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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생일

우리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by 니나

7시 반에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대가 너무 차가워 손이 시리다 못해 아팠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다. 마스크를 벗고 호~ 해보니 차 안에서 입김이 서렸다. 코끝이 찡하도록 추운 날이다.


둘째는 추운 겨울에 태어났다. 그해 겨울은 상당히 추웠고, 12월 중순에 눈이 잔뜩 내렸다. 둘째는 그렇게 하얗게 눈 오는 날에 태어났다.


“엄마, 내가 어떤 계절을 제일 좋아하게?”

“봄?”

“아니~”

“여름?”

“아휴~ 아니!”

“아~가을이지?”

“아니! 진짜 몰라? 겨울!”

“하하~ 엄마도 알지. 크리스마스 때문이지?”

“야휴~ 엄마. 내 생일도 있잖아. 진짜 몰라?”

“하하~ 엄마가 그걸 잊겠어? 당연히 알지!”

둘째는 일 년에 스무 번은 자기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 아이는 생일이 지나고 크리스마스도 지나면 어떤 계절을 제일 좋아하는지 묻기 시작한다. 가을이 되면 다가오는 생일에 설레하며 “내 생일 70일 남았다.” 하며 매일 생일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준다. 나와 남편은 그렇게 생일이 특별할까 생각하며 마주 보며 웃는다. 큰아이는 ‘이제 그만 좀 해!’ 하며 버럭 화를 낸다.


“엄마 내 생일에 눈이 올까?”

“왜? 눈이 왔으면 좋겠어?”

“당연하지! 눈오면 눈사람도 만들고 눈천사도 만들거야.”


올해 겨울은 따뜻해서 아이가 바라던 눈은 오지 않았다. 대신 학교에 다녀오면서 아이는 친구들을 셋 데리고 왔다. 생일파티하러 왔단다. 갑자기 파티 음식을 만들게 된 나는 다행히 냉동실에 있었던 떡볶이 밀키트를 꺼내 냄비에 붓고, 또띠아를 꺼내 피자를 만들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과일을 썰며 동동거렸다.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눈만 마주쳐도 웃어댔다. 그러다 우르르 놀이터로 나갔다. 한 시간 후 "엄마 또띠아 피자 만들어줘!"를 외치며 아까와 다른 친구들 셋을 데리고 들어왔다. 5시만 지나도 어둑어둑한데 아이들은 배드민턴 채를 가지고 나가 가로등을 의지해 놀다가 6시에 헤어졌다.

사실 둘째 아이가 생일에 친구들을 데리고 온 것은 처음이다. 올해 전학을 왔고 작년까지 살던 곳에서는 어른들도 아이들도 이상하게 곁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눈 오는 날의 생일>을 펼쳐본다. 책 속의 아이는 생일초대를 받아 들뜨고 기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초를 후~ 불어 버린다. 놀라고 당황한 아이는 혼자 토라버린다. 아이의 생일은 바로 다음날이다. 별님에게 '내 생일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바라는 건 하나에요. 태어나던 날과 같이 눈이 오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한다. 그 아이의 생일에는 눈이 왔을까? 친구들이 오지 않길 바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아이의 말이 기다림으로 읽히는건 왜일까.


아이의 생일은 12월 중순이라 태어났던 해 말고 한번도 눈이 왔던 적이 없다. 그래도 아이는 늘 생일이 다가오면 내 생일에는 눈이 왔으면 하고 바라고 기다린다. 아침이면 창문으로 다가가 눈이 왔나 살피고, 일기예보를 보며 수선을 떤다.


우리 이쁜 둘째, 비록 생일에 눈은 오지 않았지만 이번 생일에는 친구들이 잔뜩 찾아와서 다행이야. 축하받고 웃고 떠들고 '우리 엄마 피자는 정말 맛있어. 먹어봐. 엄마 피자 만들어주세요!'하고 말할 수 있어 참 좋아. 이제 생일도 지나고 크리스마스도 지났지만, 아직 기다릴게 남아있어 다행이야. 펑펑 내릴 눈을 기다리자! 그때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눈천사도 만들자!

눈 오는 날의 생일 / 이와사키 치히로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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