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게 빛나는
나는 마이클 잭슨을 좋아한다.
유튜브라는 것이 나의 삶에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 영상을 보게 되었다.
노래나 들을까 하는 생각으로 우연히 보게 된 것을 시작으로 몇 개월 정도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공연을 보고,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인터뷰를 보았다. 거의 모든 것을 다 보았을 무렵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의 단면을 관통한 느낌이 들었다.
위인전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단조로움이 아닌 뭐랄까 인간의 삶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하루하루는 전쟁과도 같았을 수 있고 때로는 더없이 행복하고 또 다른 날은 눈물 나게 영광스럽고 빛나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날들을 더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아름다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25년.
두 아이는 성인이 되었다.
나는 50대가 되었다.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중년.
잠깐 딴생각을 하고 돌아선 것 같은데 어느새 아이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짱구를 보며 뒹굴 거리고 놀다가 두 아이를 양팔에 끼고 잠을 자던 일은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돼버린 지 오래다.
잠들기 전 동화를 읽으면 어느새 졸고 있는 나에게 "엄마! 자? 눈 떠!" 하면서 눈을 벌려주기도 했었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귀염둥이 시절이다. 가끔 그때의 아이들이 그리워서 냄새라도 맡고 싶어 킁킁거리면 아직도 아기의 살 냄새가 나는 듯 향기롭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이젠 아이에게 의지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몸도 마음도 자란 아이는 이제 자신의 팔을 내어주고 엄마를 다독여준다. 엄마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집안일을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한 내가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능력을 키우고 싶었고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다.
끝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에 자신이 없었다. 아니 절망적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내 인생은 이제 이 수레바퀴 속에서 맴돌겠구나 싶었다.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지만 어떤 것이 멋진 삶인지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야속하고 냉정한 시간은 물음에 답을 해주지도 않고 20년을 꿀꺽 삼켜버렸다.
하지만 25년은 또 다른 뜻밖의 선물을 주었다.
멋진 사람으로 자란 두 아이들.
내가 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내가 슬플 때 힘들 때 털고 일어날 힘을 준다. 품앗이하듯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사랑으로 되돌아온다. 생각해 보니 첫아이를 낳았을 때의 나의 다짐이 나의 가장 중요한 존재의 이유였고 삶의 방향이었던 것 같다. 내 아이를 멋진 사람으로 키우는 것.
나의 25년도 어떤 날은 유유자적하고 어떤 날은 치열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 몇 가지인지 셀 수는 없지만 분명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형용할 수조차 없는 기가 막힌 감정까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야 지나간 큰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면 작은 조각이 모여서 만든 아름다운 그림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조각은 비록 볼품없기도 하고 가슴 한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조각이기도 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조각이기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모여 은은하게 빛나는 삶을 가진 내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