
그렇기에 관리의 중요성을 아는 2030 사장님들 위주로 인식 개선이 되는 중이지만 중요한건 아직 약 80% 이상의 사장님들이 40대 이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시장은 참 경험하면 경험할 수록 복잡하고 또 머리 아픕니다.
어찌 한국만 다른, 한국만 특수한 것들이 이리도 많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