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디지털기술과 뮤지엄
모든 변화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시작되듯이 뮤지엄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살펴볼 뮤지엄 속 새로운 공간인 ‘스타트업 허브(Start-up hub)’도 여러 사회적 변화에 따라 나타났는데요. 그 배경으로는 두 가지를 뽑을 수 있습니다.
1️⃣ 첫 번째로 고용 패턴의 변화에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사무실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어요. 굳이 한 공간에 모여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공유 폴더에 업로드하면서 혼자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거죠.
2️⃣ 두 번째로는 디지털 변화로 새로운 형태의 뮤지엄 개발이 촉진된 것입니다. 이전의 뮤지엄은 단순히 소장품 공유 중심으로 지식 관리자 역할로써 일방적 전달만 했었다면, 현재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관람객들도 문화기관들과 상호적 대화를 시도하는 참여적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정보의 소비자에서 참여자로, 크리에이터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 결과 뮤지엄에 한정되었던 시선을 외부로 확장해보면서 조금 더 가치있고 진정성있는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전략과 운영계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따라서 뮤지엄 내에 크리에이터 기업가를 초대하고, 그들을 위한 전용 공간을 신설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새로운 공동 작업 공간인 ‘스타트업 허브’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스타트업 허브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된 바는 없지만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기업가들이 함께 일하는 장소와 공간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큐레이트된 일상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의 불안정한 작업 방식을 개선하기도 하는데요, 공동 작업 진행자들이 모여 관계와 의미를 만들어내고, 서로의 새로운 업무 경험을 자극하는 곳이에요. 또한, 비즈니스 인프라 외에도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립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하기도 하죠. 이러한 스타트업 허브의 공간 구성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각 주요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뮤지엄 내에서 스타트업 허브라는 공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죠? 우리 함께 스타트업 허브를 운영하고 있는 뮤지엄들을 각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해요.
1️⃣ Co-working Spaces: 호주 멜버른 – ACMI-X
ACMI(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는 호주 독립 영화, TV, 비디오게임, 디지털 문화 및 예술을 다루는 뮤지엄이에요. 2016년 ACMI에서는 호주 뮤지엄 최초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설립해 멜버른에 거주하는 크리에이터 기업가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있어요. 영화 제작자, 디지털 아티스트, 웹 개발자,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동 작업 공간인 것이죠. 오픈 당시 90평의 공간으로 60개의 기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졌고, 현재는 약 605평 규모의 최첨단 사무실을 갖추어 운영하고 있어요. 공간 비용은 월 600달러(AUD)로 지정 데스크, 공동 주방 사용, 건물 내 우편 주소, 세입자와 ACMI 직원에게 제공되는 행사 프로그램 참여 할인, 도서관, 스튜디오 사용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고 있어요. 또한 ACMI 뮤지엄 직원들과 세입자들이 열린 공간 안에서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분야 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파트너십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현재 ACMI는 COVID-19로 원활히 운영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을 뒤로하고 위드코로나 시대와 맞게 ACMI -X 코워킹 스페이스를 재오픈하였는데요, 모두가 안전하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2021년 10월 29일 오후 6시부터 도입된 COVID Safe Plan 지침에 따라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영화, 비디오 게임, 디지털 아트와 같은 분야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ACMI-X에서 어떤 크리에이티브한 기업이 탄생할지 눈여겨봐야겠네요.
2️⃣ Incubator Spaces: 미국 뉴욕 – New Inc
New Inc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The New Museum에서 2014년 설립한 최초의 뮤지엄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에요. 이 프로그램은 미술, 디자인, 기술 전반에 걸친 혁신, 협업 및 기업가정신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참여 기간은 1년이며, 그 기간 동안 전용 사무공간과 맞춤화된 고품질 집중 훈련 프로그램, 이벤트, 데모 데이, 쇼케이스, 멘토링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약 738평 규모로 60개의 데스크와 관리팀 스태프만 7명이고, 공개경쟁으로 참가자를 선발하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치열하다고 해요. 선정된 참가자들은 월 400-600달러 비용을 지불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아쉽게도 현재 New Inc는 COVID-19로 공간 운영을 잠시 중단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재오픈 할 날을 기다리며 예비 참가 지원자들을 위해 온라인 공간을 열어 New Inc 직원들과 소통하고 현재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온라인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곧 New Inc도 오프라인 운영도 기대해봐도 되겠죠?
3️⃣ Accelerator Spaces: 뉴질랜드 웰링턴 – Mahuki
Mahuki는 뉴질랜드 웰링턴에 위치한 Te Papa Tongarewa(National Museum of New Zealand)에서 2016년 설립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에요. 미술관, 도서관, 아카이브, 뮤지엄 부분(GLAM) 과제 해결을 위한 디지털 스타트업 프로그램입니다. 매년 10개 팀을 선정하여 4개월 동안 특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요, 연간 운영 자금만 75만달러(NZD), 한화로 약 5억 원 정도 소요가 된다고 합니다. Mahuki는 뮤지엄 건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사무실 공간 구분이 뚜렷하고 자체 브랜드 독자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Mahuki는 3년간 28개 팀을 졸업시킨 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앞으로 Mahuki 브랜드와 비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 중이라는데요, 하루빨리 좋은 소식으로 Mahuki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ACMI(호주), The New Museum(미국), Te Papa(뉴질랜드)는 자신들의 뮤지엄 내에서 크리에이터 기업가들을 위한 공간을 개발함으로써 21세기 뮤지엄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어요. 뮤지엄 내 스타트업 허브 운영은 단순히 뮤지엄 공간을 내줬다 기보다는 Co-worker와 뮤지엄 직원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문화적인 변화를 가져왔어요.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큐레이터나 프로그램 교육 담당자의 능력을 변화시키고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거죠.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문화에 대한 뮤지엄의 대응은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를 이끌고, 관람객과의 새로운 관계 및 소통 방식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뮤지엄 본연의 조직적 사명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점점 더 복잡해지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뮤지엄 내 공간만의 독특한 차이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REFERENCES
・Murphy, O. (2018). Coworking Spaces, Accelerators and Incubators: Emerging Forms of Museum Practice in an Increasingly Digital World. Museum International, 70(1-2), 62-75.
・https://www.acmi.net.au/ac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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