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 Mar 07. 2023

다시 출국짐을 꾸린다면? -미국에서 5개월 살아보니

필라델피아 일상

5개월 살았는데 한국에서 소포를 세 번 받았다.

한 번은 겨울이 왔을 때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동부. 한국과 날씨가 비슷하다.

한국은 겨울이 건조하고 춥다면 여기는 매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춥다는 정도의 차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50년도 더 된 아파트다. 아마 미국 집들은, 특히 동부는 역사가 긴 도시들이 많아 비슷할 거다. 외벽은 얇고, 창은 홑창. 아예 바깥보다는 낫겠지만 집에 있으면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게다가 온돌이 아니라 따뜻한 바람으로 난방을 해서 겨울이면 실내가 건조해진다. 바람이 나오는 구멍 아래 빨래 건조대를 두면 빨래가 금세 마를 정도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런 난방 시스템이 이렇게 거슬릴 줄 몰랐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따수미 텐트를 3개 해운으로 부쳤었다. 우리 가족은 넷인데.

결국 친구에게 부탁해서 따수미 텐트를 하나 더 받았다.

텐트 안이 따뜻하기도 하지만 난방 구멍이 바로 피부에 닿는 걸 방지할 수 있기도 해서 잘 쓰고 있다.


첫 번째

피부와 보온을 동시에 챙기고 싶다면 따수미 텐트를 권한다.



두 번째.

건조국과 건조파.


여행을 하다 보면 피곤해서 외식 말고 숙소에서 밥을 해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팁까지 주면서 네 가족이 매번 외식을 하는 게 힘들기도 하다.

그럴 때 건조국을 요긴하게 쓰고 있다. 

나는 청정원 미소된장, 곤드레된장블록, 오뚜기 황탯국을 골고루 50개 정도 가지고 왔었다.

미국에 1년 혹은 2년 단기로 머물 예정이라 '미국에 살 때 여행하자!'는 작정이다.

그래서 국이 진작에 똑 떨어졌다.

연말에 선물을 보내준다는 친구 편으로 건조국과 건조파를 받았다.


건조 파는 맛이 없어서 출국짐으로 꾸리지 않았는데, 여긴 파가 비싸서 그마저 아쉽다.

나는 마늘보다 파 향을 좋아하는데 여긴 대파가 없다. 그나마 쪽파 같은 건 있는데 4,5 뿌리 묶음이 1달러가 넘어서 아껴 아껴 먹어야 한다. 한국에서 냉동실에 들어간 파는 먹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파 향만 난다면 뭐든 오케이. 건조파를 살까 하다가 ‘난 파에 까다로우니까.’ 하고 사지 않았는데 후회하고 있다.


세 번째.

면양말

우리 가족은 폴리에스테르 양말 말고 거의 100프로 면양말을 선호한다.

여유분 양말을 많이 가져왔는데, 큰 아이 양말은 다른 가족이 1켤레 구멍 날 때 5켤레 구멍이 난다.

아마 한창 발이 크는 중이라 그럴 것 같기도 하고, 한국보다 나가서 운동할 일이 많아서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여기는 100프로 면양말을 찾을 수도 없고, 양말이 비싸다.

타겟에서 그나마 면 70프로인 양말을 샀는데 열 켤레에 8달러가 넘었다.

물론 비싼 건 아니다. 

"엄마 이상하게 발에서 땀이 많이 나."

타겟 양말을 신은 아들이 말했다.

이제 아들은 내 양말까지 가져가서 열심히 구멍을 내고 있다.

동생에게 면양말을 좀 보내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우체국 선박으로)


네 번째.

만약 피지오겔을 쓴다면 피지오겔.

아마존에서 피지오겔을 검색하면 100ml에 37달러다.

세포라에 가봤지만 거기서 찾을 수 없었다. 코스트코에서도.

피지오겔은 미국에서 더 싸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평소 즐겨 쓰는 화장품이 있다면 넉넉히 가져오는 게 좋은 것 같다.


다섯 번째.

깻잎김치.

깻잎김치를 좋아한다면 엄마표 깻잎김치를 많이 가져오길.

한국에서는 김치를 만들어 본 적도 없지만, 여기서는 필요에 의해 척척 만들고 있다.

한인마트에 가면 김치와 무는 박스로도 싸게 팔지만 깻잎은 비싸다.

마당이 있어서 깻잎을 키우는 게 아니라면 깻잎을 사는 게 사치일 정도로. 

출국할 때 가지고 왔던 깻잎 김치는 다 먹었고, 봄이 오면 깻잎을 키우려고 화분을 하나 장만하려고 한다.


여섯 번째.

안 가지고 와도 될 것.

마트표 된장, 고추장, 간장.

필라델피아에는 한인마트가 꽤 있는 편이고 가끔 장류를 할인하면 많이 비싸지 않다.

그래서 엄마표 아니면 가지고 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백합 된장을 1킬로 가지고 왔는데, 그런 건 여기서 못 구하니까~


일곱 번째.

만약 진미채를 좋아한다면 진미채.

미역, 다시마는 많이 가지고 와서 아직도 남아 있는데 진미채는 500 그램 두 개 가지고 온 걸 다 먹었다.

한국에서는 가끔 진미채 1+1 할인을 하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데, 여긴 한국 제값의 두 배 정도 가격?

그리고 마른 새우도 비싸다. 나는 마른 새우를 좋아하지 않아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좋아한다면 가지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순전히 주관적인 출국짐 추가목록이다.            

   

작가의 이전글 후버댐 - 그랜드 캐니언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