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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l 13. 2023

에어비엔비 호스팅 거절 - 스모어는 어쩌라고!

셰난도어 여행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아이들 방학인 데다가 7월 4일이 마침 화요일이라 낀 월요일에도 휴가를 내서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온 동네가 다 텅텅 빈 듯했다.

이 동네 백인들은 다 부자라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교회 주차장도 텅텅 비었다.

모두 프랑스나 독일에 있는 남편이나 아내의 본국을 방문하던지 바다 옆에 있는 개인 별장에서 한 달 정도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영화 <죠스>의 배경도 독립기념일이다.

영화 속 뉴욕 주 바닷가 마을은 여름철 장사로 먹고 산다.

그런데 독립기념일 직전에 한 여학생이 상어의 습격을 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장사를 접을 수 없으니 보이스카우트 수영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우기고, 거기서 또 한 소년이 죽는다.

역시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폐쇄할 수 없다고 우긴다.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은 바닷가로 모여들지만 차마 바다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 모습을 본 시장이 부하 직원 가족을 억지로 바다에서 수영하라고 채근한다. 역시 또 한 소년이 죽는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이렇게 영화에서도 나올만한 대단한 휴가철인 거다.


동네가 텅텅 비어서 남편의 마음도 들썩인 걸까?

3일 월요일 아침, 셰난도어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남편이 말했다.      


“셰난도어 갈래?”

“지금?”

“1박 2일이면 충분할 것 같으니까 가도 될 것 같은데?”

“진작 내가 가자고 했을 때 결정했으면 좀 더 일찍 출발했지. 지금 준비하면 10시에 출발하는데? 게다가 겨우 1박이라고?”

“10시에 출발하면 됐지. 그리고 셰난도어에 볼게 뭐 있다고 2박이나 해.”   

"여기저기 트레킹 하면 되지. 나 애팔래치안 산맥을 걷는 게 로망인 거 몰라?"  


겨우 1박 일정이긴 하지만 나는 정신없이 에어비앤비를 검색했다.

'에어비앤비는 청소비를 따로 받는 곳도 있어서 1박이든 2박이든 똑같은 금액의 청소비를 내야 할 수도 있는데. 게다가 1박이면 거절될 가능성도 높아지는데.' 하는 마음도 있었다.

‘셰난도어에 가면 화로랑 그릴이 있는 숙소를 예약해서 저녁에 스모어도 먹어야지.’ 기대되는 마음도.


셰난도어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작년 가을에는 웨스트 버지니아에 있는 하퍼스페리에 갔다.

그때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에 묵었다.

집 옆으로 섀넌데일 호수가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호숫가에는 화로와 그릴이 있어서 마시멜로를 구워서 스모어를 만들어 먹었다.

그때부터 조용한 관광지에 가면 가능하면 그릴과 화로가 있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려고 한다.

트레킹이 목적인지 화로에 불을 피워서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게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마시멜로를 꼬지에 끼워서 노릇노릇 굽는 게 어찌나 재미있는지.

나는 어릴 때 연탄불 위에 설탕을 채운 국자를 올리고 나무젓가락에 베이킹 소다를 콕 찍어 노릇노릇 구워 먹는 쪽자(서울에서는 뽑기하고 하던데, 부산에서는 쪽자라고 했다.)도 좋아했다.   

스모어를 먹을 때마다 칼로리 걱정이 많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달리기 몇 번 하고 말지 뭐.

스모어는 포기할 수 없지.

   

호스트에게 답이 오길 기다리며 차에 짐을 싣고 집 근처 마트에 들렀다.

마시멜로랑 초콜릿, 크래커를 사고 그릴에 구워 먹을 고기랑 음료수를 샀다.

이제 정말 버지니아로 출발.

그런데 호스트는 답이 없었다.

호스트를 재촉해서 예약이 안 되는 거면 다른 숙소를 알아봐야 하니 빨리 알려달라고 했다.

그제야 답이 왔다.

예약 거부.

‘1박이라 안 되는 건가? 이유가 뭐지?’

실망해서 다른 숙소를 찾았는데 셰난도어에서 너무 멀거나, 1박에 500달러가 넘어서 예산이 초과되거나, 그나마 싼 숙소는 침대가 하나뿐이었고 화로도 없었다.

결국 호텔을 예약해야 했다.

스모어는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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