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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r 21. 2023

사이언스 페어 - 미국 초등 생활

필라델피아 일상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행사가 꽤 많은 편이다.

그중 최근에 했던 행사는 '사이언스 페어'


미국은 각종 학교 행사를 선생님들만 기획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런 행사 참여 여부는 학부모-선생님 연합(?)에서 결정된다.

다가올 학교 행사는 학부모-선생님 연합에서 이메일을 보내준다.

모든 행사에 참여할 필요도 없이 아이가 참가하고 싶은 행사만 참여하면 된다.

대체로 이런 행사는 저녁에 진행이 된다. 

아이의 학교에서는 대체로 6시부터 8시까지.

행사가 있는 날이면 남편도 최대한 일찍 퇴근해서 이른 저녁을 먹고 학교에 간다.

학교에 가는 날이면 음식 냄새가 많이 나는 한식은 피해서 먹는 것도 센스.

한식이 조리할 때 생각보다 냄새가 많이 나는지 이제야 알았다.


'사이언스 페어'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라인도 없었고, 어떤 주제로 해야 할지도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어렸을 때 자기도 해본 거라 가이드라인이 없어도 척이겠지만 나는 미국인에서 학교를 다녔기는커녕 미국 땅을 밟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네이버로 '엄마표 주방 과학실험' 그리고 구글에서 '사이언스 페어'를 검색해도 딱히 눈에 띄는 것도 없었다.

<내일은 실험왕>을 사 올걸. 한국에서 한 권 사봤는데 만 원 정도에 실험 키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사이언스 페어에 딱인 책이었는데.

'아마존'에 사이언스 페어 키트를 많이 판다고 듣긴 했다.

그런데 조잡한 게 쓸데없이 비싼 느낌.


그리고 준비한 것을 어떻게 전시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하드보드지를 사서 세 면이 나오게 이어 붙이기로 했다. 그래야 스스로 설 수 있으니까.

집 근처 스테이플스라는 사무용품 가게에 갔더니 이미 그렇게 만들어진 사이언스 페어용 하드보드지가 입구부터 늘어섰다.


세금 포함하니 14달러 정도. '이런 게 그렇게 비싸다니.' 아마존에서 비슷한 물건이 20달러 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여전히 비싸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머리를 짜냈다.

한국에서 6년 동안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키웠는데, 그 결과를 가지고 사이언스 페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사이언스 페어를 검색했더니 모두 Introduction, Purpose, Methods, Results, Conclusions를 갖춰서 결과물을 만들었다. 우리도 그 형식에 맞춰서 하드보드지 세 면을 채웠다.


행사 당일,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대체로 아마존에서 키트를 사서 참석한 아이들이 많아 중복되는 것도 많았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은 형식에 맞춰 뭔가를 작성해 볼 수 있었다.

또  자기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들이 흥미 있게 봐주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아이들 학교에 가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서울에 있는 어떤 학교에서 학교에 들어가 아이를 위협한 사건이 있을 후로 학교 문은 굳게 닫혔고, 

코로나 때는 학부모는커녕 아이들마저 학교에 많이 가지 못했다.

미국에 와서 귀찮을 만큼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행사가 있을 때면 학교 바깥에는 늘 경찰이 대기하고 있다.

학교 문은 밖에서 들어올 수 없이 잠겨 있다.

실수로 나가면 누군가 안에서 열어 줘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

총기가 있는 나라라 나름 삼엄한 구조다.


사이언스 페어에 첫 번째로 참여하는 아이는 자주색 리본을 받는다.

매년 참여 횟수가 많아질수록 리본은 점점 화려해진다.

유치원부터 졸업까지 6년을 꼬박 참석한 아이에게는 트로피가 주어진다.

"나 트로피 받고 싶어." 

우리는 6년을 참여해야지만 트로피를 주는 건지 모르고 잘 한 사람에게 트로피가 주어지는 줄 알았다.

잘했고 못했다는 기준이 누구에게서 나오는 건지 애매한 건데.


사이언스 패어에 나온 아이들 모두 열심히 참석했다.

매 해 꾸준히 참여한 아이들은 트로피를 받을만하다.

우리 아이는 4학년 때 미국에 온 거라 트로피는 안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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