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by 먼데이

나는 바느질하는 디자이너다.
여러 가지 색과 두께의 펠트를 자르고,
바느질로 형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mondaycook)


바느질을 할 때
바늘도 중요하고, 실도 중요하고, 펠트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언제나 가위에 먼저 눈길이 간다.
자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바느질 수업을 할 때
수강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바느질에는 실패가 없다고.


꿰매는 일은 되돌릴 수 있다.
원단을 관통한 바늘을
바늘귀부터 거꾸로 빼내도 되고,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는
실을 자르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가위질은 다르다.
가위는 결정의 도구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
옷감을 자르는 순간,
이 행위는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가위는 늘 결단과 연결되어 왔다.
나는 바느질보다 가위질에
더 많은 신중함을 쏟는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두 개의 날을 나사로 고정한 형태의 가위는
고대 로마 시대에 발명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아주 오래된 도구다.

놀라운 건


그 이후로 이 구조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천 년을 살아남았다는 것은
이미 완성형 도구였다는 뜻일 것이다.


지렛대 원리의 정수인
이 과학적인 도구에 매력을 느끼는 나는
가위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크기와 무게,
날의 두께에 따라 쓰임은 전혀 달라진다.
얇은 실을 자르는 가위와
두꺼운 원단을 단번에 끊어내는 가위는
같은 이름을 가졌을 뿐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문구점에 들러
새로운 가위가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지인들이 여행을 간다 하면
선물로 가위를 부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러 문화권에서
가위는 선물하면 안 되는 물건이라고 한다.
인연을 끊고, 관계를 자른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위를 선물받을 때는
동전 하나를 함께 건넨다.
이건 선물이 아니라 거래라고,
의미를 살짝 바꿔두기 위해서.


가위는 자르는 도구지만
내게는 시작의 도구다.
선 하나를 넘는 순간,
작업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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