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가 북극의 황야로 깊이 들어가면서 그는 최후의 대면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았다. 생명체의 흔적은 그를 세상의 끝으로 인도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그곳은 감히 발을 들이는 이가 거의 없었다. 추위는 그의 피부를 물어뜯고, 끝없는 흰색의 광야는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밤, 빅터는 얼어붙은 평원에 캠프를 차렸다. 그는 멀리서 움직이는 한 인물을 보았다. 그의 심장은 그 인물을 알아보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생명체였다. 그 거대한 모습은 황혼의 하늘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이루고 있었다. 최후의 대면의 시간이 왔다.
빅터는 힘을 모아 얼음을 가로질러 생명체에게 다가갔다. 여정은 고통스러웠고, 차가운 바람은 그의 옷을 뚫고 들어와 힘을 빼앗았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결의는 굳건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생명체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빅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였다. 참지 못한 월튼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빅터는 깊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것은 사냥한 먹이의 잔해를 먹고 있었고, 인간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 눈, 로버트—그 눈은 끝없는 고통으로 불타고 있었어요. 그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영혼의 창문 같았습니다. 머리는 엉망이었고, 자해로 덮인 얼굴은 그 어떤 인간적인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것은 고통과 증오의 가면을 쓴 기괴한 모습이었습니다."
빅터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그는 고통과 슬픔, 광기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뇌를 도려내어 남아 있는 인간적인 부분을 제거하려 한 듯 보였습니다. 이제는 얼어붙은 황야를 마치 야수처럼 배회하고 있어요."
월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빅터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저는 그를 창조하고 생명을 주었지만, 그로 인해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거부의 세계로 몰아넣었습니다. 그 생명체는 내 모든 것을 앗아갔고, 저는 그를 벌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성체라 말할 수 없는 그의 눈을 마주보았을 때, 복수에 대한 제 욕망은 사라졌습니다. 제가 느낀 건 연민뿐이었어요."
이윽고 빅터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는 눈물을 닦아내며 피로와 절망을 드러냈다. "전 너무 지쳤어요. 더 이상 밤을 견딜 수 없습니다. 저는 쉬어야 해요."
빅터는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났다. 월튼은 연민과 두려움에 휩싸인 채, 비틀거리며 선실로 돌아가는 빅터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월튼은 갑판과 그 너머의 얼어붙은 황무지를 바라보았다.
빅터의 이야기는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고, 결국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누이에게 이 탐험에 대한 커져가는 의구심을 담은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사랑하는 마가렛," 그는 펜을 종이에 대고 적기 시작했다. "내가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해. 그의 창조물, 저주받은 존재는 인류의 재앙이 되었어. 나는 우리의 안전이 심히 걱정되고, 이 항해가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지 의문이 들어. 아마도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그는 잠시 멈추었다. 깜빡이는 촛불이 종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밖의 얼어붙은 황야는 그의 마음속 혼란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월튼은 불안한 생각들을 종이에 쏟아내며 계속해서 적어나갔다.
"빅터는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찬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 존재는 모든 인간성을 잃어버렸어. 그 변형의 공포와 그 생명체가 지닌 고통은 하나의 엄중한 경고처럼 느껴졌어. 우리는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영역에 발을 들였고, 그 결과가 두려워."
월튼은 몸을 뒤로 젖히고 성에 낀 창문을 바라보았다. 광활하고 고집스러운 북극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다시 편지로 돌아와 솔직하게 적어나갔다.
"나는 우리가 운명을 시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마가렛. 얼음은 위험하고, 추위는 무자비하며, 빅터의 이야기가 주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지식의 추구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을까? 이런 위험을 알고도 양심상 우리 사람들을 이 얼어붙은 심연으로 더 깊이 이끌 수 있을까?"
그는 펜을 내려놓고, 결국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이 위험한 탐험을 계속하기보다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확신했다.
편지를 봉인하며 월튼의 생각은 다시 빅터와 그들의 탐험에 드리운 그림자로 돌아갔다. 바깥의 얼음바람은 그들이 들어선 위험한 세계와 야망과 어리석음의 미세한 경계에 대한 냉혹한 상기였다.
월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눈에 의자에 걸려 있는 외투가 들어왔다. 빅터의 외투였다. 월튼은 외투를 들고 빅터의 선실로 향했다.
빅터는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월튼은 조용히 외투를 돌려놓으려 했지만, 의자에 놓으려던 순간 무언가가 그의 눈에 띄었다. 외투 안쪽에 수놓아진 이니셜 "H.C."였다.
"헨리 클레르발..." 월튼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속삭였다.
그 순간, 빅터의 눈이 날카롭고 광기로 가득 찬 채로 번쩍 떠졌다. 그는 벌떡 일어나 급하게 속삭였다. "월튼, 제가 그를 봤어요. 단순히 그 생명체가 아니라, 헨리를 봤어요. 제 창조물이 그의 피부를 뒤집어 쓰고 그의 눈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그건 헨리였어요."
월튼은 빅터의 말에 온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빅터? 그게 무슨 뜻입니까?"
