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이야기 #13 : '신규 고객'이 가장 비싼 시대

사장님의 기억력은 디지털로 진화한다.

by 모나미연필

"예전엔 문만 열어놔도 손님이 왔는데, 이젠 돈을 안 쓰면 사람이 안 와요."



한 집 건너 비슷한 가게가 생겨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매장의 존재를 알리는 것 자체가 거대한 비용이 되었습니다


전단지를 돌리던 시절을 지나, 이제 사장님들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공부하고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상위 노출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사장님들에게 신규 고객 유치는 가장 어렵고, 불확실하며, 비싼 숙제가 되어버렸습니다.


기어코 '신규 고객 유치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이 역사상 가장 비싼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비싼 비용을 치르고 데려온 신규 고객에 의존해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선은 '이미 우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 준 사람', 즉 기존 고객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우리 가게 매출의 80%는 20%의 단골이 만들어준다"는 파레토 법칙이 지금 오프라인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장님은 매장을 지탱해 주는 그 소중한 20%가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이 지점,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CRM(고객 관계 관리)입니다. 사장님의 머릿속에만, 혹은 낡은 수첩에만 존재하던 '단골의 기억'을 디지털 데이터로 옮겨와 지속 가능한 매출로 연결하는 과정을 함께 나눠보시죠 :)


Npayconnect_2.png 출처 : 네이버페이



1. 오프라인 CRM : 직감의 영역을 시스템으로 옮기다


온라인 커머스는 고객이 회원가입을 하는 순간부터 모든 행동이 데이터로 남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도 그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CRM은 '익명의 방문객'을 '식별된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합니다. 사장님의 '직감'에 의존하던 단골 관리를 '시스템'으로 옮겨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들이 이 과정을 수행할까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단계 : 식별과 락인 (Identification & Lock-in)


CRM의 기본은 "사장님, 저 왔어요"를 데이터로 남기는 과정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고객이 누구인지 식별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디지털 스탬프 & 포인트과거의 '종이 쿠폰'을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스탬프(Stamp): 커피 전문점처럼 객단가가 일정하고 방문 빈도가 중요한 업종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10잔 마시면 1잔 무료" 같은 직관적인 보상으로 고객의 발길을 묶어둡니다(Lock-in).

포인트(Point): 식당이나 소매점처럼 결제 금액이 매번 다른 곳에서 유용합니다.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예: 3%)을 적립해 줌으로써, 더 많은 지출을 유도하고 '현금성 자산'을 매장에 쌓아두게 만듭니다.


이 단계의 핵심은 고객이 기꺼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게 만드는 '확실한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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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행동 유발 트리거 (Action Trigger)


CRM의 진수는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말을 거는 기술입니다.


고객 정보가 쌓였다면, 이제 그것을 활용해서 마냥 손님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시스템이 사장님을 대신해 고객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합니다.


그중 자동화된 메시지/쿠폰 발송은 CRM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고객의 특정 행동이나 기념일을 트리거(Trigger) 삼아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죠

웰컴/생일 쿠폰: 가장 기본적인 관계 형성 트리거입니다.

이탈 방지(Win-back) 쿠폰: "최근 60일 동안 방문이 없는 고객"에게만 자동으로 '아메리카노 무료 쿠폰'을 발송합니다. 잊혀갈 때쯤 존재감을 상기시키는 것이죠.

비가 오면 막걸리 쿠폰: 날씨나 특정 이벤트에 맞춰 즉각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3단계 : 고객 분류 및 분석 (Segmentation & Analysis)


결국 누가 '진짜 단골'인지 가려내는 눈이 되어줍니다.


가장 고도화된 기능이자, CRM이 궁극적으로 제공해야할 반응성입니다.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는 것은 비효율적이기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나누고 차별화된 전략을 써야 합니다.


먼저 고객 세그멘테이션을 통해 고객을 단순히 방문 횟수로 나누는 것을 넘어섭니다.

