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부여행 -필라델피아 일상
여행을 할 때마다 나는 어떤 일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나를 재촉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바라던 건 이런 일은 아니었다.
“혹시 women’s pad 있나요?”
“네?”
“생리대 있냐고요.”
“오! 잠깐만요.”
직원은 카운터 뒤 수납장을 한참 뒤적이더니 다른 직원에게 물었다.
“생리대 여기 있지 않았어?”
“거기 있을 텐데.”
직원 둘이서 오른쪽 끝 수납장 위칸부터 아래칸까지, 왼쪽 끝 수납장까지 한참을 뒤졌다.
나는 희망을 가지고 남자 직원 둘이서 수납장을 뒤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상하네. 없나 보다.”
“그러게요. 나쁜 소식은 그랜드 캐니언 내 가게도 문을 닫았고 내일 오전 7시에나 열거라는 거예요. 좋은 소식은 바에 가면 여자 직원이 하나 있다는 거죠. 그 직원에게 혹시 있는지 물어볼래요?”
한국이라면 로비에서 여분의 생리대 하나 없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긴 미국이다.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구멍이 수없이 많은 나라. 그런데 구멍이 있는데도 잘 굴러가는 나라.
‘에휴~’ 한숨을 애써 감추고 “감사합니다.” 인사했다.
“바는 식당 안으로 쭉 들어가면 있어요.”
‘제발 생리대 구걸은 여기서 끝낼 수 있게 해 주세요. 제발.’
기도하며 바로 걸어갔다.
역시 바에는 여자 직원이 있었다. 큰 키에 긴 금발머리. 이제 바도 문을 닫을 시간이라 절반은 불이 꺼진 채였다. 나는 주저주저하며 컵을 닦고 있는 여자 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카운터에 물어봤는데 없다고 해서요. 혹시 생리대 있나요?”
정말 간절한 눈빛이었을 거다.
“오!”
이 여자 정말 급하구나 하는 반응.
“탐폰이라도 괜찮은가요?”
지금 찬물 더운물 가릴 때인가?
“그럼요. 감사해요.”
직원은 키친타월에 탐폰 두 개를 감싸서 나에게 건넸다.
'살았다!'
그렇게 무사히 밤을 넘기고 아침 7시가 되자마자 상점으로 갔다.
남편은 눈길에서 트레킹할 때 신을 아이젠 코너로 나는 생리대 코너로.
이 아침에 상점 다른 곳은 텅텅 비었는데 생리대 코너 앞만 만원이었다. 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보다. 모두 신중하게 뭘 살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랜드 캐니언 안이라 그런지 가격이 두 배. 게다가 다들 평소 사용하는 생리대가 없는지 선뜻 고르지 못했다. 다들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 아침에 여기만 붐비네요.”
누군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는 모두 깔깔 웃었다.
교훈! 여행할 때는 기간이 아니더라도 위생용품을 꼭 챙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