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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ug 16. 2023

결국 말은 못 탔다. - 컬터베이빌리지

그랜드 테턴

그랜드 테턴에서 이틀을 묵고 옐로스톤으로 가는 날 아침 딸이 노래를 부르던 말타기를 하기로 했다.

구글에서 'grand tetom horse riding'이라고 검색하면 몇 개의 업체가 나온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찮았다. 미국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그랜드 테턴 액티비티로 검색했더니 4인 가족에 240달러 정도 가격이었다.


https://www.nps.gov/grte/planyourvisit/horserides-stock.htm

단지 인터넷으로는 예약이 안되고 전화나 방문으로만 예약이 가능했다는 게 벽이랄까.

나는 그랜드 테턴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예약전화를 했다.

미국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순위 안에 드는 영어로 전화하기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순간이 온 거다.


다행히 전화를 받는 직원의 발음은 알아듣기 좋은 편이었다. 미국살이 1년 동안 영어는 하나도 안 늘었지만 눈치는 늘어서 단어 몇 개만으로 대충 어떤 말을 하는 건지 예상해서 대답하는 스킬도 생겼다. 

말을 타는 사람 이름, 키, 몸무게, 주소와 전화번호, 예약 확인 이메일 주소, 카드 번호까지 불러주니 바로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예약 완료됐다.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미국에 와서 이런 찝찝한 느낌은 빈번했기에 그냥 넘겼다.

‘역시 돈 쓰는 영어는 할만하군.’ 스스로 대견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다음 아침에 되었는데도 보내준다는 이메일이 오지 않았다는 거다.

결국 다음날 제니레이크 숙소 로비에 가서 예약을 확인했다.

예약은 잘 됐고 9시가 말타기 체험 시간이니 8시 반까지 컬터베이빌리지로 가면 된단다.

거기가 정확히 어디냐고 물었더니 지도에 연두색 형광팬으로 컬터베이 호수를 체크해 준다.

나는 그 형광팬 지점이 말타기만 하는 곳인 줄 알았다. 아니면 적어도 길가에 말을 묶어둬서 찾아가는 데 불편이 없을 줄 알았다.


딸이 너무나 소망했던 날이 왔다.

말을 타는 컬터베이 빌리지는 매 해 여름 잭슨홀 회의가 열리는 잭슨홀 숙소에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가는 길에 'Mormon Row'에 들렀다가 컬터베이에 도착하니 8시 반이었다. 

말을 타기 전에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니 30분 전에 도착하라고 했는데 딱 맞게 도착했다. 


컬터베이 빌리지에는 말 타는 곳만 있는 게 아니었다. 

미국 답게 그냥 부지에 주차장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강 가에는 건물 몇 개가 띄엄띄엄 있었다.

도무지 건물을 찾을 수 없어서 비지팅 센터에서 말 타는 곳을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우리 앞사람과 직원의 대화는 끝날 줄을 몰랐다.


한국인인 나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물어볼 것을 다 물어보고 농담도 주고받는 여유 말이다. 한국인이라면 눈치껏 필요한 것을 후다닥 묻고 자리를 떴을 텐데. 뒤에 누가 있건 말건 신경도 안쓴다. 미국에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이럴 때 문화 차이를 느낀다. 내가 필요한 걸 다 하는 게 당연한 것. 그리고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기꺼이 기다리는 문화.


5분 만에 물어보니 강가 어디로 가라고 했다.

직원이 알려준 곳은 보트 선착장이었다. 근처 어딘가에 말이 있는지 둘러봤지만 말을 탈만한 곳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시간은 8시 50분에 가까워졌다. 다급한 마음에 보트 대여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제야 원했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주차장 들어오는 입구에 식료품점이 있는데 그 옆에 액티비티 건물이 있단다.

뛰어가도 3분은 걸릴 것 같아 차를 타고 액티비티 건물로 갔다. 이미 시간은 9시 몇 분 전이었다.

말을 타러 왔다고 하니 직원이 우리를 질책하며 8시 30분에 왜 도착하지 않았냐고 했다.

이미 늦었다고.


"이메일을 받았을 텐데요."

"이메일 안 왔어요. 게다가 어제 제니레이크까지 가서 예약확인까지 하고 위치를 물어봤는데도 제대로 된 답변이 없었거든요."

제니레이크까지 가서 예약을 확인했다는 말에 직원의 마음이 움직였나 보다. 

직원이 내 이메일주소와 예약 전화를 직원 보낸 이메일 주소를 확인했더니. 역시 이메일 주소 철자 하나가 달랐다. 제니레이크에 갔을 때 이메일이 오지 않았다고 직원에게 말했는데 결국 내가 나서서 이메일 주소를 다시 확인해야 했었던 거다. 그리고 이메일을 그 자리에서 받고 확인한 다음 자리를 떴어야 했다. 

결국 비용을 전액 환불받았지만 왠지 섭섭했다.

옐로 스톤이나 그랜드 테턴 에서 말을 타려면 우리 예산보다 비싸서 부담스러웠고 그랜드 테턴이 적당했는데.


우리는 말타기에 맞춰 새벽 6시 반에 하루를 시작해서 오후 2시에나 도착할 거라고 예상했던 옐로스톤에 12시에 도착했다. 


혹시 컬터베이에서 액티비티 건물을 찾는 분은 이 지도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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