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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Feb 17. 2023

요세미티  

미국서부여행-필라델피아 일상

하루 전 그러니까 요세미티로 가는 길에 우리 가족은 화장실에 들렀다.

우리가 들른 곳은 주유소를 끼고 있는 작은 가게였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껌이나 사탕, 초콜릿을 얹어둔 선반이 있었다.

계산대는 과자 선반 위에 나무판을 하나 얹어서 만든 것이 다였다.

계산대 위로는 큰 유리병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에는 피클이, 하나에는 뭔지 모를 야채절임이 들어 있었다. 맞은편 종이에 핫도그도 판다고 적어둔 걸로 봐서 아마 핫도그에 넣는 재료들인 것 같았다.


주름진 갈색 피부에 희끗희끗한 머리를 묶은 할머니가 계산대에 앉아 있었다.

어두운 가게 안 선반에 늘어선 과자와 사탕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가게와는 달리 화장실은 나름 깨끗했다. 과자 하나 안 사면서 화장실을 쓰는 주제에 화장실을 평가하다니.

그 할머니는 내가 처음 본 인디언이었다. 내가 봤던 인디언은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본 늑대인간이 전부였다.      


요세미티는 서부 시에라 네바다에 깊숙이 있다.

시에라 네바다는 서부 개척시기 전까지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황금에 눈이 먼 사람들은 인디언들의 밭과 사냥터를 침범했다.

결말은 전쟁이었다. 인디언과 백인들은 서로 죽이고 약탈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는 노예법이 있었다. 미국 각지에서 몰려온 채굴자들은 인디언들을 노예로 만들었다고 한다.

총과 말이 있었으니 화살을 가진 인디언들과 싸워 이기는 건 간단한 일이었을 거다.      


1851년이 되자 마리포사 전쟁이 일어난다.

인디언들과 그들의 땅에 군침을 흘리며 몰려든 백인들 간의 전쟁이었다.

금과 자원에 군침을 흘리며 몰려든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인디언을 학살했다.

인디언 남자들은 광산에서 일하게 했고 인디언 여자들은 매춘을 시켰다고도 한다.

사병들은 (자진해서 군인이 된 사람들은) 인디언 마을을 급습해서 인디언들을 죽였다.

엄마와 아이들을 분리시키고, 인디언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이때 학살당한 원주민은 9500명에서 16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행위가 국가 당국과 민병대에 의해 권장되고 용인되었다니. 글을 읽으면서 고통스러웠다.      


이런 전쟁 끝에 캘리포니아 깊숙이 위치한 요세미티가 발견되었다.

1855년 캘리포니아 매거진을 발행인인 허칭스(Hutchings)는 요세미티 계곡을 보고 “아침마다 새롭고 저녁마다 신선하다.” 고 표현했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과 같은 표현이니 최상급의 표현일 것이다.

     

우리 가족이 ‘아침마다 새롭고 저녁마다 신선한 요세미티’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3일뿐이다.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스니커즈와 칸쵸, 점심 식사거리를 가방에 넣고 문을 열었다.               


“여기 조금 큰 간현같지 않아?” 분위기를 깨는 소리.


간현은 원주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간현도 요세미티처럼 화강암 절벽이 늘어서 있고 절벽 아래로는 물이 흐른다.

절벽은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로, 물줄기는 여름에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러게 간현이 작은 요세미티 같긴 하네.” 나도 대답했다.     


좀 간현 같긴 하지만 매일이 새롭게 보이길 기대하며 3일간의 요세미티 일정을 시작했다.


간현인줄.. 요세미티 입구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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