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by 미히

"어떻게 된거야? 아빠가 금요일에 가방에 들어가는 걸 봤어."


아빠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그건 아빠가 할아버지랑 하던 놀이야.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잖아,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물건이야.


그 가방 외에는 할아버지 사진이랑, 은반지를 받았지."


나는 아빠의 비어 있는 검지 손가락을 쳐다봤다.


그 손가락에 있었던 은반지는 지금 엄마가 끼고 있었다.


"아빠가 아주 꼬마였던 시절에,


할아버지가 그 가방에 아빠를 넣는 놀이를 했어.


아빠는 그 가방 안에 쏙 들어갔단다.


그럼 할아버지는 가방을 잠그겠다고 장난을 쳤지.


그럼 할머니가 들어와서,


우리 예쁜 새끼를, 왜 가방 안에 넣냐고 말했었지."


아빠의 눈이 그 때를 떠올리는 듯 깊어졌다.


"할아버지가 관에 들어가시고 많이 울었어.


그 이후에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날 때 그 안에 들어가본단다.


물론 발 하나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러고나면 혹시나 할아버지가 가방을 잠근다고 장난을 치지 않을까,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말이야."


아빠는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그 표정에서 아빠의 어린 시절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그럼 주말 내내 어디 있었어? 엄마가 그 가방 버렸어."


내가 말했다.


"현주가 그걸 보기 전에 내가 잘 숨겨놓았어야 했는데,"


아빠가 말했다.


아빠는 늘 엄마를 이름으로 불렀다.


"주말에 낚시터 간다고 한 달 전에 말하지 않았니? 월요일에는 휴가를 내고 말이야,"


아빠가 말했다.


그제서야, 몇 주 전 가족 메신저방에 아빠가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회사 단체 휴가거든."


아빠가 덧붙였다.


그제서야, 이 모든 소동이 엄마와 나의 오해에서 빚어진 것을 알게 된 나는,


입을 닫고, 창 밖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가 참 예쁘구나."


아빠가 말했다.


나는 아빠를 돌아봤다.


아빠는 입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28년간 가장으로 산 아빠,


이제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생기고,


머리는 희었지만,


카페에 앉아있는 그의 표정에서는 내가 한번도 보지 못한 청년의 그가 비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딸이랑 오랜만에 카페를 오니까 참 좋구나, 우리 앞으로는 주말에 한 번씩 올까?


너희 엄마에겐 너가 말하고 말야,


내가 말해서는 안된다고 할거야."


아빠가 말했다.


나는 그제서야, 아빠에게 할 마지막 질문이 생각났다.


"아빠, 그리고 폰이 두 개더라? 무슨 목적이야."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는 말했다.


"그거 수아 네 옛날 폰이잖아. 새 폰으로 바꾼다고 아빠가 써도 된다고 너가 그랬는데. 기능은 아직도 멀쩡하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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