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 Oct 05. 2019

변화가 두려운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살다 보면 변화를 '해야'하거나 선택을 '해야'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때가 온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고,
그 상태로 미래를 그렸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 그런 때...
나는 그때 변화를 선택했다.


회사에 소속된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일하면서 숱한 고비들이 있었다. 공채 리포터였지만 계약 관계가 선택의 여지없이 프리랜서이다 보니 사측이 필요할 땐 회사 사람, 그렇지 않으면 프리랜서로 선을 긋기 좋은 포지션이었다.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당장 다음 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 취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 자주 있는 일이어서 이미 이력이 난 상태였다.
프로그램 여러 개를 맡기 때문에 한두 개씩 빠지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는 그런 일이 몰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개편을 2주 앞둔 기간에 찾아오는 혼돈의 카오스.
내게는 2015년 가을 개편이 그랬다.

하차 통보가 하나씩 오더니, 자원하는 사람이 없어 계속 해오던 주말 교통정보마저 빠지게 되었다. 월 100만원 수입은커녕 당장 월세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위기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금방 새로운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와서 아주 급한 위기는 넘겼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내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언제나 내게 일을 맡기는 측의 선택을 받아야만 한다는 한계.
2. 스타 진행자의 명성에만 기대를 거는 다수 제작자&경영진의 마인드. (+회사의 격동적인 상황)
3. 콘텐츠 위주로 돌아가는 방송환경의 변화 속에서
나 같은 전문 방송인의 애매한 포지션.


급한 위기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위기라고 느낀 이유는
바로  세 가지 때문이었다. 방송일을 너무 사랑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송을 할 수 없는 때가 금방 오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이기도 했다.

특히 3번은 수년 전부터 생각해오던 부분이었다.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학위를 취득해야만 전문가로 불렸던 시대에서 인터넷과 덕력으로 습득한 지식에 경험을 겸비한 실전형 전문가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공중파에 등장하는 시대로의 전환.

내게는 콘텐츠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지체할 것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탐색했고,
전문성과 경험을 쌓을 방법을 탐색했고,
회사 일을 병행하면서 내 콘텐츠(코칭)를 준비했다.
대학원 진학과 여러 가지 강의 수강을 선택했고,
실제 코칭 고객을 받아보면서 돈도 벌고 내 꿈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했다.

그리고 2년 뒤,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어차피 프리랜서인데 회사 타이틀은 걸어두지그래'라는 지인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나를 고용하는 것이나, 회사가 나를 고용하는 것이나
똑같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나를 믿는 편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는
내 마음이 더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일을 선택하면서 살고 있고,
내가 원하는 만큼 내 일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처한 지금과는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내 이런 생각들이 금방 떠오른다.

● 변화하고 싶긴 한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 변화했다가 지금 이 상황보다 더 안좋아지면 어쩌지?
● 이대로 가다 보면 또 다른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야.
● ㅇㅇ 기술이 유망하다던데 배워볼까? 그러려면 돈도 들고 시간도 많이 필요한데... 아... 지금은 안되겠다.

보통 이쯤에서 생각이 멈추게 된다.

앨리스의 토끼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래?"라는 앨리스의 물음에 토끼는 "어디로 가고 싶은데?"라고 되묻는다.
"어디든 상관없어"라 대답하는 앨리스에게 토끼는
"그럼 어디로든 가면 되지!" 하고 답한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르고 있다면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호해진다.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가 명확해지면
거기서 예상되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고 대비해볼 수 있다.

나의 변화 욕구는
내가 일을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학문으로서 코칭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대학원에서 코칭을 전공하기로 했다.
예상되는 금전적인 문제는 강의를 맡는 것으로 충당하기로 했고 대학원 재학 기간 중에 강의 듣는 시간, 과제/시험 준비 시간 등을 예상해서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무한한 자원이 주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은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고민을 위해 노력한다면 원하는 답에 훨씬 더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다.


스스로 변화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면
그때가 변화하기 가장 좋은 때일지도 모른다.
변화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 상황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변화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다.
단, 매번 똑같은 불안을 토로하지만 않는다면.

변화에 대한 의지 없이 모든 상황이 '잘' 흘러가기만을 기다린다면 감나무 아래에 누워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깊어가는 가을,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감을 수확하기 위해
무작정 나무부터 오르기보다
주변에 있는 사다리와 장대부터 찾아보고 준비해서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다 같이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