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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이야기 #12 : 얼굴 그 다음의 결제는..?

결제라는 '행위'가 사라져가는 시대

by 모나미연필

어느덧 대한민국에서의 결제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던 시절을 지나, 핸드폰을 보여주게 되었고

이제는 얼굴만 보여주면 결제가 완료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사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사실 이 '대가의 지불' 과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불편함을 깎아내 온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되죠.


0005504740_001_20250606220108688.jpg?type=w860 출처 : 매일 경제



1. 결제의 진화 : 선(Line)에서 면(Side)으로, 그리고 '나'로


결제는 현재까지 총 네번의 변곡점을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각각의 지점들에 대해서 같이 살펴볼까 합니다.



(1) 카드의 등장: ‘현금을 대신하는 수단’


오프라인 결제의 시작은 현금을 대체하는 플라스틱 카드였습니다.

카드를 꺼내고, 결제 단말기에 긁고, 서명을 하거나 비밀번호를 눌렀죠.


이 시기의 결제는 "고객의 적극적인 개입"을 전제로 했습니다.

(이때의 핵심은 '카드가 있느냐')


결제는 언제나 눈에 보였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으며

물리적 접촉이 필수였고, 보안은 취약했습니다.



(2) IC칩 결제: ‘보안과 신뢰의 강화’


이후 카드의 자석띠로 긁는 방식의 한계를 느껴 (특히 보안)

IC칩 기반의 결제가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복제가 어려운 IC칩이었기에 '보안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단말기 앞에서 수 초간 기다려야하는 '인내'의 시간은 여전했죠.


여전히 고객이 결제의 중심에 서 있는 구조였습니다.



(3) MST·NFC: ‘행위의 단축’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단말기에 폰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끝납니다.


결제 단말기의 MS를 활용한 MST 결제와

NFC 신호를 통해 결제를 진행하는 NFC 결제를 통해


결제는 이제 ‘카드를 꺼내는 행위’가 아니라

‘휴대폰을 가까이 대는 행위’가 되었고,


결제 수단이 '지갑'에서 '항상 손에 쥐고 있는 도구(핸드폰)'로 순식간에 바뀌게 된 혁신적인 순간이었습니다.



(4) 얼굴 결제: ‘행위의 제거’


얼굴 결제는 결제 수단의 변화라기보다 결제 구조의 변화에 가깝습니다.

꺼낼 것도 없고

누를 것도 없고

태그할 필요도 없죠


이제는 도구조차 필요 없습니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만으로 '나'라는 존재 자체가 결제 수단이 됩니다.

결제라는 행위에서 '물리적 도구'가 완전히 삭제된 첫 번째 단계라고 보이죠.



20251221_172637.png 출처 : 토스플레이스 (IC/MST/QR 결제)



2. 그렇다면, 얼굴 결제 이후는?


얼굴 결제 이후의 경쟁은

더 빠른 속도의 결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결제 속도(인증)은 충분히 빠르다고 보이기에

다음 단계는 "결제 자체를 얼마나 더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의 결제 산업은

"버튼을 줄이는 경쟁"이 아니라 "결제의 존재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 위에서, 다음과 같은 결제 방식들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① Zero Interaction Payment : 결제 UX의 종착지는 '부재(不在)'

Amazon-Just-Walk-Out.png


어떤 방식인가: 사용자는 결제를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매장에 입장하고, 이동하고, 물건을 들고 나가는 '행동 데이터' 자체가 결제 트리거가 됩니다.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 대표적입니다.


왜 미래인가: 결제 UX의 끝은 '빠른 결제'가 아니라 결제의 '사라짐'입니다. 계산대와 확인 과정이 사라지면 결제는 경험의 일부가 아니라 인프라가 됩니다.


현실적 허들: 센서와 비전 AI를 구축하는 비용이 상당하며, 오결제 시 분쟁 책임 구조가 복잡합니다. 소상공인보다는 대형 리테일에서 먼저 하향식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인 인사이트 : Zero Interaction Payment의 본질은 결제가 아니라 ‘책임의 이전’입니다. 결제 버튼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불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사용자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한다"는 의미거든요.


