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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iziTRAVELSicilia 프로젝트

시즌 1 디지털기술과 뮤지엄

유산공동체, 참여, 문화가치의 공동창출:

#iziTRAVELSicilia 프로젝트


‘사람’과 ‘공동체’에 집중하기 시작한 뮤지엄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해온 뮤지엄은 오늘날 더욱 능동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에 참여해 공공기관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어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뮤지엄의 소장품, 역사적 기념물, 문화적 경관 등을 중요하게 다뤄왔는데, 오늘날에는 사람, 인권 및 사회 정의 또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해요. 이렇게 뮤지엄이 ‘사람’과 ‘공동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최근의 담론은 ‘뮤지엄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적 포용’과 맞물려 형성되었어요. 

 새로운 담론은 다양한 논의의 배경이 됐는데, 그중 하나는 “뮤지엄이 전문가로서 지식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와 지식을 나누고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뮤지엄은 다양한 공동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곳이다”는 것과 같이 “참여”와 관련되어 있어요. 오늘 전시주제는 바로 “공동체”와 “참여”를 키워드로 하여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1년간 진행된 문화유산 프로젝트 #iziTRAVELSicilia입니다.


디지털을 활용해 문화유산 공동체 만들기

 

 1️⃣ 개방형 무료 투어 플랫폼 izi.TRAVEL

 #iziTRAVELSicilia 프로젝트를 설명하기에 앞서, 여러분은 izi.TRAVEL이라는 플랫폼을 들어본 적 있나요? izi.TRAVEL은 iOS, Google 및 Windows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이에요. 2011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되어 2013년 출시되었고 다양한 유적지나 뮤지엄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해요. 사용자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여행 계획을 짤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뮤지엄이나 유적지에 대한 현장 방문을 유도하기도 해요.

 izi.TRAVEL의 오디오 가이드는 기관에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우리 같은 개인이 만든 것일 수도 있어요. 다시 말해서 izi.TRAVEL은 참여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이에요. 제작자는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사용자는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요. #iziTRAVELSicilia 프로젝트를 담당한 Elisa Bonacini는 izi.TRAVEL이 플랫폼의 규모, 목표, 공유되고 있는 콘텐츠의 양, 방법론(참여와 스토리텔링) 등에 있어서 다른 플랫폼보다 더 효과적인 상향식 플랫폼이라고 보고 있어요.

izi.TRAVEL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보세요 (2021.10.30. 캡처)

 2️⃣ #iziTRAVELSicilia의 목표와 진행 과정

 #iziTRAVELSicilia 프로젝트는 바로 이 izi.TRAVEL의 지원을 받아 시칠리아 지자체와 지역 내 대학이 협력해서 시작된 대규모 지역 문화유산 프로젝트예요. 문화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참여와 공동제작, 스토리텔링 등의 기법을 사용한 프로젝트로 목표는 아래 그림과 같아요.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란 쉽게 말해 일반 대중이 단순한 문화 수용자가 아니라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해서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주체라고 보는 관점이에요.

 이 프로젝트에는 앞서 말한 지자체와 대학뿐만 아니라 많은 시칠리아 주민이 참여했어요.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고등학생 및 대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약 3,000명의 사람이 참여해 직접 오디오 가이드를 만들었어요. 지자체와 학교가 긴밀하게 협력해서 학생과 선생님에게 오디오 가이드를 만드는 교육을 진행하고, Facebook이나 Telegram 등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서 작은 규모의 스토리텔링 공동체를 모아 지역적 규모의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했어요.   참여자는 시칠리아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역사적 사건, 인물에 허구의 이야기를 입혀 오디오 가이드를 제작했어요. 여기에 동영상이나 사진과 같은 시각적인 자료를 더해서 사용자가 쉽게 오디오 가이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했어요.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다룬 오디오 가이드인데, 재미만 있어서는 안 되겠죠? 일반 시민이 제작한 오디오 가이드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뮤지엄과 같은 전문성 있는 기관과 협력해 역사적, 고고학적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콘텐츠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제작자의 이름을 공개하기도 했어요. 

로마의 군인이 되어 유적지를 걸어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기원전 210년 Akragas 오디오 가이드 프로그램 (2021.10.30. 캡처)
3D영상을 보면서 들을 수 있는 로마시대 빌라와 관련한 오디오 가이드 프로그램 (2021.10.30. 캡처)


#iziTRAVELSicilia의 결과는 어땠을까?


#iziTRAVELSicilia는 앞서 살펴본 세 가지 목표를 잘 달성했을까요?

