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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r 23. 2023

미국에서 야구하기

필라델피아 생활

봄이다.

그 말은 리틀 리그를 시작한다는 말.


내가 사는 곳은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하다.

단, 겨울이 건조한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겨울에도 비가 많이 내린다는 것만 다르달까?

매주 두 번 이상은 비가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와는 아이들이 하는 운동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봄이면 교육구에서 학년별로 야구 신청을 받는다.

야구는 일 인당 190달러. 평일에 한두 번 연습이 있고 토요일에 시합을 한다.

저학년은 조금 작은 구장에서 연습과 시합을 하고, 7학년부터는 실제 야구장과 같은 크기의 운동장에서 시합을 한다.


아들과 딸은 둘 다 야구를 좋아한다.

남편은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는 것이 로망이었던 것 같다.

"언제 나랑 캐치볼 하나."

하더니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냉큼 글러브를 샀다.

그러곤 놀이터에서 주말이면 공을 던지고 놀았다.




미국은 역시 땅이 넓다.

테니스장이 널려 있고 야구장도 사방에 널려있다.

비가 많이 와서 진탕일 때가 많고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거위들 때문에 거위 똥밭인 경기장도 몇 개 있지만, 대부분 양호하다.

일단 주변에 건물이 없어서 배트질을 해도 깨부술 유리가 없고, 근처에 사람도 없다.


2월쯤

"엄마, 리틀 리그 시작한대. 나 할까?"

"해 봐!"

"나도!"


우리 가족은 노트북 하나에 머리를 박고 신청서를 썼다.

아이들 나이, 다니는 학교, 아이들 보험, 주보호자 연락처.


아이들은 옆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어! 맞아! 됐다! 야호!"

둘이서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집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얼마 후 메일이 왔다. 하나는 아들에게, 하나는 딸에게.

딸에게 온 메일의 주 내용은 이렇다.

"야구팀에는 여자 아이가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야구할 건가요? 여자 아이들은 모두 소프트볼을 합니다."


"딸, 그래도 야구할 거야?"

"그냥 소프트볼 할게. 근데 한 번 해보고 내년에는 야구할지도 몰라!"

미국에 와서 소프트볼이라는 운동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소프트볼은 야구공보다 조금 크고 가벼운 공으로 하는 운동이다.

야구공은 딱딱하고 묵직해서 어깨 높이에서 몸을 비틀며 던지지만 소프트 볼은 야구공처럼 던지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허리 높이에서 볼링공 굴리듯이 던진다. 공이 커서 글러브 면적도 더 넓다.


신청한 아이들은 몇 팀으로 나누어진다.

올해 6학년인 아들은 총 6팀. 

토요일마다 3시 반부터 5시 반까지 시합이 있다.


"엄마, 학교 친구도 같은 팀 됐어. 둘이서 같은 팀 됐다고 엄청 좋아했다."

아는 얼굴이 하나 있는 게 은근 안심이 되는가 보다.


야구화, 글러브, 배트, 보호모자. 

야구 용품을 사는 것만 해도 한 돈 들었다.

"이제 집에 가면 안돼?

아이들에게 십 분마다 사정했다.

가끔 아이들과 장을 보러 할때면 "이제 집에 가자."는 말은 늘 아이들이 하는 말인데.

아이들은 고소하다는 듯 나를 보고 웃었다.


지난 수요일, 아들은 첫 연습을 했다.

남편은 '아이가 연습을 마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나?' 생각했는데 모두 아이들만 두고 차에 휙 올라타 돌아갔단다. 

"아이들 데리러 7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코치도 돌아가랬단다.


그날 7시 반.

아들이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텝댄스를 추는 댄서처럼 경쾌했다.

"엄마, 진짜 하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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