이러한 과정에서 오결제를 판단하는 로직적 설계와 결제 UX가 중요해지게 될 것이고, 그렇기에 결제 승인보다는 사후 정산과 클레임 처리가 주요 단계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쌓아올려지는 "신뢰"가 해당 기술의 성패를 판가름하게 될 부분인거죠.




② Context-aware Payment : 어떻게 결제할지 고민하지 않는 시대


어떤 방식인가: 결제 수단이 상황(Context)에 따라 자동 선택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 어디서 무엇을 사는지에 따라 최적의 할부, 포인트, 혜택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적용됩니다.


왜 미래인가: 사용자는 더 이상 "무슨 카드로 낼까?" 고민하지 않습니다. 금융과 CRM 데이터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결제가 '추천의 결과물'이 되는 시대입니다. 상시 금융 AI 비서와 함께하고, 그 과정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것이죠.


현실적 허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신뢰와 규제 문제가 큽니다. '자동 선택'된 결제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도 아직 모호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탐내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인사이트 : Context-aware Payment는 주도권이 ‘사용자 선택’에서 ‘플랫폼 설계’로 이동니다. 어떻게 보면 편리하지만, 결제가 중립적이지 않고 "추천 알고리즘을 설계한 사람의 의도가 곧 "결제 정책"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결국 이 영역에서의 핵심 질문은

"가장 좋은 결제란 무엇인가?"이기보단
"누가 '좋음'을 정의하는가?"라고 봅니다.



③ Purpose-based Payment : '가치 선택의 증명'이 된 결제


어떤 방식인가: 단순히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위해 지불했는가'가 핵심이 됩니다. 결제 정보에 탄소 배출량, 사회적 기여도 같은 가치 중심 데이터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해당 방식이 곧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죠.


왜 미래인가: 결제가 단순한 지출 기록에서 나의 가치관을 증명하는 수단(Value-linked Payment)으로 확장됩니다. ESG 요구가 결제 레벨까지 내려오며 정부 정책이나 보조금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 허들: 탄소 배출량 등의 기준 정의가 국가별로 상이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즉각적인 효용을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인사이트 : Purpose-based Payment는 ‘사적인 소비’에서 ‘공적인 데이터’로의 이동입니다.

이 구조가 본격화되면 결제는 영수증이 아니라 정책 수단이 되고 행동 유도 장치가 됩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점은 ‘좋아서 쓰는 결제’보다
‘안 쓰기 어려운 결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즉, 쓸 수 밖에 없다는 그것..!)



④ Cognitive Authentication 기반 결제 : 최후의 인증 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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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인가: 의식적인 행동 대신 뇌파나 신경 반응 같은 인지 신호를 인증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연장선입니다.


왜 미래인가: 비밀번호나 생체정보보다 복제가 훨씬 어렵습니다. AR/VR 같은 메타버스 환경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인증 방식이며, 신체적 제약이 있는 사용자에게 최고의 접근성을 제공합니다.


현실적 허들: 하드웨어 보급률과 윤리적 프라이버시 이슈가 큽니다. 대중적인 결제 수단보다는 보안이 극도로 중요한 특수 환경이나 가상 세계에서 '최종 인증 레이어'로 발전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인사이트 : BCI 기반 결제는 대중 결제의 미래라기보다 ‘결제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환경’의 미래에 가깝습니다. '고액 자산 이동' / '가상 자산의 보관' / '메타버스 내 신원 증명'


이 영역에서의 BCI는 결제를 빠르게 만들기보다, 결제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 될까요...?



3. 마무리하며


기술은 결제라는 행위를 점점 지워가고 있습니다.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나로, 그리고 이제는 맥락과 가치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죠.


오히려 저는 결제가 사라진 그 비워진 자리에 무엇이 남을지 고민합니다.

아마 그것은 '고객과 사장님 사이의 더 깊은 연결'일 것입니다.


결제에 쏟던 에너지가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고 관계를 쌓는 데 쓰이는 세상

그것이야말로 제가 바라는 그 어떠한 세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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