빅터는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당신에게 한 이야기는 거짓이었어요. 실제로는 결말이 완전히 달랐어요. 저는 진정한 공포를 느꼈어요. 제가 그 생명체와 마주했을 때, 그것은 제가 만든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 생명체는 헨리의 일부를 자신 안에 통합한 상태였어요. 그것은 뒤틀린 존재였어요."
월튼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그럼... 그 생명체가 헨리의 몸을..."
"그래요," 빅터가 목소리가 갈라지며 말을 이었다. "그 생명체가 헨리의 몸을 모독하고 그것을 사용해 저를 더 괴롭히고 있어요. 마치 제 죄악이 가장 기괴한 형태로 저를 찾아온 것 같아요."
월튼은 빅터를 바라보며 그의 말의 무게를 서서히 실감했다. 공포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왜 이제야 이 말을 하는 거에요?" 그는 속삭였다.
"저는 정신적으로 조종당하고 있어요," 빅터가 고통으로 가득 찬 눈으로 고백했다. "제가 창조하고 세상에 풀어놓은 그 존재에게."
월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처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했다. 그 생명체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빅터의 가장 깊은 후회와 실패의 현현으로, 무시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악몽이었다.
북극의 얼어붙은 황야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마침내 그의 창조물을 마주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서 있는 존재는 그가 기억하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 생물의 눈은 빅터의 절친한 친구 헨리 클레르발의 생생한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얼굴은 헨리의 특징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그 생물의 머리카락은 빅터의 약혼녀였던 엘리자베스 라벤저의 황금빛 금발과 같았다.
팔은 헨리의 것처럼 강하고 세심하게 만들어졌으며, 다리는 엘리자베스의 매끄럽고 창백한 피부로 덮여 있었다.
이 거대한 8피트의 존재는 빅터를 향해 괴기스럽게 미소지었다.
"빅터, 나는 너의 아들이자, 너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너의 신부이다."
"나는 헨리 라벤저이다."
이 말에 빅터는 깊은 정신적 고통에 휩싸여 울부짖었다.
"아니... 이럴 수 없어."
빅터는 공포에 질려 물러났다.
그 생물은 천천히 다가오며, 빅터의 공포를 즐겼다.
“그래, 사실이야. 나는 헨리 라벤저야. 나는 네 야망과 죄책감의 화신이야.”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의식이 어둠 속으로 침몰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눈을 뜨자 헨리 라벤저는 그의 앞에 있었다.
헨리 라벤저는 그로테스크한 미소를 지었다.
이 기괴한 존재는 자신의 몸을 찢어, 거기서 까맣고 진한 핏덩이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빅터 자신의 손으로 주입한 생명의 증거였다.
그 생물은 천천히, 고의적으로 다가오며, 각 발걸음마다 얼음 위에 어두운 피의 자국을 남겼다.
그 눈은 비인간적이고 다른 세상의 빛으로 빛나며, 빅터의 가장 깊은 악몽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속삭였다.
"이제 헨리 프랑켄슈타인이기도 하지."
그의 목소리는 빅터의 정신을 파고들며, 가장 깊은 공포를 자극했다.
그는 빅터의 정수리를 열고 그 안에 자신의 뇌 조각을 집어넣었다.
월튼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마음속엔 헨리와 엘리자베스의 피부로 꿰매어진 생물이 자신의 살을 찢고 뇌의 일부를 꺼내는 이미지가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그 광경은 그의 모든 생각 속에 스며들며, 빅터의 이야기가 가져온 끔찍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그가 오고 있어요...” 빅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떨렸다.
“누가?” 월튼은 가슴 속에 공포를 느끼며 물었다.
“헨리 라벤저!!!”
어둠 속에서 그 생명체는 얼어붙은 북극의 물을 헤치며 월튼의 배에 다가왔다. 그 형태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생명체는 조용히 빅터의 선실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월튼은 옷장에 몸을 숨기고 공포에 질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가 경악 속에서 지켜본 것은 빅터가 그 생물 앞에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복종하는 모습이었다.
생명체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며 그의 머리가죽을 벗겨냈다.
그 안에서, 그것은 마치 악성 종양처럼 끊임없이 자라던 조직 덩어리를 꺼내들었다.
생명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월튼 선장을 통해 나의 탄생기가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그의 입가에는 기이하고도 냉혹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월튼은 이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며 온 몸이 떨렸다.
그의 두려움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월튼의 마음은 혼란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는 괴물이 처음부터 이를 계획했음을 깨달았다. 그의 이야기가 전해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헨리는 숨겨진 월튼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생명체가 다가오자 월튼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렇지 않나, 로버트..."
생명체가 악의를 담아 속삭였다. "... 프랑켄슈타인?"
월튼의 피가 얼어붙었다.
이제 월튼은 이 악몽에 휘말렸고, 그의 정체성은 빅터의 불운한 야망과 얽혀 있었다.
생명체의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선실을 가득 채웠고, 그 소리는 월튼의 남은 평생 동안 그를 괴롭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