 1️⃣ 모두의 문화권(the right to culture)을 확대

 프로젝트를 통해 시칠리아의 초등학생부터 박물관 관장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오디오 가이드 제작 과정에 참여했어요. 모든 시칠리아 주민들은 ‘디지털 관광안내자(Ciceroni)’가 되어서 콘텐츠의 공동 제작자가 될 수 있었어요. #iziTRAVELSicilia 프로젝트는 특정 전문가나 일반 시민으로 참여자를 한정 짓지 않고 참여자의 폭을 넓혀서 모두가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했어요.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작 이후에도 께 콘텐츠를 홍보하면서 지역 문화유산에 애정을 느끼게 됐고, 지역민과 뮤지엄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체를 이루기도 했죠. 더 나아가 이 문화유산 공동체는 뮤지엄 소장품에 대한 어플리케이션 제작, 지식 보급, 지역 문화유산 진흥과 같은 “문화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었답니다.


 2️⃣ 지역 문화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장려      

 또한 온ᆞ오프라인 교육을 통해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어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izi.TRAVEL과 같이 누구나 무료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활용했고, 뮤지엄과 같은 기관은 소장품이나 유적지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어요. 또한, 오디오 가이드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몇몇 콘텐츠의 끝에는 퀴즈를 내기도 했어요. 또한 오디오 가이드에 리뷰를 달고 공유를 하면서 제작자가 곧 사용자가 되고, 비평가가 되는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프로젝트의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3️⃣ 시칠리아의 유산과 관련한 콘텐츠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함        

 오디오 가이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칠리아의 유적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꽤 많은 사용자가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몰랐던 유적지나 박물관을 발견했다고 리뷰를 달기도 했어요. 지난번 박물관의 웹 활용전략에 대해 다루었을 때, 많은 이탈리아 뮤지엄이 웹사이트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했던 것 기억하나요? 시칠리아의 뮤지엄은 특히 웹사이트가 없거나 있어도 소장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iziTRAVELSicilia를 통해 많은 멀티미디어 가이드와 오디오 가이드가 제작되었어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던 2016년 5월에는 단 7개만의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는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1년 동안 인지도에 상관없이 1,700개의 유적지와 뮤지엄을 다루는 180개 이상의 오디오 가이드가 제작되었어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칠리아 지역민이 아닌 이탈리아 사람, 전 세계 사람들이 시칠리아의 문화에 대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오디오 가이드는 약 57,000회 재생되었고, 오디오 가이드에 달린 피드백의 99.7%가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긍정적인 문화유산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어요. 

2020년 기준, izi.TRAVEL 내 시칠리아 오디오 가이드 현황(Elisa Bonacini, 2020)

 공식적인 프로젝트는 2016년 5월에 시작해 2017년 5월에 종료되었지만, 이후에도 상향식 참여 프로세스로서 계속해서 진행되었어요. 2020년의 경우에는 현대미술에 집중한 오디오 가이드가 많이 제작되기도 했어요. 이런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아 #izi.TRAVELSicilia는 유럽연합 문화위원회의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NEXT #iziTRAVELSicilia는 어디?

 문화유산을 통한 공동체 복원 어떤가요? #iziTRAVELSicilia는 문화 민주주의 실현방안의 하나이자, “문화유산 공동체”의 효과를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사례예요. 다양한 이해관계자(지자체, 문화기관, 학술단체, 지역민 등)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 창조적이고 참여적인 과정으로 전통문화의 스마트한 활용을 이끌어낸 사례이기도 하죠. 프로젝트 진행자인 Elisa Bonacini는 이러한 참여적이고 민주적이며, 수평적인 문화유산 공동체 프로젝트가 전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요. #iziTRAVELSicilia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스마트 시티 모델이기도 해요.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스마트 시티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지만, 개인적으로 문화유산이나 뮤지엄 분야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유산 공동체 프로젝트를 도입할 수 있을까요? 도입할 수 있다면 어느 지역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REFERENCES

・김옥진(2019). 문화 민주주의와 참여적 박물관. 박물관교육연구. 22. 17-22.  

・박윤옥(2021). 박물관에서의 문화민주화에 대한 고찰 -문화민주주의로의 전이. 박물관학보. 40. 31-52.

・Elisa Bonacini(2019). Heritage Communities, Participation and Co-creation of Cultural Values: The #iziTRAVELSicilia Project, Museum International, 70(1-2), 140-153.

・(2020). The #iziTRAVELSicilia participatory project and co-production of contemporary art audio guides, The Museum Review, 5(1), 1-16.

・izi.TRAVEL 공식 홈페이지 https://izi.trave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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