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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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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희비극 Mar 02. 2020

#6

  꿈에 복이가 나왔다. 복이가 떠난 지 2주 만이었다. 친구는 복이가 강아지별에 잘 도착했나 보다고 했다. 

  

  우리는 풀밭에서 놀고 있었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었고 복이는 깡총깡총 뛰어다녔다. 복아. 복이를 부르는 내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멀리서 복이가 달려왔다. 발끝을 쫓아다니는 복이를 쳐다보며 천천히 걸었다. 촉촉한 코가 간간히 다리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갑자기 복이가 쓰러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차의 뒷모습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 복이를 안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어쩐 일인지 풀밭 한가운데 커다란 종합병원이 있었다. 어떠한 접수 과정 같은 것도 없이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었고, 외과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강아지도 진료했다. 꿈이란 게 그런 거니까. 이번에도 의사는 사망선고를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와 복이를 푹신한 곳에 눕혔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복이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모두 모였다. 최근 거동이 불편해져 요양원에 모신 할머니까지. 둥그렇게 둘러선 가족 사이에서 나는 다시 복이를 안았다. 이제 정말 헤어져야 하나 봐. 나는 품 안의 복이에게 뺨을 비볐다. 그런데 복이가 꿈틀거렸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눈도 뜨고 숨도 쉬었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거구나. 죽은 게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다. 우리는 기뻐서 울었다. 진이 빠질 때까지 울다가 다 같이 복이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의사를 찾아갔다. 


  제일 먼저 할머니가 앞장섰다. 지팡이도 짚지 않고 허리를 쭉 펴고, 커다란 배를 내민 채로 뒷짐을 진 할머니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로 남은 가족들이 따라갔다. 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당황한 의사의 멱살을 잡았다. 이봐요, 화장이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하고 화를 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복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풀밭에서처럼 복이는 진료실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나는 진료실에 설치된 CCTV를 보고 그 각도에서 복이가 돌아다는 게 찍히는지 확인한 후 다시 의사의 멱살을 잡았다. 이런 애를, 이렇게 건강한 애를. 당신 절대 용서 못해. 의료사고로 신고할 거야. 그리고는 다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오래전 우리 모두 함께 살았던 집으로. 그 사이 피곤해진 복이가 내 품에서 쌔근쌔근 잠들었다. 약 먹일 시간이 됐는데. 복이는 아침저녁으로 심장약을 먹어야 하니까 어서 저녁 약을 줘야 했다. 조금만 더 있다가 약을 줘야겠다고, 복이를 안고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잠든 복이는 평온한 모습으로 다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차분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다 함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은 실제보다 엄청 크고 넓었다. 우리가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의사가 장례식장을 지나갔다. 가족들은 모두 의사를 노려보았지만 나는 복이를 안은 채 숨었다. 무언가 엄청난 거짓말을 들킨 기분이었다. 의사가 이쪽으로 오지 않기를,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한참을 문 뒤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꿈속의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눈치를 보았다. 


  나는 장례식장에서 울다가 잠에서 깼다. 동생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묻는 동생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동생이 떠다준 물을 마셨지만 어딘가 망가져버린 것처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복이가 내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찾아온 걸까. 그래서 그 무서운 일을 다시 겪은 걸까. 아니면 내가 다른 사람을 탓하고 싶어서 복이를 다시 아프게 한 걸까. 복이가 꿈에 나온 뒤로 한동안 요란했던 공기청정기도 다시 잠잠해졌다. 정말 강아지별에 잘 도착한 걸까. 그럼 이제 다시는 못 오는 건가. 나는 괜히 멀쩡한 공기청정기를 껐다 켜곤 한다. 그래도 여전히 잘 작동하는 공기청정기를 볼 때면 막막하고 서러워진다. 나는 언제나 이기적인 누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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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선

그림: 한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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