VIP 고객: 객단가가 높고 자주 오는 고객. 이들에게는 할인 쿠폰보다는 '신메뉴 시식권' 같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여 충성도를 강화합니다.

체리피커(Cherry Picker): 이벤트나 쿠폰이 있을 때만 방문하는 고객. 이들에게는 최소 결제 금액 조건을 건 쿠폰을 발송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그리고 대시보드 리포트를 활용합니다. "이번 달 매출 중 40%는 재방문 고객이 만들었고, 그들의 평균 객단가는 신규 고객보다 1.5배 높습니다"와 같은 직관적인 데이터로 매장 운영의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결국 오프라인 CRM은 이 3단계를 통해 '스쳐 지나갈 뻔한 손님'을 '이름을 아는 단골'로, 더 나아가 '우리 가게의 팬'으로 만드는 시스템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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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c3b060a899d98f3795014181380a99_17153072254264.jpg 출처 : 토스포스




2. 국내 오프라인 CRM 시장의 4가지 풍경


그래서 흥미로운 점이 국내 오프라인 CRM 시장은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의 어느 시점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4가지의 유형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죠.



① 방문 전(Before Visit)의 강자들 : 도메인에 특화된 예약/웨이팅 솔루션


가장 먼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점은 매장에 도착하기 전, 즉 '예약'이나 '웨이팅'을 걸 때입니다. 이 영역의 핵심은 '업종별 특수성(Domain Specific)'을 얼마나 깊이 있게 파고들었느냐입니다.


헤렌(HAREN) 등 뷰티 전문 CRM : 링크

미용실이나 네일샵은 '누구에게(디자이너 지정)', '어떤 시술을', '얼마나 오래(시술 시간)' 받을지가 중요합니다. 단순 인원수 체크가 아니라, 디자이너별 스케줄 관리와 시술 이력 관리가 CRM의 핵심이 됩니다. 이 복잡한 로직을 풀어낸 서비스들이 뷰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캐치테이블, 테이블링 (F&B)

식당은 다릅니다. '노쇼(No-Show) 방지'를 위한 예약금 결제, '실시간 빈 자리 확인',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웨이팅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들은 인기 매장의 필수 관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의 방문 의도 데이터를 가장 먼저 확보하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② 주문의 순간(Ordering) : 취향 데이터를 확보하는 비대면 주문


비대면으로 주문을 진행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고객의 정보는 자산화되고 있습니다.


패스오더, 사이렌오더 등과 같은 스마트오더 솔루션 : 링크

고객이 직접 앱으로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매장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해서 좋고, CRM 관점에서는 고객의 '구체적인 취향 정보(선호 메뉴, 옵션, 주문 빈도)'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고객이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허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③ 결제의 순간(Payment) : 가장 강력하고 매끄러운 데이터 통합


고객 경험상 가장 번거로움이 적은 '결제' 순간에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매출의 정보와 고객의 정보가 같이 관리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가장 정교하게 CRM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식이죠.


토스플레이스,페이히 (POS 內 CRM) : 링크

별도의 태블릿이나 앱 없이, 결제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끝납니다. 무엇보다 '결제 금액(객단가)'과 '고객 정보'가 완벽하게 매핑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사장님은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고객"과 "매번 디저트까지 2만 원 이상 쓰는 고객"을 구분하여 정교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④ 범용적인 애드온(Add-on) : 익숙함으로 승부하는 포인트 서비스

가장 먼저 이 시장에서 풍파를 맞아 "CRM의 가치를 증명"했던 방식이기도 하죠.

도도포인트와 같은 솔루션처럼 가장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온 방식입니다. : 링크


결제 단말기와는 독립된 별도의 태블릿을 통해 포인트 적립만 수행합니다. 어떤 POS를 쓰든 도입할 수 있다는 엄청난 범용성과 고객들에게 익숙한 UX가 강점이지만, 결제 데이터와 적립 데이터가 분리되어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3. 빅테크의 참전 : 지도 앱이 곧 CRM이 되는 세상


앞서 언급한 기존 솔루션들이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온 이후의 '관리'에 집중했다면, 이제 판을 뒤흔드는 거대한 포식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네이버와 당근(구 당근마켓) 같은 빅테크들입니다.


