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 Jul 16. 2023

점심은 먹고 갑시다 - 멕시코 음식점

셰난도어 여행

오전 10시에 출발해서인지 금방 점심때가 됐다.

필라델피아에서 버지니아주에 가려면 워싱턴 DC를 통과하던가 워싱턴 DC 외곽으로 돌아서 가야 한다.

역시 연휴라 그런지 내비게이션은 워싱턴 DC를 통과하는 길 말고 외곽으로 돌아가는 길을 추천해 줬다.

외곽으로 돌아가는 길은 수도인 워싱턴 DC와는 달리 허름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여기저기가 공사판이었다.

DC는 길이 반듯하고 길에서는 경찰차를 자주 볼 수 있었고, 고풍스러운 건물들 앞으로 잔디가 펼쳐져 있다. 전에는 DC에서 길을 걷는데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건지 경찰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런 곳이니 깨끗하고 치안이 좋을 수밖에.


DC외곽 길은 DC와 달리 어수선하고 한적했다.

길 옆으로는 판자로 지은 적당히 허름한 식당이 늘어서 있었다.

식당을 보니 배가 더 고파졌다.

'그래! 밥을 먹고 가자!'


구글 맵으로 식당을 검색하니 평점이 5점 만점에 4.9점인 곳이 있었다.

에티오피아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우리가 점심을 먹을 곳은 여기다!’했다.

거기다 에티오피아 식당에서 파는 커피가 궁금하기도 했다.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안은 낯선 향신료 냄새가 났고 처음 보는 기구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몇 있었다.

왜 다들 밥은 안 먹고 커피만 마시는 건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뭔가 이상한 걸 마시는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을 애써 눌렀다.

"들어와."

내 뒤를 따라 아이들도 들어와야 하는데, 아이들이 아직도 문 밖에 있다.


“엄마 냄새 때문에 못 들어가겠어.”

“한국 음식도 냄새 엄청 나. 그냥 도전해 보자.”

“싫어. 못 들어가겠다니까.”

“그럼 엄마 커피만 마시고 나서 다른 식당 가는 건 어때?”

“싫다고.”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식당을 찾았다.

차로 7분 거리에 멕시코 음식점이 있었다.

멕시코 음식은 웬만하면 맛있다.

한국인 입맛에도 딱 맞다.

중식만큼이나 무난하다.

미국에 와서 제일 처음 했던 외식은 멕시칸 체인 음식점 ‘치플레’에서였다.

내 입맛에 멕시코 음식점은 치플레만 빼면 다 맛있었다.

특히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식전빵을 나초랑 살사소스를 주는데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치플레에선 나초도 8달러나 받는데 일반적인 멕시코 음식점은 그것도 그냥 준다.      


우리가 갔던 음식점은 관광지도 아니고, 쇼핑몰 근처도 아니라 그런지 손님들도 거의 근처에 사는 주민들 아니면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같았다.

우리 가족이 들어가자 동양인 손님은 의외라든 듯이 식당에서 서빙하는 직원이 흠칫했다.

주위에서는 스페인어가 들려오고 여기는 미국인가 멕시코인가.   

   

나도 영어를 못하는데 주문을 받는 사람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것 같다.

내가 한국어가 익숙하듯이.


메뉴판에는 사진 없이 빽빽하게 글씨만 쓰여 있어서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구글맵을 열어서 가게 리뷰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진은 어떤 메뉴인가요?”

“치미창가”

“이 메뉴는요?”

“엔칠라다”


어떤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오므라이스나 돈가스 같이 무난해 보였다.

“그럼 치미창가, 엔칠라다 그리고” 하는데 딸이 끼어들었다.

“타코요.” 딸은 타코를 좋아하니까.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심지어 그동안 필라델피아에서 먹었던 멕시코 음식보다 훨씬 맛있었다.

우리를 지켜보던 웨이터도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안심하는 듯했다.

순식간에 접시 세 개를 뚝딱 비웠다.

심지어 가격도 착했다.

메뉴 3개에 48달러밖에 안 나왔으니까.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또 오세요.”

나도 정말 그러고 싶은데, 또 오긴 좀 먼걸.


이제 다시 셰난도어로 출발!     

작가의 이전글 에어비엔비 호스팅 거절 - 스모어는 어쩌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