이들의 참전은 오프라인 CRM의 전장을 '매장 안'에서 '매장 밖,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확장시키는 중인대요


(당근의 오프라인 비즈니스 포석 : 당근비즈니스)



(1) 그들의 무기 : 압도적 트래픽을 통한 '발견(Discovery)' 단계 장악


빅테크 CRM의 핵심은 "고객이 매장을 찾기도 전에 먼저 낚아챈다"는 것입니다.


고객이 "오늘 뭐 먹지?" 하고 네이버 지도를 켜거나, 당근에서 동네 소식을 검색하는 그 순간, 이미 CRM은 시작됩니다. 이들은 압도적인 트래픽과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기 전 단계인 '발견(Discovery)'과 '탐색(Explore)' 과정을 장악했습니다.


기존 CRM이 "우리 가게 온 손님 놓치지 말자"였다면, 빅테크의 CRM은 "우리 플랫폼에 있는 유저를 사장님 가게로 보내줄게(대신 우리 플랫폼 안에서 관리해)"라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던집니다.



(2) 네이버 vs 당근 : 서로 다른 CRM 접근법


흥미로운 점은 두 거대 플랫폼이 오프라인 소상공인을 공략하는 방식이 결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 "검색부터 예약, 결제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다"

전략: 강력한 검색 엔진(스마트플레이스)을 기반으로 합니다. 고객이 검색하면 -> 네이버 예약을 유도하고 -> 네이버페이로 결제하게 하여 -> 방문 후 리뷰를 남기게 합니다.

CRM 특징: '네이버 톡톡'으로 문의를 받고 '알림 받기(스토어찜)'로 단골을 관리합니다. 모든 과정이 정교하게 시스템화되어 있으며, 네이버페이 포인트라는 강력한 자체 락인(Lock-in) 수단을 사장님들이 활용하게 만듭니다.


당근 :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 말을 건다" (하이퍼로컬)

전략: '슬세권(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상권)' 기반의 커뮤니티성을 파고듭니다. 검색보다는 동네 피드에 자연스럽게 가게 소식을 노출합니다.

CRM 특징: '비즈프로필'을 통해 '단골 맺기'를 유도합니다. 네이버보다 조금 더 느슨하고 친근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사장님, 저 당근 보고 왔어요"라고 말하게 만드는 정서적 연결고리를 CRM의 핵심으로 삼습니다.


(3) 시장에 미칠 영향 : 기회인가, 또 다른 종속인가


이 거인들의 진격은 오프라인 CRM 시장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포인트 적립이나 예약 기능만 제공하던 단일 솔루션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네이버 예약 하나면 웬만한 고객 관리가 다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캐치테이블 같은 버티컬 강자들도 빅 테크들과의 상생을 목적으로 더 활발한 협업이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그 결과 솔루션사들의 판도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장님들 입장에서 네이버와 당근은 너무나 매력적인 신규 고객 유치 채널이자 손쉬운 CRM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 종속의 심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배달 시장이 배달앱에 종속되었듯,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데이터 주권이 빅테크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내 단골 고객의 데이터가 내 포스기(POS)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의 서버에 쌓이게 되니까요.


결국 앞으로의 시장은 빅테크가 주도하는 '플랫폼 종속형 CRM'과, 페이히어/토스처럼 매장이 데이터 주권을 갖는 '독립형 CRM' 간의 거대한 주도권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마무리하며


결국 오프라인 CRM 시장은 '얼마나 매끄럽게 데이터를 확보해서,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하게 해 줄 것인가'의 싸움으로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사장님들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모인 데이터를 어떻게 쓸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자동화된 초개인화 마케팅'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비 오는 날 파전을 좋아하는 고객에게 AI가 알아서 막걸리 쿠폰을 보내주는 세상, 사장님은 오직 좋은 음식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오프라인 CRM 솔루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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